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로 선출된 김민석 신임 대표의 최우선 과제는 일체감 있는 당정·당청 관계 재정립과 함께 전례없이 극심한 당내 계파 갈등의 신속한 봉합이 꼽힌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 차질없는 입법 지원을 위해선 집권여당의 '원팀·원보이스'를 복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민주당 전당대회에선 김 신임 대표와 함께 친명계인 박선원·서미화 의원, 친청계 최민희·이성윤·한민수 의원이 최고위원으로 선출됐다. 5명의 선출직 최고위원 중 친청계가 수석 최고위원(최민희)을 포함해 3명으로 친명계를 압도한 것이다.
당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은 이번 전당대회 과정에서 계파로 양분돼 상대 후보들의 과거를 파묘하고 '배신'과 '의리' 등을 언급하며 노골적으로 갈등·반목했다. 민주당 적통 논쟁은 물론 지방선거 책임론, 신천지 개입설, 불법 전화방 운영, 당원 대리투표 의혹 등 네거티브 공방이 어느 때보다 격화했다. 당내에선 의원들과 당원, 지지층이 이미 '심리적 분당' 상태라며 "당이 진짜 쪼개지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정 전 대표는 지난 5일 TV토론회에서 김 대표를 향해 "한번 배신하면 또 배신할 수 있다. 한번 탈당하면 또 탈당할 수 있다"고 저격했다. 김 대표의 과거 탈당 경력을 거듭 문제삼아 '배신자 프레임'을 활용하는 선거 전략이었다.
친명계 당권 주자인 송영길 전 대표는 지난 13일 CBS 인터뷰에서 '붕어 아이큐'라며 정 전 대표를 맹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정 전 대표가 (지방선거 결과를) 당정청이 합의해 이긴 것으로 정리했다는데 완전히 거짓말"이라며 "영상이 박제가 돼 있는데 뻔한 거짓말을 왜 하느냐. 붕어 아이큐처럼"이라고 발언했다.
계파 대리전 양상으로 선거가 치러지면서 최고위원 후보들이 상대 계파의 당 대표 후보를 비난하고 공격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친청계 최민희·한민수·이성윤 최고위원 후보는 김 대표에게 "노무현 후보를 배신해놓고 단일화를 위해 온몸을 던졌다고 윤색하고 있다"고 했다. 친명계 김용·서미화·박선원 후보 역시 정 전 대표를 겨냥해 "민주당 체제가 답보 상태에 빠졌다"며 "지방선거를 지휘했던 지도부는 (사실상의 패배에도)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았다"고 직격타를 날렸다.
이번 전대를 지켜 본 민주당 의원들은 전당대회 이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이재명 정부의 성공과 차기 총선 승리를 위한 '당내 통합'을 한 목소리로 꼽았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국민들이 민주당을 바라보는 시각은 냉정하다"며 "당권을 두고 경쟁했던 후보들 모두 결과를 승복하고 협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초선 의원도 "하루 빨리 화합해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뒷받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지난 1년 동안 지도부의 계파 갈등으로 국민들이 피로감을 상당히 커졌다"고 했다. 정청래 전 대표 체제와 이번 전대 과정에서 '친명'(친이재명)·'친청'(친 정청래)으로 갈려 갈등하고 분열했던 과거를 잊고 당내 화합과 통합을 제1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번 전대가 단순한 당권 경쟁을 넘어 친명계의 '실용주의'와 친청계의 '개혁주의'가 맞붙은 노선 투쟁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갈등의 앙금이 쉽게 사라지긴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특히 2028년 총선의 공천권을 둘러싼 전초전 성격이었던 만큼 총선이 다가올 수록 계파 갈등이 되레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맥락에서 당 안팎에선 계파 갈등을 얼마나 빨리 봉합할 수 있느냐가 김 대표 리더십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 대표도 이를 의식한 듯 이날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1인1표 전도사인 정청래 후보님, 준비된 지도자 송영길 후보님. 저보다 더 뛰어난 역량을 가지신 두 후보님께 감사드린다. 영광이었다. 많이 감사드린다"고 가장 먼저 언급했다.
그러면서 "함께 뛰어서 앞으로 최고위원으로 일하게 될 최고위원 동지들, 아쉽게도 낙선하신 동지들. 그리고 마지막에 경선에서 함께 하지 못했던 최고위원 후보들에게도 감사 말씀 전한다"고 말했다. 또한 "정청래, 송영길 후보와 함께 뛰겠다"며 "제가 그 장을 넓게 열고 함께 모실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