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부모가 키우지 못하는 아이 앞에는 크게 두 가지 선택지가 놓인다. 보육시설로 보내지거나 입양을 가는 것이다. 아이의 일생을 가를 문제지만, 전문가들은 민간 중심으로 제각각 이뤄지는 보육과 입양 시스템이 아동을 위한 적절한 대안을 찾기 힘들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보육과 입양이 필요한 아동들을 돌보는 역할을 민간에 미루고 있는 사이, 아이들은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
◇민간이 알아서 하는 입양·보육
일각에선 입양특례법이 출생신고를 강제하는 방향으로 개정·시행되면서 법이 아동 유기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조금 다르다. 입양특례법 개정 전에도 출생신고는 의무였다. 다만 법 개정 전에는 양부모가 아동을 받아 처음부터 친자인 것처럼 허위로 출생신고를 하거나, 출생신고 없이 유기 아동으로 처리해 해외로 입양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개정 후 입양신고제가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야하는 입양허가제로 바뀌면서 관행대로 할 수 없게 됐다.
법은 입양절차를 체계화해 양부모 자격을 엄격히 심사하고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개정됐다. 과거 입양절차가 허술해 자격없는 이가 아동을 입양해 학대하거나 무책임하게 파양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발생했기 때문이다.
법 개정으로 입양이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 입양특례법 개정 이후 아동 유기가 크게 늘지는 않았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해 '입양특례법의 입법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입양특례법의 부작용으로 유기 아동이 늘었다는 주장이 있지만 법 때문에 영아유기가 증가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분석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유기아동 수는 2006년 이후 매년 200~300여명 수준으로, 법 때문에 유기아동 수가 늘었다고 보긴 힘들다.
입양이 잘 이뤄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출생신고가 아니라 민간 중심으로 운영되는 보육시설과 입양 시스템에 있다. 출생신고가 안된 채 베이비박스에 온 아이들은 대부분 보육시설로 보내진다. 보육시설에 간 아이들은 성본창설 과정을 통해 출생신고가 이뤄진다. 물론 보육시설의 아이들도 출생신고가 되면 입양을 갈 수 있다. 문제는 보육시설과 입양기관을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없다는 점이다.
민간이 운영하는 입양기관은 직접 받은 아이들을 우선 입양 보낸다. 보육시설의 아이들은 입양기관의 관리 대상이 아니다. 입양기관에서는 보육시설에 어떤 아이들이 있는지도 모르니 입양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보육시설 관리자의 의지와 상황에 따라 입양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시설에 남는다. 보육시설로 가고나면 사실상 입양이라는 선택지는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입양은 입양기관을 통해서만 이뤄질 수 있다"며 "보육시설과 입양기관을 연결하는 공적 기관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독일, '아동청'이 입양까지 알선
아동의 양육 지원, 보육시설 입소, 입양 등 아동 보호 업무를 한 곳에서 아우를 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유엔아동권리협약’과 ‘국제입양에 관한 아동의 보호 및 협력에 관한 협약'(헤이그협약) 등은 입양을 권한있는 공적 당국에서 관장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소라미 변호사는 지난 1월 국회에서 열린 '입양아동 학대·사망사건 후 정책변화와 과제’ 토론회에서 "입양이 아동복지 시스템과 분리돼 운영되는 것은 큰 문제"라며 "아동은 친생부모와 함께 살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아동복지·사회복지 서비스를 지원하고 입양은 최후의 방안으로 검토돼야 하는데 우리는 친생부모가 입양기관을 찾아가 아이를 입양 보내달라고 하면 곧바로 입양절차가 개시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친부모가 양육의 어려움을 겪는 경우 먼저 △지방자체단체의 아동복지체계 내에서 상담·양육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이 과정에서 입양이 아이를 위해 가장 적절한 방안이라는 판단이 내려질 경우 공적 기관의 검증을 통해 최후의 방안으로 입양이 검토되는 방향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사법정책연구원이 지난해 펴낸 '입양제도 개선 방안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독일은 대부분의 입양이 '아동청'의 알선을 통해 이뤄진다. 독일 전역에 설치된 아동청은 해당 주의 아동복지 업무를 관장하는데 △아동양육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 △부모 사이 갈등이 있는 경우 △입양을 하려는 경우 △아동이 궁핍에 처한 경우 등 아동복지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 무상으로 필요한 모든 정보와 상담서비스를 제공한다.
사법정책연구원의 안문희 연구위원은 "우리의 입양절차가 전반적으로 (민간) 입양기관의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것과는 달리 독일, 영국, 캐나다, 스웨덴, 프랑스, 중국, 홍콩, 베트남, 필리핀의 경우 정부 또는 공공기관이 입양의 전반적인 절차에 관여하고 있다"며 "(입양 등 결정을) 보건복지부 산하에 있는 중앙입양원이 수행하게 되면 입양 절차 전반에서 통일성·객관성·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