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 PC, 최순실 것 아냐"…'가짜 뉴스' 누가 만드나

조성은 인턴기자
2016.12.22 06:30

지라시가 뉴스로 둔갑해 SNS상에 대량 유포…음모론 조장하는 가짜 뉴스 난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상에 유포되고 있는 최순실 관련 가짜 뉴스들/사진=카카오톡 캡처

"속보, JTBC의 태블릿 PC 입수경위 의혹."

최근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JTBC의 (최순실) 태블릿 PC 입수경위 의혹' '박근혜 대통령 중환자실 입원' 등과 같은 지라시 수준의 '가짜뉴스'(fake news)들이 사실인 양 급속도로 대량 유포되고 있다.

그런데 가짜뉴스를 단순히 ‘흥미롭고 어이없는 낭설’ 정도로만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수많은 가십거리가 뉴스 형태로 가공되는 과정에서 항간에 떠도는 루머들이 사실로 날조되기 때문이다.

이들 가짜뉴스는 진짜뉴스와 형식도 같고 그럴싸한 사진과 영상도 첨부돼 언뜻 보면 구분이 어려울 정도다. 게다가 가짜뉴스는 페이스북, 카카오톡, 트위터 등의 SNS를 주요 전달경로로 삼는데 SNS 특성상 단시간에 대량으로 확산된다. 한마디로 막강한 파급력을 지닌 것이다.

이러한 가짜뉴스를 등에 업고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를 비롯한 일부 친박단체는 스리슬쩍 논쟁에서 현 사태의 핵심인 ‘국정개입’을 제치고 태블릿PC의 소유자와 입수 경위만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고 있다.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본질 흐리기의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본질이 아닌 표면에 집중하는 행태는 국면 전환을 위해 흔히 사용돼온 수법이다. 과거 2014년 정윤회 문건 유출 사태 때도 지금과 비슷한 본질 흐리기 현상이 나타났다.

◇가짜뉴스의 폐해

“여러분이 읽고 공유하는 기사를 페이스북이 직접 쓰지는 않지만 우리(페이스북)는 새로운 공론장으로서 사람들이 의미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책임이 있다.”

가짜뉴스의 성행으로 미국 대선 이후 ‘페이크북’(fake book)이라는 오명을 얻게 된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가 사태의 심각성을 절감하고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 말이다. 그는 이어 IFCN(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과 제휴를 맺고 페이스북에 유통되는 가짜뉴스를 가려내는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독일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가짜뉴스로 한바탕 홍역을 치르는 중이다. 독일은 현재 난민 유입을 반대하는 세력들이 SNS에 가짜뉴스를 올려 여론을 뒤흔들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독일 법무부 장관 하이코 마스(Heiko Maas)는 “SNS에 가짜뉴스를 배포하는 자는 형사처벌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가짜뉴스가 지난 미국 대선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미국 온라인매체 버즈피드(Buzzfeed)에 따르면 대선기간 페이스북에서 진짜뉴스보다 가짜뉴스의 조회 수가 월등하게 많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의 ‘피자게이트’(Pizza Gate)다. 피자게이트는 힐러리와 민주당 주요 인사들이 워싱턴DC의 한 피자가게에서 아동 성매매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는 내용의 가짜뉴스다. 이를 사실로 믿은 한 20대 남성이 해당 피자집을 직접 조사하겠다며 찾아가 총을 난사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이 사건은 진위여부와 관계없이 일파만파 퍼져나가며 가짜뉴스의 심각성을 부각시켰다.

이외에도 “프란치스코 교황이 트럼프를 지지한다” “힐러리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에 무기를 공급했다” 등의 허무맹랑한 가짜뉴스들이 SNS를 타고 순식간에 공유돼 미국 유권자들을 현혹했다. 결국 힐러리는 지난 11월 대선에서 예상치 못한 참패를 당했다.

이처럼 가짜뉴스는 해명을 무색케 할 정도로 삽시간에 번지고 루머를 진실로 둔갑시키는 위력을 지니고 있다. 힐러리의 사례처럼 한 번 퍼지면 루머가 진실처럼 각인돼 손을 쓰기도 힘들다.

◇가짜뉴스를 만드는 사람들

많은 이가 가짜뉴스의 폐해를 통감하지만 그럼에도 가짜뉴스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목적을 가지고 거짓을 만들어내는 주체와 그 거짓정보를 소비하는 수용자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국 NBC방송의 지난 9일 보도에 따르면 마케도니아에 사는 한 17세 소년은 6개월간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의 지지를 유도하는 가짜뉴스를 만들어 6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실제로 가짜뉴스로 인해 얻는 수익은 꽤 쏠쏠하다. 미국 광고업계 임원에 따르면 가짜뉴스 사이트는 한 달에 수만 달러의 광고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 소년 역시 돈을 벌 목적으로 가짜뉴스를 만들어 자신의 웹사이트에 게재하고 이를 이용해 광고수익을 챙겼다.

소년이 만들어 배포한 가짜뉴스는 실제로 미국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쳤지만 그럼에도 그는 일말의 가책조차 느끼지 않았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터무니없는 거짓내용의 지라시들이 나도는 현상 그 이면에는 분명 정치적 계산이 숨어 있다. 국정농단 책임의 소재를 분명히 하고 무너진 국정을 재정비하는데 집중해야 할 시점에 쏟아지는 가짜뉴스들은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국민의 관심을 분산시킨다.

이처럼 혹자는 경제적 이득을 위해, 또다른 누군가는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가짜뉴스를 만들어 유포한다.

미국 심리학자 니컬러스 디폰조(Nicholas DiFonzo)는 자신의 저서 ‘루머사회’에서 “루머는 목적을 가지고 전염병처럼 퍼진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목적을 가지고 거짓을 생산해낸다는 것. 가짜뉴스 생산자들 역시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가짜뉴스를 만들어 배포한다.

◇가짜뉴스에 열광하는 사람들

그렇다면 누가 가짜뉴스의 타깃이 될까.

가짜뉴스의 타깃이 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불확실성과 불안감으로 대변되는 현실사회 속에서 추측이나 가설을 사실처럼 만든 가짜뉴스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다.

디폰조에 따르면 루머는 불확실성과 불안이 통제하는 상황에서 발생한다. 즉 불안이 도사리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내면의 방어기제를 발현하는데 그중 대표적인 기제가 ‘선택적 지각’이다.

선택적 지각이 발현되면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말만 듣는다. 이 대목에서 가짜뉴스에 열광하는 수용자들의 심리가 설명될 수 있다.

또한 이들은 단순히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얻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확대·재생산하는데, 이는 다른 이들의 공감을 얻어 자신이 가진 정보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받고픈 ‘확증편향’이라는 또다른 방어기제의 발현이다. 동시에 타인의 불행을 보며 비교우위를 느끼고 싶은 심리의 작용이기도 하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