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취임 후 처음으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서는 '데드크로스'에 직면했다. 6.3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였던 서울시장 선거 패배와 책임론을 둘러싼 여권 내 갈등,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엄중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민심을 되돌리기 위한 대책을 고심 중이다.
22일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5~19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7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이 대통령 취임 55주차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지난주보다 4.8%P(포인트) 하락한 46.7%를 기록했다. 반면, 부정 평가는 5.5%p 상승한 49.7%로 조사됐다. 오차 범위 내이긴 하지만 부정이 긍정을 처음으로 상회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최근 지지율 변동은 민생경제 상황에 대한 국민의 체감과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평가가 종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고 본다"며 "국민께서 무엇을 걱정하고 무엇을 바라고 계신지 더욱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했다. 청와대는 그간 지지율 추이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으나 이례적으로 입장을 낸 것이다. 여권에선 그만큼 이 대통령의 위기감이 크다는 방증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은 5주 연속 하락세로 이달 초 지방선거 이후 내림폭이 커지고 있다. 리얼미터 조사의 연령대별 결과를 살펴보면 2030 세대에서 특히 부정 평가가 두드러졌다. 20대에서 부정평가는 65.2%, 30대에서 부정평가는 60.2%로 나타났다. 40대(39.7%), 50대(41.4%), 60대(46.4%)의 부정 평가보다 훨씬 높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요인으로는 선거관리 부실 사태로 촉발된 책임론 확산, 여당 내 당권 갈등, 자산시장 양극화 우려 등으로 분석됐다.
이번 조사는 무선(100%) 무작위 추출 임의번호를 활용한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됐다.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의 응답률은 4.2%,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P이며, 정당 지지도의 응답률은 3.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청와대 내부에선 위기감이 읽힌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9일 '유럽·G7 순방 결과' 브리핑에서 "(6·3) 지방선거일을 기점으로 지지율이 폭락하고 있는데 제일 큰 것(원인)은 '먹고 살기 힘든데 뭘 갖고 싸우나' 일 것"이라며 "다툼이 우리의 삶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것이다. 최대한 빨리 이 상황을 정리하도록 노력해야 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당분간 젊은 세대를 위한 실질적인 정책 구상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미래세대를 위한 재정개혁 과제들을 폭넓게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강 실장은 "현 세대와 미래 세대가 국가 운영을 위한 부담을 공평하게 분담하게 하고 미래세대를 위한 투자 재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국익과 미래세대의 관점에서 합리적 대안을 찾아나가자"고 강조했다.
특히 "반도체 호황으로 예상되는 초과 세수를 미래세대를 위한 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한편 양질의 일자리가 확대될 수 있도록 신성장동력 발굴에도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며 "정책 형성 과정에서 미래세대가 직접 참여할 기회를 충분히 보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청와대가 국정 2년차를 맞아 전날 청와대 수석급 참모진 5명 교체하는 등 본격적인 전열 정비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분위기 반전을 위한 1기 내각 개편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문화체육관광부·국토교통부·교육부 등을 중심으로 중폭 이상의 개각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