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火魔)가 휩쓸고 간 자리는 처참했다. 새까만 그을음이 아파트 지하주차장 온 벽면과 천장을 뒤덮어 사물이 잘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화재 현장 일대에 플라스틱과 비닐 등 온갖 물건의 탄내가 진동해 숨을 쉬기 어려웠다.
10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시 대봉그린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4명이 숨지고 100명이 부상당했다. 부상자 중 중상자가 있어 추가 사망자가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불은 대봉그린과 드림타운, 해뜨는 마을 등 3채의 아파트와 인근 주택 2~3채를 태우고 2시간10분여만에 꺼졌다.
최초 발화지점인 대봉그린아파트는 건물 외벽까지 새까맣게 탔고 철제 구조물이 일부 무너져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었다. 주차장에는 아동용 신발, 유모차, 냄비 등이 까맣게 타 어지럽게 널부러져 있었다.
불이 옮겨 붙어 전소된 인근 주택은 지붕이며 벽이 다 무너져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골목길에는 잿가루가 섞인 시커먼 소방용수로 군데군데 물웅덩이가 생겨났다.
경찰은 3채의 아파트와 인근 상가에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고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화재 피해가 심각한 대봉그린아파트는 주민 출입이 전면 통제됐다. 상태가 비교적 나은 드림타운아파트는 경찰 통제 하에 입주민들만 들어가 귀중품 등을 가지고 나올 수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오늘은 26명이 집에 다녀갔다"며 "내일 69명이 더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나마도 오후 6시 이후로는 출입이 전면 금지됐다.
뒤늦게 찾아온 남성 두명이 현장 관계자에게 자신의 집 호수를 말하며 얼마나 탔는지를 물었다. 관계자는 "거의 다 탔다"며 "상태가 안 좋다"고 말했다. 긴 탄식을 내뱉는 남성들이 안쓰러웠는지 관계자는 "그래도 조금 건질 것이 있어 보이니 내일 오전 10시쯤 다시 와 보라"고 위로했다.
50대로 추정되는 한 부분은 경찰을 붙잡고 들어가게 해달라며 통사정을 했다. 부인은 울먹이며 "아이고 어떻게 이런 일이…"라며 울먹였다. 남편은 자리를 뜨지 않으려고 버티는 부인의 팔을 잡아끌며 "내일 다시 오자"고 말했다.
주민 박모씨(42)는 "짐도 못 챙겼다"며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박씨는 "뭔가 터지는 소리에 문을 열었더니 사람들이 있어서 잠옷바람으로 급하게 나왔다"며 "집에서 나올 때 이미 1층에서 불길이 올라오고 있었다"고 말했다.
인근 주택 주민 이모씨(39)는 "집 안 바닥에 물이 차있고 그을린 흔적과 재들이 널려있다"며 "일단 옷가지와 신발, 세면도구를 들고 나왔다"고 말했다.
경기도 재난안전본부는 화재가 발생한 오피스텔 건물에 대한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붕괴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당국은 3차례에 걸쳐 최초 발화지점인 오피스텔 내부를 정밀 수색했다. 그러나 추가 사망자와 잔불이 발견되지 않음에 따라 수색을 종료했다. 현장에는 비상상황에 대비해 소방차와 구급차 한대가 대기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