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경기 의정부 아파트 화재사고로 4명이 사망하고 99명이 부상당한 가운데 화재현장을 목격한 주민과 현장에서 구조된 부상자들이 '아비규환'이었던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특히 주민들은 인근 도로사정으로 소방차가 현장에 접근하지 못해 피해가 커졌다고 전했다.
이날 화재현장을 최초로 목격한 상인 A씨는 "9시25분쯤 누워있는데 사이렌이 울렸다"며 "먼 데서 사이렌이 요란하게 울려 벌떡 일어나서 현관문을 열고 나와보니 소방차가 서 있고 불이 뻘겋게 올라왔다"고 말했다.
그는 "잠시 후 5층에서 어떤 아가씨 한 명이 소리를 지르며 수건을 흔들었다. '뛰어내리지 말고 거기 있으라'고 말했더니 아가씨가 침대 시트보로 끈을 만들었다. 그게 2층까지밖에 안 닿았는데 불길이 세니 그 끈을 붙잡고 내려왔다. 2층에서 뛰어내렸는데 크게 다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A씨는 "그러는 중에 소방차가 여기저기서 오는데 양쪽 차들이 안 비켜줘서 꼼짝 못하고 있었다"며 "골목 앞에 철망을 쳐서 소방차가 더 못 들어가 화재 피해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안타까운 마음에 사람들이 빨리 비키라고 소리를 치고 욕을 했을 정도다. 그게 벌써 10시가 다 됐을 때"라고 증언했다.
A씨에 따르면 이후 헬기가 도착했다. 경찰과 소방 구급대원이 구조활동을 벌이고 아파트 밖으로 뛰어내린 사람들을 실어나른 후 오전 11시가 지나도 소방차 진입이 어려웠다. A씨는 "도로 통제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소방차들이 여전히 잘 지나가지 못했다. 나이 든 어르신이 도로에 나서 차 빼라고 소리를 지르고 다녔을 정도"라고 말했다.
인근 식당 주인 B씨는 "소방차가 와서 사고 건물을 보니 1층에서 연기가 나고 있었다"며 "1시간도 채 안 된 시각에 맨 위층까지 불길이 옮겨 붙었다"고 말했다.
B씨는 이어 "건물 앞쪽인 골목길 쪽보다 뒤편인 철길 쪽 불길이 더 셌다"며 "10시반 이후에는 주차타워가 타면서 5~10분쯤 간헐적으로 '펑' 소리가 났다"고 전했다.
한편 부상자들도 '아비규환'이었던 화재 현장 상황을 전했다. 아파트 거주자 김모씨(36)는 "9시10분쯤 화재를 인지했고 당시 5층에 있었다. 문을 여니 연기가 자욱하고 정전이 돼 앞이 안 보였다. 화장실에 가 물을 적셔 숨을 쉬려 했는데 화장실엔 창문이 없어 창가로 갔다. 창문 밖으로 4층 여성들이 밧줄을 배관에 걸고 밑으로 내려갔다. 다행히 난 곧 구급대원이 도착해 구조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아파트 거주자 유모씨(36)는 "초반엔 복도에 연기가 없었는데 5~10분 뒤 연기가 가득 찼다. 복도 불도 꺼져있고 가스가 많아 한 치 앞도 안 보였다"며 "사람들이 뛰어다니며 살려달라고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관리실과 통화했더니 곧 구하러 온대서 물수건으로 코 막고 자세 낮춰 대기했다"고 밝혔다.
한편 화재가 시작된 대봉그린아파트가 졸속으로 건축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건물 맞은편에서 영업 중인 A씨는 "2013년 10월 공사 중일 때 벽 쪽에 스티로폼을 많이 써서 스티로폼이 길 건너 100m까지 계속 날아와 상인들이 항의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또 "사람들 사이에서 '옆 건물은 3년 걸려 튼튼하게 짓는데 이 건물은 왜 이리 빨리 짓냐'고 말이 많았다"며 "공사기간이 1년도 안 걸렸다. 어느 날 갑자기 완공됐고, 어느 날 입주했다. 주차타워도 가건물이라는 말이 있던데 이번 화재로 책임질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이날 불은 오전 9시27분쯤 시작돼 2시간17분만인 오전 11시44분에 진화됐다. 경찰 조사 결과 당초 지상 1층 주차장에서 최초 화재가 발생했다는 주장과 달리 1층 우편함 부근에서 발화된 것으로 나타나 방화 가능성도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