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관리 사무를 총괄하는 헌법상 독립기구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책임론과 쇄신론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본투표 과정에서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사태가 발생한 영향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들의 참정권 훼손에 유감을 표명하고 선관위를 강하게 질타했다. 정치권에선 선관위원 전원 탄핵과 특별감사관 도입 등의 대책이 거론된다.
중앙선관위는 4일 "유권자들의 참정권 행사에 많은 혼란과 불편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사과드린다"며 "투표지 부족사태 원인파악과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위해 외부전문가 위주로 구성한 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진상규명위에서 파악한 문제점과 원인, 책임을 따져 국민들에게 모든 결과를 소상히 밝히겠다고도 했다.
전날 본투표 과정에서 서울 강남·서초·송파구와 광진·동작구, 인천 연수구, 경기 화성시 총 17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가 한때 중단되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선관위는 예상치를 크게 웃돈 투표율로 투표용지가 부족했다고 설명했지만 부실한 선거관리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민주공화국에서 무엇보다 철저해야 할 선거관리에 납득하기 쉽지 않은 허점이 발생한 점에 대해 매우 큰 유감을 표한다"며 선관위를 질타했다. 특히 "국가기관은 국민의 신성한 참정권 행사 과정에 조금의 빈틈도 없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해야 할 책무가 있다"며 "관계기관은 문제발생 이유를 명확하게 밝히고 책임질 것이 있다면 명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적절한 대책마련도 지시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선관위 행정을 책임지는 (허철환) 사무총장의 거취까지도 고민해야 한다"며 책임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사건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및 선관위에 대한 외부통제 방안 등 재발방지책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을 포함한 선관위원 전원 사퇴와 탄핵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헌법에 따르면 선관위원장을 비롯한 상임·비상임위원 9명은 탄핵이나 금고 이상의 형 선고를 받지 않는 한 파면되지 않는다. 다만 국회는 헌법에 따라 선관위원이 직무집행 중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을 때 탄핵소추안을 의결할 수 있다. 탄핵소추안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1의 발의와 과반수 찬성이 있으면 가결되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으로 확정된다.
정치권에선 '특별감사관제도' 도입의 필요성도 거론된다. 헌법상 독립기관인 중앙선관위는 선거·국민투표 관리와 정당 및 정치자금 관리, 선거법 위반 감시·제재 등 막강한 권한을 쥐었지만 사실상 견제를 받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선관위의 인사·선거시스템·행정사무 전반을 6개월간 감찰하는 '특별감사관법'을 발의했지만 1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신봉기 경북대 로스쿨 교수는 "선거관리는 행정업무인데 독립성을 핑계로 감사원의 직무감찰조차 거부하다 보니 부실관리 문제가 터지는 것"이라며 "대법관이 선관위원장을 겸임하는 비상근 체제로는 선거관리가 부실해지고 사무총장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관행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