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바람타고 확산되는 '공유경제 바람'

이미호 기자
2017.02.19 06:30

의·식·주 생활상 변화…재능·지식 등 공유의 영역은 '무한대'

40~50대와 20~30대가 해외 여행에 나설 때 다른 점은? 요즘 20~30대는 해외 여행을 갈 때 호텔 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게스트 하우스를 이용하는 이들도 많지만 에어비앤비(Airbnb)의 활용도가 다른 세대보다 높기 때문이다. 에어비앤비를 잘 이용하면 주방이 딸린 스튜디오나 아파트, 단독주택을 빌려 지역 주민들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기회를 누릴 수 있다.

예컨대 파리 15구에 숙소를 빌리고 숙소 근처 모노프리(MONOPRIX)와 같은 현지 마트에 들러 식재료를 직접 구입하고 요리도 할 수도 있다. 아침 일찍 산책을 나갔다 갓 구운 빵 냄새에 이끌려 바게트나 크라상, 쇼콜라테 등 빵 종류를 잔뜩 구입해 커피와 즐기는 이색적인 파리지앵의 삶도 만끽해볼 수도 있다.

경기 불황이 만든 변화도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인 장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젊은이들은 더 이상 이전처럼 자동차를 구매하지 않는다. 아니 살 여력이 없어진 것이다. 취직도 힘들고 아르바이트로 이어가는 생계에 자동차 구입은 사치다. 하지만 가끔 데이트를 하거나 무거운 물건을 옮겨야 할 때처럼 자동차가 절실할 경우도 종종 있다.

소득에 다소 여유가 있는 직장인도 부담은 마찬가지다. 주말을 제외하곤 주차장에 항상 서있는 자동차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아프다. 자동차 값은 차치하더라도 연간 자동차 보험료만 100만원이 넘고, 연간 자동차세도 50만원에 달한다. 낭비란 생각을 버릴 수 없다. 이럴 땐 3~4시간 정도 꼭 필요할 만큼만 차를 빌려 쓰는 나눔카 서비스가 긴요하다.

경기불황이 이어지면서 공유 경제가 일상 곳곳으로 파고들고 있다. 집과 사무실, 자동차, 공구, 육아용품, 의류 등 유형의 자원 뿐만 아니라 경험·재능 등 무형의 자원까지도 공유해 기존보다 적은 비용을 지불하는 새로운 형태의 경제개념이 '실속파 소비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경기침체+공유경제가 낳은 '짠테크'=공유경제란 자동차, 빈방, 책 등 부동산이나 물건을 여러 사람이 공유함으로써 자원 활용을 극대화하는 경제 활동을 말한다. 소유자 입장에서는 효율성을 높이고 구매자는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차량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버(Uber)와 숙박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어비엔비가 대표적 공유경제 사례로 꼽힌다.

공유 경제를 얘기하면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사실은 서울시가 공유경제 부문에서 전세계적으로 단연 주목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서울은 지난 2012년 전 세계 도시 가운데 처음으로 '공유 도시'를 선포했다. '공유 경제'의 대명사인 에어비앤비 공동창업자 조 게비아는 공유도시의 미래로 서울을 지목했다. 그는 지난해 2월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TED 콘퍼런스 둘째 날 강연에서 "고립과 단절 대신 공동체와 연결하는 공유 도시의 미래가 바로 한국의 도시 서울에서 시작됐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실제로 공유경제 서비스는 이미 서울 시민들의 의·식·주 곳곳에 자리 잡았다. 그린카, 쏘카, 한카, 에버온 등 차를 소유하지 않아도 필요할 때 언제 어디서나 내 차처럼 편리하게 빌려서 이용할 수 있다.(카셰어링)

야간에 비어있는 마트나 빌딩 주차장을 인근 마을 주민들이 빌릴 수 있고(모두의 주차장),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숙소를 제공(코자자)하기도 한다. 전동드릴처럼 일년에 몇번 사용하지 않는 공구는 가까운 공구 대여소에서 빌리면 된다.(공구 도서관)

하루가 다르게 아이들이 커간다면 옷을 다른 사람에게 대여해 주고 장난감도 빌릴 수 있다.(키플) 취업을 준비하는 졸업생은 면접 정장을 사지 않고 대여할 수 있다(열린옷장).

◇무궁무진한 공유의 영역 "어디까지 함께 쓸까?"=지자체가 갖고 있는 공간과 정보 등 '플랫폼 자체'도 공유할 수 있다. 전시, 회의, 동아리 모임 공간이 필요하면 공공시설 유휴공간을 활용하면 된다. 동 주민센터나 시·구 청사의 남는 공간을 시민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것이다.

석·박사 대학원생이라면 논문쓸때 필요한 정보도 공유경제를 통해 얻을 수 있다.(열린데이터 광장) 도시계획과 유동인구, 치안, 교통정보, 보건, 산업 등 4527개의 데이터를 무료로 볼 수 있다.

개인이 가진 재능과 노하우도 공유가 가능하다. 평소 만나고 싶었던 사람을 책 대출하듯 신청해 경험과 지식을 공유할 수도 있고(위즈돔), '초보엄마'에서 탈출하고 싶다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아이전문가로부터 상담도 받을 수 있다.(아이랑놀기짱)

◇법·제도 뒷받침해야…"공유 범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 필요"=공유경제가 순항만 하고 있는 건 아니다.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기존 제도와 충돌하면서 갈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공유 도시를 가장 먼저 천명했지만, 각종 규제에 발목 잡혀 해외에 이미 혁신자적 지위를 내준지 오래다.

서울시는 공유경제 활성화를 위해 법·제도 개선 과제를 끊임없이 발굴하고 정부를 설득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인식 변화가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소위 '어디까지 공유해야 할지' 논의하는 사회적 토론의 장이 없다는 점도 지적한다. 공유경제의 범위에 대해 토론하고 합의하는 과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전효관 서울시 혁신기획관은 "제도와 법령을 고쳐야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중앙정부에 의견을 적극 개진하고 있다"면서도 "공유의 범위와 관련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토론 기회가 적다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공유경제는 빅데이터,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진화를 거듭할 것"이라며 "소위 '어디까지 공유해야 할지' 논의하는 사회적 토론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