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반도체·로봇 '규제 차르'에 공무원 면책도…메가특구 '보신주의' 깬다

유재희 기자, 세종=정현수 기자, 세종=김사무엘 기자
2026.07.08 14:41

[the300]
메가특구내 첨단산업 분야별 규제 콘트럴타워 '차르' 검토
감사원·부처 감사 면책, 규제 담당 공무원 '적극행정' 유도
산업계, 최우선 규제혁신과제 '공무원 적극행정 면책' 꼽아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합리화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04.15사진=

정부가 반도체 등 주력 첨단산업의 초격차 확보를 위한 규제 개혁 콘트롤타워인 '차르'(czar·총책임자) 제도 도입과 메가특구 전략산업 담당 공무원 면책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관료 사회의 보신주의와 부처 칸막이를 깨지 않고선 규제 혁신이 불가능하다는 강한 위기의식이 자리해 있다.

해외에선 복잡한 국가적 현안을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 '차르'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미국 행정부는 핵심 산업과 위기관리 분야에 강력한 전권을 가진 '차르'를 임명하고 행정적 병목 현상을 한 명의 사령탑이 일괄 해결하는 방식을 택했다. 인공지능(AI)·가상자산 등의 분야에 차르를 두고 백악관 국가마약통제정책국장도 마약 차르로 활동한다.

정부의 추진 의지도 상당하다.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메가특구 구상을 발표한 지난 4월 규제합리화위원회 첫 전체회의에선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로봇 차르를 해보고 싶다"고 자처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런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규제개혁 시스템을 재편해 로봇, 반도체, 바이오 등 미래 산업의 추진 체계를 차르 중심으로 일괄 재편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반도체·로봇 등 첨단산업별로 차르를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메가특구 전체를 총망라할 한 명을 두기 보다 전략산업별로 총괄 책임자를 지명하는 방식이다. 인사 대상은 정부 부처 장관 등 공공에 국한하지 않고 민간까지 범위를 넓힐 가능성이 크다.

총괄 지휘관이 강력한 규제혁신을 추진하려면 무엇보다 공무원을 움직이게 할 원동력이 필요하다. 메가특구 특별법에 규제 담당 공무원 면책 조항 반영을 검토하는 배경이다. 공무원이 적극 행정으로 규제를 풀었다가 몇 년 뒤 정권이 바뀌거나 감사원 감사가 시작되면 징계와 법적 책임을 뒤집어쓰는 전례를 막겠다는 취지에서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합리화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04.15./사진=

규제합리화위원 한 위원은 "정책 책임성 부여를 위해 '정책실명제'를 도입했는데 몇 년 지나면 '너 그때 왜 그랬어'라고 추궁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며 "제도적인 면책 없이는 관료사회를 움직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별법에는 부처 감사는 물론 감사원 감사 전면 면제 조항을 두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메가특구와 관련된 규제특례 업무에 있어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징계 또는 문책 요구 등 책임을 묻지 않는 게 골자다. 관계부처가 감사원과 공무원 면책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함께 작성해 공유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기업들도 규제 집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극행정 리스크를 가장 큰 부담으로 인식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2026년 기업규제 전망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이 가장 필요하다고 꼽은 규제혁신 과제는 '공무원의 적극행정 면책 강화'(23.8%)였다. 인허가 지연과 행정 소극주의가 기업 투자 결정의 주된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무원의 '적극 행정' 효과는 이미 입증된 바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2023년 29년 만에 국내에 신설한 울산 전기차(EV) 공장을 지을 당시 울산시청 공무원들의 능동 행정으로 통상 3년이 걸리던 인허가 기간이 10개월로 단축됐다.

국무조정실 연구용역인 '메가특구의 규제특례 부여 방안에 관한 연구'를 수행한 원소연 행정연구원 실장은 "특별법에 면책 조항을 명시해 정권 교체나 사후 문제가 발생했을 때 공무원이 독박 책임을 지지 않도록 제도를 정교하게 구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규제 개선의 핵심은 이해관계자 간 갈등 조율"이라며 "지역 간 규제 형평성 문제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조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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