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평화공존 정책 실현을 위해 북한의 공식 국호로 '조선'을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부는 북한 호칭 논란과 관련해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한국정치학회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평화공존을 위한 이름 부르기: '북한인가 조선인가'' 주제로 특별학술회의를 개최했다. 김남중 통일부 차관은 축사에서 "우리는 때로 남북관계, 통일문제를 바라볼 때 감상적 접근이나 정치적 이분법에 기대어 판단하곤 한다"며 "북한을 어떻게 호칭하느냐 하는 문제에서도 낯섦에 따른 막연한 거부감을 앞세운다"고 했다.
김 차관은 그러면서 "호칭 문제는 결코 간단하지 않다"며 "우리의 헌법적 질서, 남북관계 특수성, 국내 법제와 국제 관행 그리고 국민적 공감대가 함께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25일 열린 통일부·통일연구원 공동학술회의 개회식에서 "남북 관계든 한조(한국-조선) 관계든 서로에게 이익이 되고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새로운 관계 설정을 통해서 남북이 함께 공동이익을 창출해 나가길 희망한다"며 정부 고위당국자 중 처음으로 '남북관계'를 '한조관계'로 표현했다.
북한이 주장하는 정식 국호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북한은 '북남관계' 대신 '조한관계'라는 표현을 쓴다. 통일부 당국자는 전날 북한 호칭 논란에 대해 "(정동영) 장관이 문제를 제기한 것이고, 학술회의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공론화를 거쳐 정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날 학술회의도 공론화 과정의 일환으로 열린 것이다.
학술회의에 참석한 김성경 서강대 교수는 "'북한'은 1950년 이후 국가보안법·반공 이데올로기의 맥락 속에서 적대, 위협, 혐오가 겹겹이 쌓인 비중립적 용어"라며 "상대를 한반도의 일부로 환원해 국가성을 묵시적으로 부정하는 효과도 갖는다"라고 언급했다. '북한' 호칭에는 국가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내포돼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조선으로의 호칭 변화는 (남북관계 변화에) 중요 시발점이 될 수 있다"며 △한국 사회 내 북한 인식 변화 △북한에 대한 상호존중 메시지 △현실기반 새로운 남북관계 틀 모색 △선택적·선제적 신뢰구축 효과 등의 기대효과를 제시했다.
권은민 변호사(북한학 박사)도 북한의 정식 국호 사용이 북한을 국가로 승인하는 행위가 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권 변호사는 "국가 승인은 정치적 행위이자, 국가의 의사표시 행위"라며 "정부가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이라고 부른다고 해서 국가승인이 되는 것이 아니다. 국가승인과는 무관하다고 선언하면 정리될 문제"라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 전체로 규정한 헌법 제3조의 영토조항과의 충돌 우려에 대해선 "영토조항은 평화통일이 실현된 통일한국의 영역 범위를 의미하는 선언적 규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와 이후 남북 당국 간 합의서의 서명란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국호가 사용돼 왔다는 점에서 "국호 사용은 전례 없는 급진적 변화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북한을 '조선'으로 부르겠다는 것은 북한식 '두 국가론'에 따라 북한을 별도의 동등한 국가로 인정하겠다는 뜻으로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헌법 제3조 영토조항에도 위반되고 북한을 통일의 대상으로 보는 헌법 제4조 통일조항에도 위배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