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없는 60일, 격변기 맞이한 한국 정치·사회

김평화, 윤준호 기자
2017.03.10 11:40

[朴 대통령 파면] 정치·사회학자들 "새로운 기반 다질 기회"

4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헌재 탄핵 인용! 박근혜 구속! 황교안 퇴진! 19차 범국민행동의 날'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레드카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대통령 자리가 비었다. 탄핵이라는 형태의 대통령 중도하차는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대한민국은 걷지 않은 길을 걸어야 한다. 당장 60일 안에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격변의 상황이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을 결정한 10일 정치·사회학 전문가들은 법치주의의 기틀을 잡고 국민의 뜻에 의한 정치가 뿌리내릴 기회라고 평가했다. 또 지도자를 뽑을 때 인물 중심으로 판단하던 습관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으로부터 시작된 탄핵

지난해 10월 말부터 19차례에 걸친 촛불집회에서 주최 추산 1500만명 이상이 모였다. 이번 탄핵이 국민으로부터 시작됐다는 것에는 큰 이견이 없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탄핵정국이 과거 정치와 다른 점은 국민의 압박 때문에 시작됐다는 것"이라며 "여당이 충분히 거부할 수 있었음에도 국민 요구 때문에 못했다"고 분석했다.

헌재가 내린 결론이 무질서를 바로 잡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박 교수는 "헌재 결정으로 헌법 절차에 따라 사태가 종료됐다"며 "그 결과에 따라 많은 국민들은 일상으로 돌아가 질서를 잡아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교수는 "상처는 도려낼 때 처음에는 아프지만 아물면서는 아프지 않다"며 "탄핵심판 선고는 그렇게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교수는 "이번 탄핵에서 국민들의 정치참여 욕구가 분출했다"며 "민주사회에서는 정치참여 욕구가 높으면 높을수록 좋다"고 설명했다. 국민들이 직접적으로 정치적 의사를 표출할 국민소환제 등 제도가 없기 때문에 시위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 교수는 "국민들의 정치참여 욕구를 제도화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국민들의 이 욕구를 높이는 쪽으로 가는 게 민주 국가들의 성향"이라고 밝혔다.

◇흔들린 법치주의, 바로 세울 기회

국정농단 사태로 '법대로 하자'라는 말에 담긴 법치주의의 권위가 추락했다.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법을 마음대로 무시했다는 게 드러났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련의 사태를 통해 당국의 법치가 적절히 돌아가고 있는가에 의구심을 품는 사람이 늘어났다"며 "개인적인 법적 문제를 다룰 때도 법의 객관성에 대해 의심이 커졌다"고 말했다.

법치주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고 국민들의 불신이 커졌다.

하지만 희망은 남아있다. 전 교수는 "역설적으로 탄핵이 인용돼 아직까지 법치주의가 작동한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탄핵 이후 그에 반발하는 도전도 거셀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 교수는 "대선 국면에 접어드는 상황에서 법치주의를 공격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라며 "흔들린 기본을 다시 잡아야 하는 다음 대통령은 힘든 임기를 보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치문화 바꿀 기회

사상 초유의 사태에 국민들도 지쳤다. 유례없는 격변기를 몸으로 겪어야 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새로운 시대에는 인물 중심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특정인물이 대한민국을 대표하고 부패를 청산할 수 있는 건 아니다"며 "한국 정치가 잘 안 굴러간 경험을 대통령 하나 잘못 뽑은 탓으로만 돌리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가 말했다.

정치를 이성적으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신 교수는 "정치를 사람 중심으로 본다는 건 감성적으로 보는 것"이라며 "정치는 선과 악의 구도도 아니고 정의를 구현하는 수단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신 교수는 개헌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신 교수는 "탄핵 이후 정국은 원인 분석은 되는데 해법이 없는 상황"이라며 "개헌을 하면 정국을 수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정근식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치인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정 교수는 "탄핵 인용 이후 조기 대선까지 2개월이란 시간 동안 정치인들이 상호 배타적인 입장은 최대한 삼가면서 분열된 국론을 통합하는 데 주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빠른 시일 내 탄핵 인용파와 반대파 사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지금 벌어진 양측 간 갈등의 골을 다시 메꾸는 데에 더욱 큰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