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집권 후 최장기간에 걸친 미국·남미 3개국 순방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장면들도 여럿 낳았다. 한미 AI 어벤져스 급 기업인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은 것은 물론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의 명불허전 브로맨스까지 화제가 됐다.
이 대통령 방미를 계기로 한미 AI(인공지능) 첨단산업을 대표하는 '빅샷'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보기 드문 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
우리 정부는 지난 24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혁신의 산실이라 할 수 있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샌프란시스코 AI(인공지능) 서밋' 행사를 준비했고 이 자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챗봇 서비스 '클로드'로 유명한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최고경영자), '챗GPT'의 아버지로 불리는 샘 알트만 오픈AI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혹 탄 브로드컴 CEO 등이 이 대통령의 방미 계기로 한자리에 모였다
이 대통령은 서밋에 앞서 미국 빅테크 기업인들과 일대일 면담을 통해 한국의 '3대 메가프로젝트' 비전을 설명하는 등 공을 들였고 서밋 행사 뒤에는 일부 인사들과 만찬 회동까지 함께 했다. '시간이 곧 돈'인 이들 기업인이 면담에서 만찬까지 자리를 지킨 것은 그만큼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다.
황 CEO 방한 당시 재계 총수들과 '치맥'(치킨과 맥주), 삼겹살 파티를 해 관심을 끈 만큼 이날 참석자들이 한 메뉴에도 관심이 쏠렸다. 인근 연구진이 자주 찾는 미국 샌프란시스코만 선착장 인근의 한 식당을 찾은 이들은 야외 공간에서 피시앤칩스, 칼라마리 튀김, 크랩 케이크, 클램차우더 등 소탈한 음식에 맥주를 곁들였다. 참석기업의 시가총액만 1경7000조원에 달하는 AI 거물급 기업인들의 만찬이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식사를 함께하는 사이라는 뜻에서 "우리는 식구다"를 외치기도 했다.
한편 이례적인 풍경에 이날 식당에 단체 회식을 왔던 통신보안업체 시스코 개발자들은 식사를 마치고도 자리를 뜨지 않고 이들의 회동을 지켜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의 각별한 '브로맨스'는 지난달 27일 브라질 브라질리아 대통령 관저 '아우보라다 궁'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도 재현됐다. 이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기마병의 호위를 받으며 궁 앞에 등장하자 기다리고 있던 룰라 대통령이 악수와 포옹으로 이들을 따뜻하게 맞았다.
이 대통령과 룰라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캐나다에서 열린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처음 만나 소년공 출신이라는 어려운 환경과 장애를 딛고 국가수반의 자리에까지 올랐다는 공통점을 바탕으로 빠르게 가까워졌다. 올 초 룰라 대통령은 21년 만에 방한하기도 했다.
이번 브라질 정상회담 장소도 특별했다. 룰라 대통령이 관저인 아우보라다 궁에서 외국 정상을 맞은 것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에 이어 이 대통령이 네 번째였다. 또 이 대통령과 룰라 대통령은 때때로 귀엣말을 나누는 등 회담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인수회담에서 확대회담 등 정상회담은 예정됐던 시간(90분)을 훌쩍 넘긴 136분간 진행됐고 회담 후 진행된 양국 공동언론발표에서도 두 대통령은 서로의 팔을 잡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등 친밀한 모습을 보였다.
또 한-브라질 공동언론발표 후 악수하고 포옹하며 기념 촬영을 하고 헤어지려던 찰나 룰라 대통령은 이 대통령을 잠시 불러 세우고는 깜짝 손 하트를 들어 보였다. 이에 이 대통령은 예상치 못했다는 듯 활짝 웃으며 룰라 대통령과 함께 어깨동무하고 카메라를 향해 정답게 손 하트를 했다. 무엇보다 대선 기간 중인 룰라 대통령이 이 대통령을 국빈으로 맞은 것은 그만큼 각별한 예우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 대통령은 브라질 브라질리아에 도착한 지난 26일 밤 9시 화상으로 회의를 열어 청와대 참모진과 소통했다. 대통령 주재의 수석보좌관 회의는 통상 매주 목요일 청와대에서 열리지만 이 대통령이 장기 해외 순방 중이라 점을 고려해 화상으로 회의를 진행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회의에서 "브라질과 대한민국은 정확히 12시간(시차가 난다)"이라며 "우리가 힘든 것은 크게 힘든 것이 아니다. 국민들이 겪는 어려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날 이 대통령은 순방 중간 성과를 공유하는 한편 중동 전쟁 여파에 따른 물가 관리, 청년 대책 및 성장의 양극화 관리, 혼란의 시기를 틈탄 매점매석 및 담합에 대한 엄중 단속 등을 꼼꼼히 당부했다.
