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일본처럼 20년 장기불황 겪지 않으려면…

도쿄(일본)=김민우,정진우 기자
2015.06.19 06:30

['잃어버린 20년' 일본, 부활의 현장을 가다]<2>-②일본 전문가들이 한국에 전하는 고언

[편집자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012년 말 '잃어버린 20년'을 벗어나기 위해 아베노믹스를 추진했다. 통화정책(양적완화)과 재정정책, 성장전략 등 ‘세 가지 화살’로 구성된 아베노믹스는 초기엔 비관론이 우세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경제지표가 개선되는 등 성과가 가시화되면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일본 경제전문가들은 아베노믹스 덕분에 일본이 장기불황의 터널에서 빠져나오고 있다는 얘기를 한다. 규제개혁을 통한 신사업 창출 등 성장 동력만 확충되면 일본 경제는 완전히 살아난다는 분석도 나온다. 머니투데이는 창간 14주년을 맞아 일본의 경제·정치·산업현장을 직접 취재, 출범 시기가 비슷한 박근혜 정부와 아베 내각의 명암과 성패를 비교·분석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20년전 일본이 겪은 문제점에 대한 현재적 접근과 해결책을 모색하면서, 대한민국의 '길'을 고민해본다.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강한 리더십과 끊임없는 개혁”

머니투데이 특별취재팀이 만난 일본 전문가들이 한국을 향한 던진 공통된 충고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뒤따르지 않으려먼 “강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기회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고 기업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조언도 잇따랐다.

야마다 히사시 일본종합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리더가 확실한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들은 그것을 믿고 지지해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본이 20년넘게 장기 불황에 빠져있었던 이유는 이를 극복할만한 비전을 제시한 리더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그는 "일본경제가 바닥으로 떨어진 이후 이를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은 다들 했지만 누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고 해도 안 된다는 패배의식이 많았다"며 "이 때문에 일본이 20년동안 장기불황에 빠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베노믹스 이후) 이제는 달라졌다"며 "국민들은 아직 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남아있지만 지금 당장의 눈앞에 대한 불안은 많이 없어졌다"고 덧붙였다.

반면 권력이 집중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오쿠다 사토루 아시아대 아시아연구소 교수는 "한국은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되듯 기업 오너에게도 권력이 집중돼 있다"며 "리더가 오판을 하면 전부 잘못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권력이 집중됐을 때 그곳에서 문제가 생기면 국민의 신뢰를 받기 힘들다"며 "그 근저에는 소통이 안 되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오쿠다 교수는 한국이 일본처럼 장기 불황을 겪지 않으려면 "산업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가전제품이 세계 1위의 시장점유율을 보이던 시절 적절한 시기에 혁신을 하지 못해 뒤쳐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일본이 멈춰있던 사이 한국이 가전분야 1등으로 치고 올라왔다"면서도 "그러나 한국은 아직 세계에서 주요 플레이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아직 중국과 인도와 경쟁해야 한다"며 "한국의 핵심경쟁력이 무엇일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비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노인들이 돈을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쿠다 교수는 "증여세나 상속세를 없애서 아들과 손자들에게 돈을 줄 수 있도록 유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윗세대에 축적된 부가 아래세대로 자연스럽게 흘러 내려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현재 한국 정부가 시행중인 기초연금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가가 직접적으로 노인의 노후생활을 일부 떠받치는 형태로 가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아베정권이 세 번째 화살에서 여성과 노인이 노동시장에 참여하도록 유인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과 맥을 같이하는 얘기다. 일본 정부는 일하는 노인이 늘어나면 정부의 복지예산을 줄이면서 소비부양효과도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오쿠다 교수는 "한국정부가 현재 시행하고 있는 기초연금정책 등 노인 복지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지금은 그거라도 그냥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적절한 대안없이 그것마저도 하지 않을 경우 노인부양과 소비진작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북한과 통일문제에 대해서도 고려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오쿠다 교수는 "한국 경제학자들은 통일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북한이 만일 붕괴한다면 엄청난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한국의 생활수준이 전반적으로 낮아지지 않게 하려면 중국과 대만처럼 1국2체제로 통일을 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수히코 타니가와 와세다대 상학부 교수는 한국기업의 구조조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경우 기업들이 규모를 키우며 비즈니스 그룹을 만드는 쪽으로 가고 있는데 인수합병 등을 통해 몸을 가볍게 해야 한다"며 "좋을 땐 문제가 없지만 회사가 힘들어지거나 위기가 닥치면 힘들어 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산업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경쟁력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기업을 재편해야한다는 얘기다.

하지메 타카타 미즈호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 한국에서 소자고령화(저출산·고령화)부분이 가장 큰 포인트가 될 것"이라며 "출생률을 어떻게 회복시킬 것인지, 이민정책에 대해 어떻게 개방적인 자세를 취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것에 대한 대비를 확실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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