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최근 쇼핑하러 명동에 왔다가 시끄러운 소리에 귀를 막았다. 명동역 출구 부근에 놓인 스피커에서 찬송가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A씨는 자리를 피해 명동 중심부로 이동했다. 그러나 A씨는 한 번 더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라 외치는 사람들 탓에 제대로 이동할 수 없었다. A씨는 관할 파출소에 연락해 불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경찰은 A씨에게 "종교 활동은 거리를 무단 점거하거나 소음을 내도 규제할 방법이 없다"는 대답만 되풀이했다.
시민들이 '길거리 포교'로 불편을 겪고 있지만 이를 규제할 수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머니투데이가 중구청의 협조를 얻어 명동에서 길거리 포교 소음을 측정한 결과, 명동예술극장 근처에서 1명이 확성기로 포교하는 소음은 77델시벨을 기록했다. 명동 눈스퀘어 근거에서 단체로 스피커를 통해 포교하는 소음은 85데시벨까지 치솟았다. 평소 명동 길거리의 소음 수치는 약 70데시벨이다.
소음수치가 높은 것은 길거리 포교 종교인들이 확성기를 가지고 다니면서 종교적 메시지를 전달해서다. 대형 스피커로 찬송가를 크게 틀어놓거나 설교를 하는 모습도 종종 발견된다.
종교인들에게는 포교지만 일반 시민에게는 시끄러운 소음이다. 명동 근처 상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모씨는 "주말에 아르바이트를 하러 올 때마다 시끄러운 소리를 듣는 게 힘들다"고 말했다. 행인 김모씨도 "무슨 소리인지 알아듣기도 어렵고 듣고 싶지도 않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게다가 이같은 소음은 규제 기준을 넘어선다. 길거리 소음 규제 관련법인 소음진동관리법에 따르면 상업지구에서 생활소음이 주간 71 데시벨 이상이면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반복적인 소음은 과중 처벌을 받아 3차 위반때에는 1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과 시행령이 허용하는 소음기준도 주간 75데시벨 이하다.
하지만 길거리 포교는 종교의 자유가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이라는 이유로 규제를 받지 않는다. 종교 활동에 따른 소음은 생활 소음으로 분류되지 않아 '소음진동관리법'의 규제 대상이 아니다.
집시법으로도 종교 활동에 따른 소음을 규제할 수 없다. 포교 활동은 집회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길거리 포교는 신고 의무도 없다. 집시법에 따르면 2인 이상이 옥외 집회를 할 때 집회 시작 48시간 전까지 관할 경찰서장에게 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포교 행위는 타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종교 활동이라는 이유로 신고 대상이 아니다.
시민들이 길거리 포교에 따른 불편을 호소해도 경찰과 구청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는 셈이다.
서울 명동파출소 관계자는 "매주 1~2회 가량 민원이 들어오지만 길거리 포교를 규제할 법이 없어 이를 단속하기 어렵다"며 "종교 문제가 예민해 함부로 제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청 관계자 역시 "길거리 포교는 소음 규제 적용을 받지 않는다"며 "민원이 들어와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밝혔다.
종교 전문가들은 종교 행위가 시민들에게 피해를 끼친다면 이를 법으로 규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재현 연세대학교 신학과 교수는 "길거리 포교에 대한 규제를 만드는 것이 종교의 탄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공공장소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들의 권리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타인에게 소음 등 피해를 끼치면서 하는 종교 활동은 건전하지 못한 방식"이라며 "진정한 포교는 구체적인 행위가 아닌 삶과 행동에서 드러나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