이재명 대통령이 중동 상황 장기화에 따른 위기 대응 카드로 '긴급재정경제명령'을 언급하면서 실제 발동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이 대통령이 헌법상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경제적 비상 조치까지 테이블에 올린 데 대해 여권에선 "그만큼 이번 위기가 엄중하다는 것"이란 반응이 나왔다. 그러면서도 시행 가능성에 대해선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긴급재정명령은 지난 1972년과 1993년 단 두 차례 발동된 전례가 있다. 1972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단행한 '8·3 사채 동결 조치'와 1993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발동한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긴급재정경제명령'이 실사례다.
8·3 사채 동결 조치는 사채 시장을 양지인 제도권 금융으로 흡수한다는 명분 아래 단행됐다. 국가가 사인 간 맺은 채무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는 점에서 정상적인 자본시장 체제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조치로 평가된다. 다만 1960년대부터 이뤄진 급속한 경제개발로 대출과 투자 등 정상적 자금조달 수단이 아닌 사채가 제도권 금융을 압도한 시대였다는 점에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실명제 긴급재정명령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이자 지금까지 유일한 비상 경제조치다. 금융실명제는 금융기관에서 가명 혹은 무기명 거래를 금지하고 실명 인증 후에만 금융거래가 이뤄지도록 한 제도다. 김 전 대통령 임기의 절반을 넘는 3년 반 동안 유지된 긴급재정명령 아래 제도가 유지됐고 현재까지 금융실명제가 시행되고 있다.
여권에선 지극히 이례적인 이 대통령의 긴급재정명령 언급과 관련해 경제 위기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방증이란 해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A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긴급재정명령은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경제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거론되지 않던 조치"라며 "그만큼 중동 전쟁에 따른 에너지 수급 위기 상황이 엄중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 시행 가능성에 대한 관측은 여당 내부서에서도 갈린다. B의원은 "미리 예고하고 시행하는 긴급재정명령이 어디 있겠느냐"며 "(이 대통령이) 긴급재정명령을 발동하려 했다면 기습적으로 결정했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C의원은 "구체적으로 어떤 취지에서 이 대통령의 해당 발언이 나온 것인지 따져볼 필요는 있어 보인다"며 "구체적인 구상이 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청와대는 그러나 비상 경제상황에서 정부 부처의 대안 마련을 독려하기 위해 나온 하나의 예시일 뿐이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