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계기로 '재선거·재투표'를 요구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장 대표가 실제 재선거보다는 선거제 개혁 주도와 대여 투쟁을 통해 지지 기반을 강화하고 당내에서 제기되는 사퇴론을 피해 가기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인다는 해석이 나온다.
장 대표는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젯밤 (개표소가 있는) 올림픽 공원에 모인 수만명의 구호는 오직 하나 '재선거'였다"며 "국정조사로 어물쩍 넘어가려 하거나 여당이 추천한 특검 (실시), 선관위 직원 몇명 교체로 끝내려 한다면 국민 분노를 절대 잠재울 수 없다"고 말했다. 투표 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며 올림픽 공원 앞에서 재선거·재투표를 요구하는 시민 시위에 힘을 실은 것이다.
재선거·재투표를 주장하는 주요 근거는 공직선거법 제198조다. 이 조항은 천재지변으로 인한 부득이한 사유로 투표를 실시하지 못한 경우, 투표함 분실·멸실 등을 재투표 사유로 규정한다. 다만 재투표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재투표 없이 당선인을 결정할 수 있다고 본다.
법조계에서는 대체로 재투표는 불가능하다고 바라본다. 재투표는 이의를 제기한 쪽의 선거소청이나 선거·당선무효소송이 받아들여져야 한다. 쟁점은 '투표 용지 부족'이 후보자 당락에 실제로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를 파악하는 것인데, 첫 단계부터 난관이라는 의견이다.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용지 부족으로 몇 명이 투표 못했는지 정확히 산정하는 것부터 거의 불가능하다"라며 "파악돼도 (선관위나 법원은) '투표 안 한 유권자들이 낙선자에게 전부 투표했으면 당선됐을지' '해당 지역구의 투표 경향대로 분산됐으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를 엄밀하게 볼 것이라 재투표 결정이 나오긴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대형 로펌의 변호사도 "100표 쯤으로 당락이 갈리는 기초 선거구 후보들과 야당 대표, 시민 입장에선 문제를 제기할 만한 상황"이라면서도 "소청이나 행정심판 절차에서는 행정청 입장이 그대로 반영되는 경향이 있어 재투표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선관위 지난 4일 입장문에서 투표 용지 부족이 "재선거 사유는 아니다"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장 대표가 선거 이후 약화된 당내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재투표 요구에 힘을 싣는다는 해석이 나온다. 장 대표 측은 서울시장을 사수했으며, 16개 시도 중 7곳의 비례대표 정당 투표율에서 민주당을 이긴 점 등을 성과로 내세우며 선방했다고 평가한다. 다만 '비당권파' 의원 사이에서는 장 대표 책임론이 크게 제기된다. 16개 시도지사 선거 중 4곳밖에 승리하지 못했으며, 오세훈 서울시장은 장 대표 지원 없이 당선됐다는 게 주요 이유다. 당내에서는 선거 전부터 '윤 어게인' 노선에서 탈피하지 못했다며 비판받았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의원들은 선거 결과에 대해 부글부글하는 분위기"라며 "(장 대표가) 버티기 어려워 보여 (투표용지 사태의) 동아줄을 잡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무소속 당선으로 체급이 커진 한동훈 의원이 국민의힘으로 복당하려는 움직임도 장 대표에겐 압박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시위에 나온 사람이 100% 부정선거론자라고 할 수 없지만, 전광훈·전한길 세력도 동참하며 겹쳐 보이는 부분은 있다"며 "보수 재편은 오 시장, 한 의원을 중심으로 되게 된 상황이다. 대여투쟁을 통해 지지 기반을 강화하고 야당 대표를 지속하려는 방향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