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은 시장경제의 근간이자 생태계입니다. 투명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공안'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1990년대 후반. 증권·금융 분야를 '전공'으로 택한 검사가 있다. 자본시장 발전과 함께 범죄도 날로 지능화됐지만 십수년 동안 시장에서 눈을 떼지 않았던 그의 시야를 벗어나긴 어렵다. 2013년 5월 증권범죄합동수사단 초대 단장과 지난 2월 '금융범죄중점검찰청'으로 지정된 남부지검 초대 2차장도 그의 몫이었다. 지난 21일 만난 문찬석 남부지검 2차장의 이야기다.
1995년 광주지검 공안부에서 공직을 시작한 문 차장검사는 2000년대초 한국기술투자 경영진 비리 의혹을 수사하면서 증권·금융 분야로 진로를 변경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소속이었던 그는 해당 사건이 리타워텍 자사주 시세조종 사건까지 확대되는 양상을 목격하면서 증권·금융 범죄의 위험성에 눈을 떴다.
"시장경제에서 자본시장과 주식시장이란 게 기업들에게 건강한 돈을 공급해야 하는데 이 곳이 혼탁해지면 기업, 나아가 시장경제 전체가 망가질 우려가 있지 않습니까. 인수합병(M&A)와 기업 인수 후 개발(A&D)를 가장한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들의 부당 행위들이 시장을 어지럽히는 모습을 보면서 이 분야 전문 검사에 대한 필요성을 몸소 느꼈습니다"
문 차장검사는 이후 인천지검 특수부장과 조세 전담인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장을 역임하면서 전문성을 인정받아,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근절'을 목적으로 설립된 증권범죄합수단의 초대 수장을 맡았다. 검찰을 비롯해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예금보험공사·국세청 등 관련 기관들이 협업하는 합수단을 이끄는데 그간의 금융범죄 수사 노하우가 기반이 됐음은 물론이다.
특히 신속한 수사가 필요한 사건을 금융당국에서 한 번에 넘겨받는 일명 '패스트트랙' 제도는 사건 처리를 획기적으로 단축하며 합수단에 날개를 달아줬다. 기존의 '거래소-금감원-증권선물위 심의-검찰 수사'로 느릿느릿 이어지던 절차가 한 번에 가능해진 것.
합수단의 성과를 바탕으로 자본시장 수사의 '축'도 남부지검으로 넘어왔다. 지난 2월 기존의 합수단에 더해 금융조사1·2부가 중앙지검에서 남부지검으로 이동한 것. 이를 지휘할 목적으로 신설된 남부지검 2차장에 문 차장검사가 '적임'이라는 데 검찰내 누구도 이견을 달지 않았다.
남부지검에 자본시장을 전담하는 검찰이 자리잡으면서, 업계에선 '여의도의 저승사자'란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문 차장검사는 손사래를 친다. "'칼잡이'가 아니라 건강한 시장경제 활동을 돕는 '여의도 지킴이'로 불러달라"는 당부다.
"검사의 역할은 개인과 단일 기업을 수사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구조적 문제를 발굴하고 개선해 궁극적으로 자본시장을 투명화하는 데 있습니다. 이를테면 코스닥 시장에서 거래량을 활성화된 지표로 삼기도 하는데, 불법 관행에 의해 증가된 거래량은 의미가 없지 않습니까. 이런 부분들을 하나씩 개선해 자본시장 정화와 국가 발전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습니다"
국가의 녹을 먹는 공직자로서 매일 "밥값은 했나"라고 자문한다는 그는 머니투데이 독자들에게 '착한 투자'에 대한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코스닥 시장에서 '작전주'라고 알려지면 오히려 해당 주에 몰리는 분들도 있습니다. 문제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투기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죠. 작전 세력들의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엄벌은 검찰이 맡을테니, 국민들께서도 건전한 기업에 투자하는 '착한 투자'를 해 주신다면 작전 세력이 발붙일 곳은 없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