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분야에서 알파고의 출현과 그 대응

김승열 대한특허변호사회 회장
2016.03.23 11:24

[the L][Law Cafe]김승열 대한특허변호사회 회장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세기의 대결에서 1승 4패로 매치를 마감한 가운데 지난 15일 오후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시상식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홍봉진기자

최근 이세돌과 알파고와의 세기적 대결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같은 맥락에서 법률분야에서도 점차 인공지능에 의한 법률전문서비스의 제공가능성이 높아지고 나아가 조만간 이익비중이 엄청나게 증가될 전망이다.

실제 미국의 경우 간단한 유언장은 '예'와 '아니오' 등의 질의응답 방식을 통해 기계장치를 통해 작성이 가능한 실정이라고 한다. 국내에서도 간단한 법률질의는 포탈사이트 등 검색엔진을 이용하게 되면 상당부분 해결되거나 적어도 해결의 단서를 발견하게 돼 있다. 그간 정보 비대칭성으로 안주해왔던 법률전문 컨설팅 분야에서는 심각한 위기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이같은 법률분야에서의 알파고 출현에 대해 과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이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 여러 각도에서 충분히 검토하고 논의해 결정할 필요가 있다. 비근한 예로 과거 인터넷 출현시 미국 정책당국에서는 인터넷의 부정적 측면에 따른 규제보다는 인터넷 산업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정책하에 이에 대한 규제를 철폐함으로써 지금과 같은 인터넷 산업의 비약적 발전을 가능케 했다는 주장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필자가 미국변호사협회에 갔을 때도 법률분야의 온라인 법률서비스 부분이 논의의 초점이 돼 활발한 논쟁이 이뤄진 바 있었다. 물론 기계장치에 의한 법률서비스의 제공에서 자격여부에 대해 제대로 검증할 수 없는 한계점 때문에 그냥 방치하기에도 어려운 점이 있을 것이다. 이는 곧 사법소비자 보호를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 때문에 규제가 지나치다면 잘못하면 해당산업을 위축시키는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점 역시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어쩌면 모든 분야에서의 알파고 출현은 시대적 추세가 되고 있기 때문에 법률분야 역시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여지고 또 조심스러운 점이 없지 않다.

미국에서는 최근 좀 더 흥미로운 사건이 발생했다. 즉 알파고와 같은 기계장치에 의한 법률서비스가 제공되자 이에 위협을 느낀 노스캐롤라이나 주 변호사협회에서 이같은 행위가 불법이라고 선언한 것이다. 이에 해당 온라인 법률서비스 제공업자가 이에 대해 반기를 들었다. 때마침 해당업체의 운영자는 과거 유명한 '심슨사건'의 형사변론을 담당한 변호사였다. 그는 오히려 해당 주 변호사협회를 상대로 1100만달러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즉 주 변호사단체만의 법률서비스 제공은 독점규제법 위반이고 이에 따라 손해를 입게 된 것이니 이에 대한 배상을 하라는 청구다. 해당소송의 결과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진 바가 없으나 전통적 법리접근 방법에 비춰보면 상당히 충격적이고 파격적 행동이라 아니할 수 없다.

다른 한 편으로 주목해야 할 점은 사법소비자 시장에서 그러한 온라인 법률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실제 있고 또 사법소비자가 이에 대해 만족을 하고 있다면 이의 출현을 단지 막는 것만이 결코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어쩌면 인간과 다른 시각에서 또 다른 평가기준으로 변호사(?) 면허를 주는 방안이 모색돼야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와 같이 기계장치에 의한 법률서비스 제공을 무조건 봉쇄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고 시대역행적 행위로 비난받을 가능성도 있다.

나아가 이같은 추세를 이번에는 가상공간 개념까지 확대한다면 문제는 좀 더 심각해진다. 즉 가상공간에서 알파고가 출현한다면 그 공간에는 어쩌면 인간변호사보다 사법소비자의 수요에 더 발빠르게 대응함으로써 사법소비자로부터 더 환영을 받는 날도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영화 'her'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이 수많은 사법소비자와 동시에 접속한 상태에서 각자의 사법적 수요에 좀 더 완벽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로봇변호사를 사법소비자가 인간변호사보다 더 사랑하는 그 날도 그리 멀지 않을 것 같은 불안감과 기대감이 동시에 밀려온다.

[Who is?]

1961년생인 김승열 회장은 서울대 법과대학을 마치고 사법연수원 14기를 수료했다. 카이스트 지식재산대학원 겸직교수로서 대통령 소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민간위원, 대한변협 소속 지식재산연수원 운영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지식재산금융과 법제도'라는 저서를 발간하는 등 학구파로서의 면모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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