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을 국빈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양국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한 뒤 브라질 경제의 심장인 상파울루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한-브라질 기업인들을 만나 실질적인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 27일 밤(현지시간) 상파울루에 도착해 28일 한-브라질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BRT)에 참석할 예정이다. BRT에는 반도체, 자동차, AI(인공지능), 바이오, 철강, 항공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인들이 모인다.
우리 측에서는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장인화 포스코 회장,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 류재철 LG전자 대표, 이동훈 SK바이오팜 대표, 정인섭 한화오션 사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 김종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 이상목 아모레퍼시픽 사장 등이 참석한다.
BRT에선 △제조·인프라 △첨단산업 △소비재·유통 등 협력 방안이 집중 논의될 예정이다.
상파울루는 브라질 남동부의 대표 기업 도시로 제조업, 항공기, ICT 등 첨단산업이 집중돼 있다. 브라질 전체에서 외국인 투자가 약 50% 집중된 주(州)다. 한국 기업의 중남미 진출 교두보인 브라질의 핵심 제조 거점이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100개 넘는 기업들이 상파울루에 진출해 있다.
삼성전자는 상파울루에 스마트폰 생산 라인과 함께 브라질 연구소, 중남미 디자인 연구소 등을 두고 있다. 현대차는 상파울루주 피라시카바에 생산공장을 갖고 있고 엔진공장도 신설하는 등 투자를 확대 중이다.
이번 BRT를 계기로 우리 기업들은 단순 제품 교역을 넘어 생산 연계 및 시장 공동 발굴과 진출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군이 브라질로부터 수입하기로 한 C-390 수송기에서 이미 협력 모범 관계를 엿봤다. 브라질 최대 항공업체인 엠브라에르사가 만든 C-390에는 우리 부품이 탑재돼 있다.
켈리 페헤이라 상하울루대 아시아 국제관계연구센터 연구원은 이 대통령의 브라질 방문과 관련해 현지 매체 베자(Veja)에 기고한 글에서 "통상 분야에서 이미 공고해진 브라질과 한국의 관계는 투자와 공급망을 기반으로 한 생산연계로 나아가고 있다"며 "한국은 전략적 기획과 기술로, 브라질은 시장과 자원, 재생에너지 잠재력으로 각각 기여한다"고 밝혔다.
이어 "자체적인 국가 AI(인공지능) 정책을 논의하는 동시에 기술 인프라 분야의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려는 브라질은 이 분야에서 최근 장기 계획을 수립한 경험이 있는 한국을 협력 파트너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양국 정상은 양국 정상은 '소년공' 출신이라는 공통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한번 돈독한 우애를 확인했다. 두 정상의 만남은 지난달 프랑스에서 열린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이후 한 달 만으로 정상회담을 가진 것은 지난 2월 룰라 대통령의 방한 이후 5개월 만이다.
우리 정상의 브라질 국빈 방문은 11년 만에 성사된 것으로 특히 룰라 대통령이 대통령 관저 '아우보라다 궁'에서 다른 외국정상을 맞은 것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자크 시라크 프랑스 전 대통령 이후 이번이 네 번째라고 한다.
이 대통령은 회담 전 기마병 호위를 받으며 브라질리아 대통령 관저에 도착했고 미리 기다리고 있던 룰라 대통령 부부는 이 대통령 부부를 포옹으로 맞았다. 이 대통령이 방명록에 '대한민국과 브라질의 영원한 우정 그리고 공동번영의 미래를 함께 이어가길 기원한다'고 적자 룰라 대통령은 이 대통령을 꼭 껴안았다.
양 정상은 예정됐던 시간(90분)을 훌쩍 넘긴 136분간 소인수·확대회담을 진행했다. 공동언론발표 후 기념촬영이 끝난 뒤 룰라 대통령은 이 대통령을 잡아 세우며 돌연 '손하트'를 들어 보이기도 했다. 이 대통령도 활짝 웃으며 룰라 대통령과 어깨동무를 하고 카메라를 향해 함께 손하트를 보냈다.
룰라 대통령은 회담에 이은 국빈 오찬에서 메뉴판 카드마다 섬유예술가 제시카 유가 브라질 국기 색채의 천 조각들을 한국 전통 보자기 기법으로 만든 '옥사 실크 보자기' 작품을 담는 등 정성껏 환영의 뜻을 표했다. 리셉션에는 우리 기업인을 대거 초청해 브라질 측이 정성껏 준비한 음악 공연을 선보였고 한 시간 가량 환담했다. 상파울루에는 이 대통령 부부의 방문을 환영하는 디지털 LED(발광다이오드) 웰컴 문구가 현지 곳곳에 설치돼 눈길을 끌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지난 2월에 이어 심층적이고 다방면의 양국 협력방안이 논의됐다. 양 정상은 한-메르코수르(Mercosur·남미 공동시장) 무역협정(TA) 협상 재개 필요성에 공감하고 실무그룹을 설치하기로 했다. 브라질 부통령과 청와대 정책실장이 이끄는 조직을 신설해 TA 관련 내용 뿐만 아니라 경제, 안보, 산업,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과 교류를 더욱 심화해 나갈 전망이다.
아울러 양국 정상은 올해 하반기 방산공동위원회 출범에 합의하는 한편 우주협력 MOU(양해각서)를 통해 민간 발사체 발사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우주 분야 전반의 협력을 넓혀 나가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양 정상은 오는 9월 브라질에서 예정된 발사체 발사를 앞두고 성공을 기원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12월 브라질 알칸타라 우주센터에서 이미 대한민국 최초의 상업발사체 '한빛-나노' 발사를 시도했지만 실패로 끝났다. 올 하반기 재차 도전에 나선다.
양국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우주협력 MOU 외 △체육 협력 MOU △교육분야 협력각서(MOC) △에너지 협력 MOU △산업기술 협력 MOU △영화 협력 MOU 갱신 △사이버보안 협력 MOU 등 총 7건 문건에 서명(별도 서명 포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