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런 세상]"믿지는 않지만"… 젊은이들 점집 가는 이유는

이은정 기자
2016.03.26 07:49

"위안 삼으려" 젊은층 '힐링 문화'로 자리매김… 재미로 보고 절반 이상은 "안 믿어"

[편집자주] 일상 속에서 찾아내는 정보와 감동을 재밌게 풀어내는 코너입니다. 좁게는 나의 이야기로부터 가족, 이웃의 이야기까지 함께 웃고 울고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합니다.
스마트폰에서 운세를 볼수 있는 다양한 앱들. 가장 인기있는 앱은 다운로드 수가 100만 건에 달한다.

"회사에 목소리만 들어도 싫은 여자 있죠? 조만간 회사를 관둘 것 같은데… 그러니까 좀 맞춰줘. 안 그러면 은민씨 욕하고 다녀서 평판 나빠져"

점쟁이의 말에 배은민씨(32·가명)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며 맞장구를 쳤습니다. 목소리도 커졌습니다. 마주앉은 둘은 공감대가 형성된 듯 대화가 쉴 새 없이 이어졌습니다.

지난 주말 친구와 서울 압구정에 위치한 한 사주카페를 찾았습니다. 커피숍에서 신점, 사주, 타로 등을 선택해서 볼 수 있는 곳입니다. 대기석에서 20분을 기다려야 할 만큼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점술가를 만나기 위해선 테이블로 가서도 최소 2시간 이상을 더 기다려야 했습니다. 카페에는 총 9개의 테이블이 있었는데 대부분 여성들이었고 남성도 2~3명 있었습니다.

연말연시 점집이나 사주카페 등은 신년운세를 보려는 사람들이 몰리며 특수를 누립니다. 이 카페도 1, 2월에는 지금보다 훨씬 손님들이 많았답니다.

20여 년 전부터 사주카페나 타로점집이 유행처럼 자리 잡기 시작했고, 이젠 온라인에서도 운세를 쉽게 볼수 있습니다. 아침마다 운세를 알람으로 보내주는 앱도 있고요. 지난해 12월엔 포털 다음, 카카오, 금융사 등에서 제공하는 신년운세가 메신저나 SNS에서 공유되며 관심을 끌기도 했습니다.

젊은 층에게 점은 과거 어두운 이미지를 벗고 즐기는 하나의 문화가 됐습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84.6%가 운세를 본 경험이 있었습니다.

가장 많이 이용하는 서비스는 인터넷 서비스(57.8%, 중복응답)였습니다. 다음으로는 스마트폰 앱 37%, 점집 23.5%, 신문 20.8% 사주카페 17.3%의 순이었고요. 특히 20, 30대가 스마트폰 운세 앱을 많이 사용하고 있었습니다(각각 48.5%, 43.6%). 사주카페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연령층도 20대(25.4%)였습니다.

응답자의 85.4%는 운세를 보는 이유에 대해 '마음의 위안을 얻기 위해서'라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이들 중 절반 이상(53.5%)이 '운세를 잘 믿지 않는 편'이라고 응답했습니다. 그리고 10명중 7명은(69.1%)은 '운세를 보는 것은 재미있다'고 했는데요. 이 역시 사람들이 운세를 맹신하기 보단 오락적인 역할로 즐기는 것을 알수 있습니다.

직장인 A씨(여·27)는 "힘들 때 친구들에게 용한 점집을 수소문해서 보러간다"며 점집을 찾는 이유는 "앞으로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말을 듣고 싶어서, 한마디로 '답정너' 같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직장인 B씨(여·34)는 "중요한 일을 앞두고 점집을 찾은 적이 있다"며 점쟁이의 말에 당시 심적 불안이 줄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맞지 않았다고. 여기에 대해선 "참고만 했기 때문에 크게 실망하지는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수많은 결정 혹은 막연한 미래 앞에서 마음이 힘든 젊은이들은 '힐링'을 기대하며 운세를 봅니다. 마치 상담하듯 말이죠. 하지만 좋은 말만 들을수 있는 건 아닙니다.

사주카페에서 일하는 한 점술가는 "가끔 좋지 않은 괘가 나올 때가 있다"며 "운명을 바꿀 순 없지만 피해갈 수는 있기 때문에 방법을 알려주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예를 들면 이달에 사고수가 있으니 차를 조심하라는 식입니다.

살면서 누구나 고민이 있습니다. 지칠수록 마음은 나약해지고 부정적인 생각이 더 많이 들기 마련입니다. 그럴 때 듣는 한마디는 이성적인 판단이 힘들 수도 있고요. 하지만 점은 어디까지나 남의 이야기일 뿐, 삶을 결정하는 주체는 자신입니다.

사주카페를 나오며 친구에게 점을 본 소감을 묻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솔직히 잘 맞춘 건지는 잘 모르겠어. 그래도 원했던 말을 들어서 기분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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