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밤, 광장에선 노래가 표처럼 보였다. 두 번의 대통령 탄핵과 불법 비상계엄. 분노한 2030 여성들은 소녀시대의 '다만세'(다시 만난 세계)를 부르며 광장을 채웠다. 다만세는 민주주의를 지키는 새 세대의 노래였다. 더불어민주당은 민주진보 진영을 향한 응원가라고 의심없이 믿었다.
정말 그랬을까. 6.3 지방선거 결과는 그 믿음에 본질적 의문을 던진다. 2030 여성은 민주당을 지지하다 등을 돌린 이탈자일까. 아니면 우리 정치가 아직 닿지 못한 '새로운 세계'를 먼저 묻기 시작한 새로운 유형의 유권자들일까. 머니투데이 the300과 (사)한국여성의정(상임대표 박영선)은 이런 궁금증을 갖고 온라인 광장의 '2030 다만세'를 만났다.
'12.3 불법계엄' 직후 한 달, '6.3 지방선거' 직전 한 달 간 주요 커뮤니티와 정치 유튜브, SNS(소셜미디어) 콘텐츠와 댓글 등 총 12만 6584건의 방대한 데이터를 모았다. 이를 AI(인공지능) 툴을 활용해 정밀하게 분석하고 2030 여성 담론의 방향과 온도를 읽었다. (아래 조사개요 참조)
두 권의 분석 보고서는 "2030 여성은 민주당의 고정 지지층이었다"는 검증되지 않은 전제를 완전히 뒤흔들었다. 오차를 감안하더라도 2030 다만세가 '민주당 진영에 소속된 적이 없었다'는 지표가 뚜렷했다. 이들은 계엄의 밤엔 심판을, 선거 기간엔 검증을 했을 뿐이었다. 특정 정당에 백지 위임은 없었다.
이들이 민주당의 고정 지지층이라면 위기든, 평시든 결집해야 한다. 그러나 데이터가 가리키는 방향은 예상 밖이었다. 불법계엄 직후 한 달간 2030 여성 추정 '정치 발화' 중 '반(反) 국민의힘'은 전체의 74.1%에 달했다. 4건 중 3건 꼴이다. 심판 의지가 명확했다. 그런데 '친민주당'은 15.0%에 그쳤다. 4050 여성(33.2%)과 견줘 절반이 채 안 됐다. 분노가 민주당 지지로 환전되지는 않았다는 의미다.
이들은 대신 선택의 순간(선거)에 모였다. 지난 6.3 지방선거 직전 한 달 2030 여성의 '친민주당' 발화 비율은 47.6%로 치솟았다. 평시와 위기에는 심판과 지지를 구분하고 선택의 국면에서 결집한 셈이다. 정당이 아니라 사안과 이슈 단위로 판단하고 결집과 분리, 다시 결집을 반복하는 '캐스팅보터'의 전형적 궤적이다.늘 민주당 지지 성향이었다면 계엄 직후(친민주 15.0%) 상황을 설명하기 어렵다.
2030 다만세의 민주당 지지는 충성이 아니라 전략적 선택에 가깝다는 결론이 나온다. 추구하는 가치에 가까운 세력과 그때그때 계약하는 방식이다. 특정 정당이 '우리 편'이라고 믿는다 해서 자동 갱신이 담보되지 않는 계약이다.
2030 여성 유권자들의 선택은 이번 지방선거 이후 정치권과 언론의 가장 큰 관심 대상이다. 차기 당권 경쟁이 가열된 민주당 등 여권 내에서도 청년 정책과 젊은 세대 표심 분석이 화두다. 결론적으로 2030 여성들은 민주당을 배신한 적이 없다. 민주당에 원래 속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 정치가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유형의 유권자, 진짜 캐스팅보터의 등장이다. 불법계엄과 탄핵, 대선과 지선을 거치며 다만세가 '뉴(new) 다만세'로 진화했을 뿐이다.
박영선 한국여성의정 상임대표는 "2030 여성은 정당의 간판만 보고 투표하지 않고 실질적으로 자신들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정책과 공약을 꼼꼼히 살핀 후 표를 던진다"며 "2030 여성들이 정치권에 던지는 메시지가 결코 가볍지 않다"고 했다.
[조사개요]
머니투데이 the300과 (사)한국여성의정 의뢰로 (주)옥소폴리틱스가 수행. 더쿠·인스티즈·여성시대·디시인사이드·에프엠코리아·일베·보배드림 등 성향 분명한 온라인 커뮤니티 18개 소스 중 12만6584건 확보해 그 중 1만3634건 AI 라벨링. 매 글마다 감정, 정치 진영, 주제, 가치어(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가), 후보 선택 기준, 작성자의 성별· 연령 단서까지 여섯 개 차원 분석. 서로 다른 라벨러 3명의 결과 교차 검증. 별도로 유튜브 댓글 80만9000건 확보해 추가 활용. 이 데이터를 계엄 직후 1달(2024.12.3~2025.1.4), 6.3 지방선거 직전 1달(2026.5.3~6.3) 등 두 국면을 기준으로 분석해 결과 도출. (자세한 조사방식 참고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