이 대통령과 동행했던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한-브라질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 일정까지만 함께한 뒤 곧장 서울로 향했다. 이 대통령의 귀국을 앞두고 조만간 발표될 2026 세법 개정안 등 부동산 대책 등 국내 산적한 이슈를 챙길 것으로 예상됐다.
이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 처음으로 화상 수석보좌관 회의를 연 것은 지난 6월 14일이다. 당시에도 G7 정상회의 및 한-이탈리아 정상회담 차 유럽을 방문, 8박10일간 국내를 비워둔 때였다. 해외 순방 중인 우리 대통령이 화상 수석보좌관회의를 연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당시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관련 시위대에 대한 후속 조치를 포함 각 수석비서관실로부터 현안 보고를 받았다. 그러면서 "모든 공직자는 몸이 어디에 있든 국민의 삶을 살피는 데 한 치의 빈틈도 있어서는 안 된다"며 순방 중 화상회의를 연 배경을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예고 없이 전통시장, 집무실 인근 상가를 방문해 시민들과 직접 소통을 즐기는 이 대통령의 '거리 본능'은 해외에서도 여지없이 나타났다.
이 대통령은 방미 중이던 지난달 25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39(Pier 39)를 깜짝 방문해 현지의 시민·관광객들과 소통했다. 피어 39는 바다사자 서식지와 식당, 상점, 거리 공연 등이 어우러진 복합 문화-상업 공간이다. 과거 산업시설이었던 부두가 새로운 명소로 재탄생한 도시재생의 모범사례로 평가돼 연간 약 1500만명이 방문한다.
이 대통령 부부는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거나 악수와 하이 파이브를 나누고 기념사진 촬영 요청에 응했다. 한 관광객은 자기 딸이 한국에서 공부하기를 희망한다며 한국에 대한 관심을 전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 부부는 샌프란시스코의 전통 있는 식당인 스코마스 레스토랑으로 자리를 옮겨 클램차우더와 파스타 등 현지 음식으로 저녁 식사를 하고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 대통령의 거리 행보는 남미에서도 지속됐다.
이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는 지난달 30일 칠레 산티아고에 위치한 '한국의 거리'를 방문해 한인 동포 및 칠레 시민들과도 소통했다. 한국의 거리는 산티아고 시내 한인회관과 한인 상가들이 모여있는 파트로나토 지역 약 600m 구간이다. 기존 거리의 명칭을 변경하는 방식을 최근 지정됐고 칠레 한인회가 이 사업을 추진해왔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이번 칠레 방문을 계기로 한국의 거리 지정에 힘이 실렸다고 했다. 거리에서 이 대통령을 만난 동포와 주민들은 반갑게 인사를 건넸고 애국가를 부른 동포도 있었다. 이 대통령은 한인이 운영하는 고깃집 등을 들러 상인들을 격려하고 시민들에게 한국 음식이 맛있는지, 한국 화장품이 현지에서 인기가 많은지 등을 물었다.
이런 깜짝 행보에 대해 안귀령 청와대 부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이) 격식 있는 공식 행사장을 벗어나 현지 시민들의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교감하고 세계 각국 관광객들과 직접 소통하기 위해 마련됐다"며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환영과 이 대통령 부부의 화답은 양국 국민 우호를 한층 더 깊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과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로 알려진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과의 첫 만남도 주목받았다. 우리 정상이 아르헨티나를 공식방문한 것은 22년 만이다.
밀레이 대통령은 자유주의 경제학자 출신으로 '정치특권층 혁파'를 외치며 2020년 정치계에 입문, 살인적인 인플레이션 등 아르헨티나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 정책을 앞세워 2023년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승리했다. 정부 부처 및 복지혜택 삭감을 내세우며 상징적으로 전기톱을 든 장면이 전 세계 전파를 타기도 했다. 장기매매 허용, 의료·교육 민영화, 중앙은행 폐쇄, 중국·브라질 무역 중단 등 극단적인 공약을 내건 탓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판박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실제로 친(親)트럼프 성향을 보이기도 했다. 헝클어진 머리 스타일은 밀레이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다.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3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날 있었던 비공개 한-아르헨티나 정상회담이 어땠는지' 질문을 받고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며 "격의 없이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소통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양국 정상은 특히 AI(인공지능)를 두고도 한참 대화를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위 실장은 또 "밀레이 대통령은 보수 성향의 경제학자 출신이고 우리 대통령은 진보적인 정치인이란 점에서 선입견을 갖고 본다면 소통에 갭(격차)이 있지 않겠냐 할 수 있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며 "속칭, 세속적인 말로 하면 아주 기질이 잘 맞아서 서로 간 대화 과정에 공감하는 게 굉장히 컸다. 오늘 회담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성과 있고 속도감 있게 진전시켜 나가자는데 의견 일치가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