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사진)이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청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헌법에 위배되는 인식"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대법관 제청을 둘러싼 청와대와 대법원의 갈등이 정면충돌 양상으로 흐를 전망이다.
조 대법원장은 22일 언론자료를 통해 "(청와대의) 대법관 재제청 요구에 응할 수 없음을 밝힌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한 문서로써 한다"며 "이번 재제청 요청 관련 문서로는 지난달 28일자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청'이 있을 뿐인데 거기에는 재제청을 요청하는 구체적 사유와 그 헌법적 근거가 적혀 있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특히 "달리 재제청 요청을 정당화할 구체적인 헌법적 근거와 사유를 찾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조 대법원장은 앞서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 임명을 서면으로 제청했다. 청와대는 "대통령과 대법원장간 실질적 협의 없이 서면제청이 이뤄졌다"며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대신 지난달 28일 조 대법원장에게 재제청을 요구했다. 이런 상황에서 조 대법원장이 재제청을 요구한 지 25일 만에 거부하겠다는 답변을 보낸 것이다.
청와대는 "대법원장 입장발표에 대해 깊이 유감"이라며 강한 불쾌감을 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대통령의 임명권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이라며 "대한민국 헌법에 위배되는 인식"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청와대는 "조 대법원장의 입장발표가 마치 이 대통령의 재제청 요청이 헌법상 문서주의와 부서제도를 준수하지 않은 흠결이 있는 것처럼 사실관계를 왜곡했다"고 비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지난달 28일자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청' 공문은 전자문서로 시행됐고 전자문서는 국무총리가 부서했다. 참고로 그간 대법원장 및 대법관 임명시 국무총리 부서만으로 임명이 이뤄졌다"며 "관계 국무위원의 부서가 없어 제청반려 및 재제청 요청이 무효라면 지금까지 국무총리 부서만으로 임명된 대법원장과 대법관 임명효력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하면 대통령이 그대로 임명해야 한다는 것은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의 임명권을 무력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라며 "대법원장은 대법관 공백 장기화가 국민의 피해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현 상황을 방치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조 대법관의 재제청 거부에 강하게 반발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이날 열린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조 대법원장이 구체적 사유와 헌법적 근거가 적혀 있지 않다며 거부했는데 헌법이 정한 대통령의 대법관 임명권 이상의 근거가 어디에 있느냐"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정말 모르는 것인지 모른 척하고 일부러 무시하고 대통령과 권력다툼을 하는 것인지 (모를 일)"이라며 "대통령과 국민을 무시하는 모습에 황당할 따름"이라고 했다. 반면 야당은 이 대통령이 본인의 안위를 위해 삼권분립을 파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대통령의 재제청 요구야말로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무력화시키고 대통령 마음대로 대법관을 임명하겠다는 뜻으로 명백한 위헌"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