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국회·대통령, 제청권 관여 못해"...국감서 여야 정면 충돌

이태성 기자, 양윤우 기자, 정진솔 기자
2026.10.06 17:34

[2026 국정감사](종합2보)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등 국정감사가 속개된 가운데 조희대 대법원장의 자리가 비어있다. 2026.10.06. jhope@newsis.com /사진=정병혁

조희대 대법원장이 6일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국회와 대통령은 대법원장의 제청에 관여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관 제청 과정에 대한 국회의 질의가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을 훼손할 수 있다며 증언을 거부하면서도 관련 질의에 답하는 과정에서 제청권이 대법원장의 권한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여야는 조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을 둘러싼 헌법적 권한과 국회의 국정감사 권한을 놓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조 대법원장이 직접 입장을 밝히면서 국감장에선 대법관 제청권뿐 아니라 사법부와 국회의 관계를 둘러싼 공방이 내내 이어졌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인사말에서 최근 대법관 재제청 요구를 거부한 것은 헌법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헌법의 취지에 비춰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에 관해 증언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삼권분립과 사법독립의 원칙을 훼손할 염려가 있다"며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대법관 제청에 관한 증언을 요구하고 있어 부득이 이에 응하기 어려운 점을 말씀드린다"고 했다.

인사말이 끝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조 대법원장이 증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국감장에서 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사위 야당 간사인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대법원장은 증인으로 출석할 수 없는 이유와 사법부 독립, 대법관 제청에 대한 입장을 충분히 밝혔다"며 "무엇을 더 듣겠다고 대법원장을 강제로 앉혀 놓는 것이냐"고 했다. 서영교 법사위원장은 조 대법원장의 이석을 허용하지 않았고, 여야는 대법원장 이석 여부를 놓고 고성을 주고받았다.

조 대법원장은 일반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증인선서와 증언을 거부했다. 그러나 이후 더불어민주당 김기표 의원 등이 답변을 요구하자 준비해 온 자료를 꺼내 직접 입장을 밝혔다. 대법원장이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직접 답변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후 여당 의원들은 대법관 제청 과정과 업무추진비 사용 의혹 등을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손솔 진보당 의원은 조 대법원장에게 "혹시 제2의 윤석열을 꿈꾸는 것이냐"며 "법복을 입고 정치하는 것 아니냐고 많은 국민들이 묻고 있다"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에 대해 "모욕적이고 슬픈 일"이라고 답했다.

조 대법원장은 대법관 제청권에 대한 질의가 이어지자 헌법 제104조 2항을 근거로 자신의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해당 조항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대법원장이 국회의 동의 절차와 대통령의 임명 절차에 전혀 관여할 수 없듯이 국회와 대통령도 대법원장의 제청에 전혀 관여할 수 없다"고 했다. 또 국회가 대법원장의 제청에 간섭하는 것은 헌법이 정한 기관 간 권한 배분과 사법권 독립에 반하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어진 오후 국감에는 조 대법원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여당 의원들은 조 대법원장이 자리를 비운 가운데서도 오전 발언을 문제 삼았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법상 대법원장도 국정감사 출석 요구 대상이라며 "국회가 물어보는 것도 안 되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그동안 3부 요인으로 대법원장을 존중해왔는데 이 존중을 대법원장 스스로 깨뜨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조 대법원장이 여당 의원들의 질의에 직접 답변한 것 자체를 문제 삼았다. 박 의원은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에게 "대법원장이 직접 답변한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장께서 왜 여기에 출석해 답변하면 안 되는지 스스로 말씀하셨다"며 "답변하지 않는 것이 종국적으로 사법권의 독립을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조 대법원장에게 "대법관의 장기 공석으로 인한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의 추천 내용을 존중해서 최대한 신속히 제재청 절차를 진행해 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법관 재제청을 요구한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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