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금융상품, 금융공학적 분석 필수"

황국상 기자
2016.01.15 08:24

[the L][인물포커스]나지수 서울변회 공보이사, 'ELS분쟁' 석사논문 발표

나지수 서울지방변호사회 공보이사 ©서울지방변호사회

"주가연계증권(ELS) 발행사인 증권사의 기초자산 대량매도와 관련한 잇따른 소송에 대한 판결은 금융공학적 분석이 빠져 있었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입니다. 대법원이 원피고의 주장 입증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해줘야 당사자들이 납득할 수 있고, 나아가 후속소송에서 하급심의 판단에도 도움이 될것입니다."

나지수 서울지방변호사회 공보이사(변호사, 사진)는 최근 서강대 법학과 대학원에서 'ELS 델타헤지(변동성축소) 거래 관련분쟁의 분석'(지도교수 이상복)이라는 주제로 석사논문 인준을 받았다. 한국거래소 분쟁조정팀에서 활동 중인 나 변호사는 13일 머니투데이 더엘(the L)과의 인터뷰에서 "현재도 다수 진행 중인 ELS 델타헤지 관련 분쟁에 대해 이정표를 제시하고자 이번 논문을 작성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금융투자협회, 한국예탁결제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말 기준 ELS 발행잔액은 62조4820억원으로 전년말, 2013년말에 비해 각각 16.4%, 64.5% 증가했다. 당시 기준 국내 주식형펀드 설정잔액(53조6100억원)에 비해서도 16% 가량 더 많다. ELS가 펀드를 제치고 주요 재테크수단으로 자리잡았다는 얘기다.

ELS는 종목·지수의 가격 등이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증권사가 약속된 원금과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도록 설계된 구조화상품이다. 또 채권·주식 등에 옵션, 선물, 스와프 등 파생상품을 내장시키는 등 복합한 구조로 설계돼 있어 투자자와 발행사, 운용사 간의 정보비대칭성이 높다.

2003년 최초로 ELS가 도입된 이후 시장이 커지는 과정에서 불거졌던 주요 논란거리는 증권사가 ELS를 발행해 이 자금을 운용할 때 ELS 중도(만기)상환일에 기초자산을 대량으로 매도해 가격왜곡을 초래한 부분이다. 증권사의 대량 매물출회로 가격왜곡이 발생해 투자자가 기대한 수익을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해당 증권사를 대상으로 민·형사 소송을 잇따라 제기했다. 1심, 2심이 진행될 때마다 투자자와 증권사의 희비도 엇갈렸다. 하지만 대법원은 D증권 민사사건에 대해 투자자의 손을 최종적으로 들어준 데 이어 M증권 형사사건에 대해서도 유죄를 받은 트레이더의 상고를 기각하는 등 투자자 보호에 방점을 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에 증권업계에서는 "기초자산 대량매도는 델타헤지 과정의 하나일 뿐"이라며 "법조계가 금융공학이나 복잡한 금융상품구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불만을 내비치곤 했다.

나 변호사는 "대법원은 D증권 관련 민사소송 1,2심에서 치열하게 다퉈진 ELS상품의 특성이나 델타헤지의 복잡한 논의를 생략하고 발행사와 투자자간의 관계, 민법 신의성실의 원칙과 관련한 주의의무만으로 해결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며 "지난해 6월 헤지원리나 매매양태 등에 대한 치밀한 분석으로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M증권 형사사건의 원심판결이 추후 사건들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논문에서 눈에 띄는 점은 피고인 주장의 근거인 델타헤지가 무엇인지에 대해 금융공학적 분석에서부터 접근했다는 부분이다. 나 변호사는 델타(변동성)를 측정하는 데 쓰이는 모델 자체가 일정한 주가변동성을 전제로 하는 등 비현실적인 가정에서 출발했다는 점, 상환일에 근접할수록 델타가 비정상적으로 급변동하는 모습을 보이는 만큼 완벽한 델타헤지는 이론상으로만 존재하고 불가능하다는 점 등을 꼼꼼히 지적했다.

그는 "첨예하게 원·피고 사이에서 논의된 델타헤지에 대해 명확한 분석을 내리지 않은 경우 증권업계가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델타헤지 업무였다는 점이 인정된다더라도 투자자들에게 불측의 손해를 가함으로써 자본시장의 공정, 신뢰, 효율에 악영향을 끼치는지 여부도 판단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또 "ELS 델타헤지 관련 금융위원회나 한국거래소의 가이드라인이 나온 이후 이같은 거래행태는 줄어들어 ELS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면서도 "매매행태의 진화 등으로 금융공학적 설명이 필요한 분쟁은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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