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지 않는 전관예우 '전화변론', 안 막나 못 막나

양성희 기자
2015.09.22 15:11

변호사 단체 전화변론 근절 법안 추진…"자정 노력 없으면 효과 없어"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가 선임계를 내지 않고 사건을 수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법조계의 해묵은 관행인 '전화변론'이 다시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그러나 마땅한 해법이 없어 특단의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화변론은 전관예우의 대표적 행태로, 법원·검찰의 고위 간부를 지낸 변호사가 후배 판·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사건을 언급하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뜻한다.

전화변론 행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건 2001년 이른바 '이용호 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김태정 전 법무부장관이 선임계 제출 없이 사건에 개입하면서부터다. 그는 당시 서울지검장에게 건 전화 한 통으로 1억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 당시 김 전 장관의 행태에 대한 비판은 거셌지만 그로부터 14년이 지난 지금도 전화변론은 사라지지 않았다.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최근 최교일 전 고검장 사건이 이슈가 되면서 실체가 드러났는데 실제로 전화변론은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한규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도 "법조계에 뿌리 깊은 관행인데 매번 이슈가 됐다가도 해결 없이 끝나곤 했다"며 "입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호사 단체는 전화변론을 근절하기 위해 형사처벌 조항을 두는 것을 골자로 하는 변호사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서기호 정의당 의원은 이를 넘겨받아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개정안은 선임계를 내지 않고 전화변론 등의 활동을 하는 변호사에 대해 벌금형을 넘어 실형에 처할 수 있도록 처벌규정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안에 '1년 이하 징역,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명시할 방침이다. 또 전관 변호사로부터 접촉을 당한 현직 판·검사가 의무적으로 신고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의견을 모으고 있다.

현행 변호사법 29조2항은 "변호사는 법원이나 수사기관에 변호인선임서나 위임장 등을 제출하지 않고 사건을 변호하거나 대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게 된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해당 조항은 처벌 효과가 미미해 재발 방지책으로 작동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현행법상으로는 과태료를 내면 그 자체가 징계가 되므로 별도의 불이익을 받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형사처벌이 곧 변호사 결격사유로 이어져 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다.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기로 한 서기호 의원도 이 같은 지적에 목소리를 보탰다. 서 의원은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는 전관 변호사들에게 큰 부담을 주지 않는다"며 "형사처벌과 징계 요건을 강화해 전관예우의 전형적 형태인 전화변론을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전화라는 수단으로 로비행위가 은밀하게 이뤄지는 만큼 적발이 쉽지 않고 기수문화가 뿌리내린 법조계에서 신고제도는 유명무실하다는 지적도 있다. 결국엔 법조계의 자정 노력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전화변론 행위는 워낙 음성적으로 이뤄져서 규정하고 있는 처벌의 수위를 높인다고 하더라도 경각심을 불러올 뿐 큰 실효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전관뿐만 아니라 현직에 있는 공직자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법원과 검찰 내부 비판·감시 장치를 두는 것이 급선무가 돼야 한다"며 "또한 전관을 기대하는 당사자의 상대방이 되는 쪽에서 재판부 기피 등을 쉽게 신청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한 변호사 역시 "전화 한 통으로 전하는 안부와 사건 관련 청탁의 경계가 모호할 수 있고, 최소 연수원 동기거나 선배인 변호사의 연락을 전관예우로 치부해 먼저 신고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재판에 넘어가기 전 단계는 비공개 영역이라는 점도 은밀한 로비를 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결국 논란이 불거지기 전에 스스로 주의하고 전관예우의 경계를 민감하게 의식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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