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인공지능(AI) 산업 인프라의 구조적 호황을 전제로 초과 세수의 사회적 환원을 위한 '국민배당금제'를 제안했다. 삼성전자의 성과급 논란을 의식한 듯 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은 특정기업과 노조의 전유물이 아닌만큼 사회와 국민에 환원하기 위한 제도적 설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12일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AI는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산업 인프라"라며 "인프라 전환의 중심에 있는 한국이 구조적 희소성과 지속적 초과이윤을 기반으로 '기술독점경제에 가까운 구조'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렇게 밝혔다.
김 실장은 특히 "지금의 AI 수요 구조는 과거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과는 다르다"며 "(한국 기업의) AI 인프라 공급망에서의 전략적 위치가 구조적 호황을 만들고 역대급 초과 세수로 이어진다면 그 돈을 어떻게 쓸지는 응당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김 실장은 과거 2021∼2022년 반도체 호황 싸이클 당시에는 초과 세수가 사전에 설계된 원칙 없이 그때그때 의미 없이 소진됐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이클의 규모는 그때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클 수 있다"며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흘려보내는 것은 천재일우의 역사적 기회를 허비하는 일"이라고 했다.
김 실장은 "AI 시대의 초과이윤은 속성상 기업 주주, 핵심 엔지니어, 수도권 자산보유자 등에게 집중된다"며 "하지만 과실은 전 국민이 함께 쌓은 기반 위에서 나온 것이므로 일부는 구조적으로 국민에게 환원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가칭 '국민배당금'이라는 명칭을 제안하면서 청년 창업 자산, 농어촌 기본소득, 예술인 지원, 노령연금 강화, AI 전환 교육비 등을 용처로 제시하고 "백가쟁명식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교화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유례없는 최대 호황을 맞아 김 실장이 던진 '국민배당금' 화두는 정치권은 물론 고공행진하던 국내 증시에 큰 파장을 낳았다.
보수 야권에선 '반기업적 정책', '사회주의 발상'이란 비판이 나왔다. 여권은 "초과세수 재원의 국가 전략적·체계적 활용 방안을 미리 설계하자는 것"이라고 비호했다.
승승장구하던 코스피는 역사적인 8000포인트 고지 앞에서 반락했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179.09포인트(2.29%) 내린 7643.15로 마감했다. 상승 출발한 코스피는 장 초반 7999.67까지 올라 장중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실장의 발언이 외신에 타진된 후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5조6244억원, 1조2102억원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이날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는 역대 세번째로 컸다. 외국인은 특히 이날 하루에만 5조원 넘게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순매도했다. 저가 매수에 나선 개인이 6조6770억원을 순매수했으나 지수를 방어하지 못했다.
투심 위축에 코스닥지수도 전 거래일 대비 28.05포인트(2.32%) 내린 1179.29에 마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김 실장이 반도체 투톱의 초과 이윤을 '국민배당금'으로 모든 국민에게 나눠야 한다고 한 제안에 증시가 요동쳤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