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내가 촛불 든 이유…분노, 동시에 희망도"

방윤영 기자, 김민중 기자, 윤준호 기자
2016.11.13 08:11

지방서 올라온 시민, 아이 데리고 온 가족, 중년부부 등 다양한 목소리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민중총궐기투쟁본부·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2016년 민중총궐기 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뉴스1=안은나 기자

"나라꼴을 보고 이민 준비까지 했는데 시민들을 보고 희망을 얻어 집회에 참석했습니다."

12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민중총궐기 서울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이날 울산에서 올라온 오동방씨(57)의 말이다. 오씨는 "(정권에 대한 실망감으로) 비참한 심정이지만 다음 정권을 기대하며 집회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날 역대 최대 규모인 100만(주최측 추산, 경찰 추산 26만명) 시위대가 몰렸다. 많은 숫자만큼이나 참석한 시민들의 면면과 목소리도 다양했다.

아이 엄마인 박모씨(36·여)는 경기도 남양주에서 6살배기 아들을 데리고 왔다. 아들은 아빠 목말을 탔다. 박씨는 "아이에게 현실을 보여주기 위해 나왔다"며 "앞으로 아이가 꿈을 펼쳐야 할 세상을 바로잡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모씨(37·남)는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아내와 함께 집회에 참여했다. 이씨는 "오늘은 꼭 나와야 한다는 생각에 집회에 참여했다"며 "(집회 참가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 훗날 아이에게 부모가 뭐라도 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 분장을 한 시민도 있었다. 양지은씨(31·여)는 한복에 박 대통령 가면을 쓰고 '내가 7시간 동안 뭐했게?'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양씨는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이 7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밝혀지지 않았다"며 "진실을 밝히라는 의미에서 분장을 하고 시위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4.16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소속이라고 밝힌 양씨는 세월호 선체 모형이 실린 1톤 트럭 위에서 시위를 벌였다.

거리 행진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곳곳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대를 응원하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부부인 정모씨(56·여)와 이모씨(56·남)는 거리 행진을 하는 시위대를 바라보며 '박근혜 퇴진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다. 정씨는 "스웨덴에서 30년 동안 살다 1년 반 전 한국에 왔는데 나라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고 밝혔다.

교수와 공무원 등도 이날 집회에 조직적으로 참가했다. 부산에서 법원 공무원으로 일하는 정모씨(44)는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이 공적 시스템이 아니라 몇몇의 친분으로 돌아간다는 데 분노를 느꼈다"며 "오늘은 공무원이 아니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적 표현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노중기 교수노조 위원장(한신대)은 "(최순실 사태가) 전과 다른 것은 대통령이 범죄자라는 점과 교육·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부정부패가 집적돼 있다는 점"이라며 "박 대통령 퇴진을 시작으로 한국사회 전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12일 박근혜 대통령으로 분장하고 시위에 참석한 시민 양지은씨(31·여)는 한복에 박 대통령 가면을 쓰고 세월호 선체 모형을 트럭에 싣고 시위를 했다. /사진=방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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