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안정화기금 금융지원 승인액의 약 90%가 대기업에 집중된 것으로 확인됐다. 기금 선도사업자 가운데 중소·중견기업 비중이 70%대에 달하지만 정작 기금 활용도는 현저히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재정경제부·한국수출입은행(수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급망안정화기금 출범 이후 올 상반기 기준 전체 금융지원 승인액은 16조7980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대기업 승인액은 14조8739억원으로 88.5%를 차지했다. 중소·중견기업에 승인된 자금은 1조5784억원으로 9.4%에 그쳤다. 기타 기업은 2.1%였다.
공급망안정화기금은 핵심 자원·원자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공급처를 다변화하기 위해 2024년 9월 출범한 정책금융기금이다. 수은이 운영하며 주로 기업의 원자재 구매부터 국내외 생산시설 투자·운영자금까지 지원하고 있다.
기금 지원을 받는 공급망안정화 선도사업자는 경제안보품목의 확보·공급을 위해 정부가 사업계획 등을 심사해 선정한 기업이다. 문제는 선도사업자 216곳 가운데 중소·중견기업이 157곳(72.7%)으로 70%를 넘지만, 기금 승인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에도 못 미친다는 점이다.
대기업에 집중된 자금은 대부분 구매자금이었다. 대기업 승인액 가운데 구매자금은 12조4152억원으로 83.5%를 차지했다. 특히 만기 1년 대출이 12조1156억원으로 대기업 승인액의 81.5%에 달했다. 반면 중소기업 지원은 단기 구매·운영자금에 머물렀다. 시설자금과 투자자금 승인은 한 건도 없었다. 중소기업에 승인된 자금은 전체의 1.7%인 2803억원에 불과했다. 세부적으로 구매자금 30건(2603억원)과 운영자금 1건(200억원)이다.
기업 규모별로 지원금액의 편차가 큰 배경으로는 재원 조달 구조가 지목된다. 2026년 8월 말까지 수은의 기금채권 발행액은 10조8881억원인 반면, 정부와 수은의 출연금은 850억원에 그쳤다. 채권 비중만 99.2%에 달했다. 수은이 기금 부담으로 채권을 발행하고 기금이 원리금을 상환해야 하는 구조다. 이에 따라 자금 회수 가능성을 중시하는 운용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 경제안보품목은 현행 '경제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상 원칙적으로 비공개로 관리된다. 문제는 일부 기업의 공시와 보도자료를 해당 기업의 취급 품목과 연결하면 비공개 품목을 유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기금의 대기업 편중을 개선하고 경제안보품목의 관리·공개 기준도 정비해야 한다"며 "채권 조달에 의존하는 재원 구조를 개선하고 정부 출연을 확대해 중소·중견기업과 장기 공급망 투자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 공시를 통해 비공개 품목까지 유추할 수 있는 현실을 반영해 품목 관리 체계를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