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박10일 간의 유럽 순방 일정을 마치고 18일 귀국하는 이재명 대통령 귀국 환영 행사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민석 국무총리가 동시에 참석한다. 지난 9일 출국 당시 관행을 깨고 환송식에 불참했던 정 대표가 이번에는 자리를 함께 하는 것이다. 최근 차기 당권을 두고 이 대통령과 정 대표 사이에 불편한 기류가 생긴 데다 당내 계파 갈등 심화가 국정 지지율과 정당 지지도에 악영향을 미치자 당청이 봉합을 시도하는 모양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17일 언론 공지에서 이 대통령 귀국 행사에 김 총리 등 정부 인사와 정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가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선 이 대통령의 출국길에는 김 총리와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배웅했으나 새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당 지도부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정 대표의 불참이 차기 당권 경쟁과 관련해 여러 정치적 해석을 낳자 청와대는 "투표지 부족 사태로 입법부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어서 환송단을 최소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권에선 '당 대표 패싱' 논란이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출국 전날인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6.3 선거 결과에 대해 "이겨야 할 곳을 졌다면 성공이 아니다"라며 사실상 정 대표와 여당 책임론을 제기했다. 전국적으로 승리했다고 자평한 정 대표와 결이 다른 해석을 내놓은 것이다.
정 대표는 이후 "이 대통령 인식에 공감한다"면서도 "정권은 짧다. 국민을 이기는 정권은 없다"고 발언해 이 대통령과 대립각을 키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순방 중 SNS(소셜미디어)에 정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는 경고성 메시지를 세 차례나 발신했다.
청와대가 의전 최소화란 입장을 선회해 이 대통령 귀국길에 여당 지도부를 호출한 것은 선거 책임론과 차기 당권 경쟁 과열이 국정·정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위기감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 지지율은 최근 일부 조사에서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국민의힘에 역전을 허용했다. 이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율도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아울러 당내 갈등이 계속 부각될 경우 이 대통령의 G7 정상회의 참석 등의 순방 성과가 가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 안팎에선 그러나 오는 8월17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만큼 일시적으로 갈등을 봉합하는 미봉책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대표의 연임 도전 포기를 압박하는 친명(친 이재명)계 등 비당권파의 공세가 계속되고 있고, 정 대표도 당권 도전을 사실상 결심한 듯한 메시지를 연일 내놓고 있어서다. 정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1인 1표제가 시행되는 첫 전당대회를 통해 당내 계파가 소멸될 것"이라며 "의원들은 계파 보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의정활동에 전념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친명계에선 이 대통령을 '계파 보스'에 빗댄 것이란 격앙된 반응도 나왔다.
민주당 차기 당 대표 선거는 권리당원 수가 가장 많은 호남과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였던 시절 대거 유입된 열성 지지층의 표심이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로선 정 대표가 이 대통령 귀국 이후 대표직에서 사퇴해 연임 도전을 공식화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 경우 당청 간 불협화음과 당내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친명계를 포함한 비당권파의 압박도 연일 이어지고 있다. 김 총리와 가까운 강득구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 대표 등 당권파에 "대통령이 달리는 동안 우리는 혹여 브레이크를 밟고 있지 않았느냐"며 "하나가 되자고 하면서 분열의 목소리를 낸다"고 직격했다. 친명계인 이건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17일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한 당원들의 평가가 좋지 않고, 정 대표 리더십이 이 대통령의 국정 기조인 혁신적인 실용정부와 맞지 않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며 "정 대표가 연임을 도전할 명분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반면, 최근 정 대표와 가까운 당내 강성 지지층 사이에선 "이재명의 민주당이 아닌 민주당의 이재명"이란 말이 부쩍 힘을 얻고 있다. 이 대통령을 지지해 새로 유립된 당내 중도보수 세력보다 민주당 전통 지지층인 강성 개혁세력의 입장이 국정 기조에 더 반영돼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 대표를 외곽 지원하는 유시민 작가의 노무현재단 상임고문직 사임을 두고선 "윤석열 정부 때도 없던 일"이라는 반응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