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지난 1월 화장품 제조사토니모리는 2014년 8월과 10월에 걸쳐 대한상사중재원에 제기된 전 중국총판업자인 상해요우취신시커지 유한공사(SUIT)와의 손해배상청구 관련 198억원 규모의 중재사안에 대해 승소판정을 받았다고 공시했다. 1년 반 만에 판정이 내려진 셈이다.
토니모리는 2014년 6월경 계약상 의무위반을 이유로 계약해지를 주장하는 내용의 중재를 제기했으나 SUIT는 총판해지로 인한 손해가 195억원에 이르는 데다 기타 반환금 등을 더해 198억원의 지급을 요구하는 반신청을 제기한 바 있다. 대한상사중재원은 토니모리에는 보증금 3억원의 반환을, SUIT에는 2억7000여만원의 손해배상금을 각각 지급토록 판정했다.
#사례2.
지난해 6월 캐릭터 개발·디자인 등을 영위하는오로라(정식명칭 오로라월드)는 같은 해 3월 미국소재 툰존(Toonzone) 스튜디오가 제기한 125억7000여만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중재사안에 대해 대한상사중재원이 오로라에 10억원 규모의 지급을 명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공시했다. 중재신청이 접수된 지 3개월만의 결정이다.
오로라는 상황종료 사안에 대한 툰존 측의 일방적 청구일 뿐임을 주장했다. 대한상사중재원은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서는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으나 형평을 이유로 오로라에 툰존이 지출한 제작비 일부(약 10억원)를 보전해 줄 것을 결정했다. 오로라는 "툰존의 제작지연 등에 따른 손해에 대해 일체의 민형사상 청구를 미국에서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간 분쟁이 발생할 때 소송이 아닌 중재절차를 활용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시간·비용 등 효율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데다 국제협약으로 보장된 집행강제력 등의 장점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16일 대한상사중재원에 따르면 이 기관에 접수된 국내·국제 중재사건 건수는 2011년 323건에서 지난해 413건으로 27.9% 늘었다. 중재신청 금액도 같은 기간 4230억원에서 8318억원으로 96.6% 증가했다.
지난해 전체 중재사안의 82.1%인 339건이 국내에 주된 영업소나 주소를 둔 당사자간의 중재(국내중재)였고 74건(17.9%)이 당사자 중 1인 이상이 국외에 영업소를 두는 등 경우의 중재(국제중재)였다. 지난해까지 최근 5개연도 기간 대한상사중재원에 접수된 사안 중 국제중재의 비율은 평균 22%에 이른다.
전체 국제중재 건수(74건)의 약 절반인 30건이 미국(18건) 중국(12건) 등 2개국 소속업체와의 분쟁이었다. 베트남(6건) 이탈리아 싱가포르(각 4건) 프랑스 독일 사우디아라비아(각 3건) 등도 국제분쟁 당사자의 주요 국적으로 나타났다.
국제분쟁에서는 무역(50건) 건설(10건) 지식재산(3건) 등 부문에서 주로 중재신청이 제기됐고 지급이나 계약해석상 이견, 납품의 지연·취소 등에 대한 내용이 중재대상이었다.
국내중재 339건 중에서는 건설관련 분쟁의 비중이 123건(36.3%)으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상거래(58건) 부동산(38건) 등에서도 중재신청이 많았다. 국내분쟁에서도 지급(194건) 계약해석상 이견(63건) 납품지연·취소(36건) 등이 주된 분쟁대상이었다.
중재사안이 증가하는 이유로는 시간·비용상 효율성을 우선 들 수 있다. 앞서 살펴본 토니모리, 오로라월드가 해외 당사자와 다툰 중재 소요기간은 각각 1년3개월, 3개월에 불과했다. 국제분쟁임을 감안할 때 특히 짧았던 케이스다. 대한상사중재원이 지난해 완료한 국제중재 73건의 평균 소요일수는 262일로 9개월이 채 안되는 기간이었다. 국내중재의 경우는 163일로 더 짧다.
비용 면에서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평가다. 중재기관이나 분쟁금액, 중재인의 수 등 세부사항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대한상사중재원의 경우 분쟁신청금액이 10억원인 경우 중재비용은 국내중재가 약 1400만원, 국제중재가 약 2550만원 정도다.
상대적인 집행력에 있어서도 중재가 당사자 소속국의 국내판정에 비해 강할 수 있다. ICC(국제상공회의소)는 1958년 국제상거래에서의 상사중재 활성화를 위해 '외국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뉴욕협약'을 만들었다. 협약당사국간 중재결정의 집행을 상호보장하기 위한 조약이다. 한국은 1973년에 이에 가입했으며 올해 1월 기준으로 글로벌 156개국이 이에 가입돼 있다.
비밀준수 등을 이유로 한 중재의 활용도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재심리는 비공개가 원칙이기 때문에 영업비밀이나 신원 등 사항의 노출에 따른 부작용이 적다. 이 때문에 연예인 등 분쟁관련 신원노출에 민감한 직종에 종사하는 이들은 물론 민감한 사안으로 인해 신용도 하락 등을 우려하는 기업 등 당사자들의 중재절차 활용이 늘어나고 있다는 평가다.
한편 국내에서도 중재산업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해 중재대상 분쟁의 범위를 확대하고 중재합의 요건을 완화하는 등 내용의 '중재법' 일부개정안을 내놓은 데 이어 같은 해 중재 전문인력 양성 등을 도모하는 내용의 '중재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내놓은 바 있다. 이들 안은 현재 19대 국회에 상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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