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태헌 기자,김일창 기자 =
"지난 설이랑 비슷하게 주고 받았다. 챙길 건 챙겨야지."
"아무래도 한우같이 고가 선물은 망설여지죠. 조심하는 분위긴데."
추석연휴를 앞둔 10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의 한 백화점 지하에 마련된 식품코너는 추석 선물을 보러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지하 2층 식품관에 들어서자 10여명의 배송상담원이 전화상담을 하거나 앞에 앉은 손님과 대화를 나누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같은 배송상담 부스는 평소와 달리 매장 곳곳에 마련 돼 있었다.
오는 28일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추선선물을 고르는 시민들은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자영업자 박모씨(73)는 "주로 거래처에서 매년 선물이 들어온다"며 "지난 설과 비슷하게 선물을 주고 받았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모씨(40)는 "아직 법 시행 전인데 챙길 건 챙길 생각이다"라며 "김영란법이 신경 쓰이긴 하지만 남들 다 하는 추석 선물을 안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하는 것이고 법인카드를 사용하는 것도 아니라 예전처럼 준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주부 장모씨(33·여)는 "아무래도 김영란법을 앞두고 주변 사람들 대다수가 신경쓰는 분위기"라며 "남편은 아예 '주고 받고 하지 말자'는 연락도 받았다"고 말했다.
홍삼음료 등 건강식품 코너엔 고객이 붐비는 반면 한우 등 전통적으로 높은 매출을 보였던 곳은 한산한 분위기였다. 정육코너 판매원 A씨는 "30만원대 이상 매출이 적어진 건 사실"이라면서도 "꾸준히 해 온 고객은 또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기업이나 단체 차원이서 수십개씩 단체로 하는 물량이 확실히 줄었다"고 덧붙였다.
건강식품 판매원 B씨는 "아직 점심 전인데 홍삼음료 세트만 10개 이상 팔았다"며 "가장 많이 나가는 가격대는 3만~4만원대 인 것 같다"고 말했다.
관련매출 통계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2일부터 이달 6일까지 추석선물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8% 증가했다고 밝혔다. 건강식품은 36.5%, 생활용품과 가공식품 부문이 20.1% 각각 증가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5만원 이하의 실속형 상품 수요 증가가 뚜렷하다"고 밝혔다.
대형마트도 마찬가지다. 지난 1일부터 6일까지 이마트 판매 실적을 살펴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전체 15.1%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문별 증가세를 보면 값이 상대적으로 비싼 한우 갈비세트, 한우 냉장세트가 각각 12.8%, 9.1% 감소했다. 반면 건강식품 성장세가 크다. 홍인삼 관련 세트가 65.0% 증가했고, 건강기능 선물세트도 8.8% 늘었다.
◇추석선물 국회는? "이 정도면 썰렁~" vs "갑은 갑이구먼~"
지난 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은 선물을 실어나르는 택배 차량으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관계자들은 김영란법을 시행 여파로 인해 선물이 줄어들었다는 반응과 그대로라는 주장이 엇갈렸다.
국회 의원회관 택배 수령장소에는 곳곳에서 온 추석선물 택배가 쌓여 있었다. 택배회사 기사 수십명이 각종 박스를 옮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택배기사 C씨에게 지난해보다 택배량이 줄었냐고 묻자 "많이 줄었다고 생각한다"며 "작년의 3분의 2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C씨가 옮기는 카트에는 한 눈에도 위태로워 보일 만큼의 택배 상자가 가득 쌓여 있었다.
택배기사 D씨도 C씨와 같은 생각이었다. D씨는 "올해 김영란법 시행된다고 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지난해보다 줄어든 느낌은 든다"며 "택배가 줄어든 걸 체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택배기사 E씨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양이 배달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김영란법, 김영란법 하는데 저는 작년과 재작년과 택배 물량이 비슷하다고 느낀다"며 "크게 선물이 줄어들거나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 의원회관을 찾은 이모씨(48)는 쌓인 택배박스들을 모습을 보고 "선물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기사를 본 것 같은데 예상보다 많아 놀랐다"고 말했다.
국회의원 관계자들은 김영란법이 시행되기 전이지만 조심하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선의 한 여당의원 보좌관은 "법 시행 전이지만 올해 추석은 선물에 의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며 "선물을 최대한 자제해달라고 하거나 온 선물을 돌려보내는 의원도 있는 거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 야당의원 보좌관은 "선물은 지난해보다 확실히 줄어들었다"며 "지난해에는 선물 챙기러 가는 게 하나의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다른 야당의원 비서관은 "올 추석까진 영향이 적을 것 같고 법 시행 후인 내년 설부터 영향이 눈에 띄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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