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창조경제 정책에 악영향을 주는 자가당착적 조치입니다."
'다시 쓰는 한국현대사'(다현사)를 쓴 재야작가 박세길씨(53)는 지난 18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중·고등학교 한국사교과서를 국정화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을 두고 이 같이 비판했다.
총 3권으로 구성된 다현사 시리즈는 한국 현대사를 진보진영의 시각에서 재조명해 청년·대학생들로부터 상당한 인기를 모으면서 1990년대 대학 사회의 '필독서'로 불린 책이다.
박 작가는 최근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관련, "획일화를 강요할 수 있다"며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역사는 철학과 더불어 모든 학문의 기초"라며 "학생들에게 하나의 관점으로 역사를 가르치면 모든 학문에 대해 획일화된 관점을 갖게 되고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정화는 현 정부의 이른바 '창조경제' 정책과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창의성을 경제의 핵심 가치로 두는' 현 정부의 국정과제인 창조경제와 교과서 국정화는 서로 모순이라는 비판이다.
박 작가는 "사람들이 다양한 생각을 갖고 있어야 서로 자극을 주고 받으면서 전에 없는 새로운 생각이 탄생해 결국 창조경제가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생물학적으로도 동종교배(同種交配)는 퇴화하고 이종교배(異種交配)는 진화한다는 게 증명되지 않았나"라고 강조했다.
'검인정 체제의 교과서들 대부분이 좌편향됐다'는 정부의 국정화 명분에 대해선 "모든 현상에는 공과 과가 함께 있기 때문에 관점에 따라 조금씩의 편향은 불가피하다"며 "이는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가야 할 문제지, 정부가 강제로 획일화 해서 풀 일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박 작가는 정부의 국정화 시도에 "큰 걱정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국의 역사학자들이 '교과서 집필 불참'을 선언하는 등 국정화 교과서에 우려를 표하고 있는 가운데 진보 진영 대표적 역사저작물의 작가로서 흥미로운 반응이다. 그는 이 같은 반응의 근거로 '대중의 올바른 판단'을 꼽았다.
박 작가는 "국민들의, 특히 젊은 층의 역사 의식이 상당히 높은 수준에 올라왔다"며 "현 정부의 이 같은 반민주주의적인 국정화는 큰 저항에 부딪히고 있고, 결과적으로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일각에서 국정화 문제에 대한 찬반을 좌와 우, 진보와 보수, 민주화 세력 대 산업화 세력 등의 진영논리 대결로 몰고 가며 사회적 분열을 조장하는 행위는 가장 경계해야 할 현상"이라며 "국정화 여부는 철저하게 민주주의 대 전체주의, 상식 대 비상식의 프레임으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박 작가는 서울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대학 시절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이래 줄곧 재야 활동에 주력해 왔다. 현재 노동조합, 시민단체, 공공기관 등을 상대로 강의를 하거나 집필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6월 출간한 '한국현대사 열한 가지 질문'에서는 무력통일 시도하며 분단을 고착화시키는 북한 체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무능한 진보 진영 등에 대한 강한 비판 의식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