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과 절망사이 '베이비 박스'
저출산이 전국가적 문제로 떠오른 지금도 거리로 내몰리는 아기들이 있다. 베이비박스가 국내에서 첫 문을 연지 올해로 10년째, 베이비박스의 존폐 여부에 논란이 머물러 있는 사이 여전히 한해 200여명의 아기들이 이곳을 찾는다. 부모들이 아기를 안고 이곳을 찾는 이유는 '아기를 키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베이비박스의 법적 논란을 넘어 근본적인 해답을 찾아야 할 때다.
저출산이 전국가적 문제로 떠오른 지금도 거리로 내몰리는 아기들이 있다. 베이비박스가 국내에서 첫 문을 연지 올해로 10년째, 베이비박스의 존폐 여부에 논란이 머물러 있는 사이 여전히 한해 200여명의 아기들이 이곳을 찾는다. 부모들이 아기를 안고 이곳을 찾는 이유는 '아기를 키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베이비박스의 법적 논란을 넘어 근본적인 해답을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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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아 유기를 조장한다." vs "생명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보루다." 2009년 서울 관악구에 국내 최초의 '베이비박스'가 생긴 이후 10년이 흘렀지만 이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유엔(UN)은 세계 각국에 베이비박스를 없애라고 권고하고 있다. 베이비박스 역시 영아 유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다. 지난 1일엔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 베이비박스 등 한국의 아동 유기 상황을 담은 시민사회 연대 보고서가 제출됐다. 4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이뤄진 한국 비영리단체(NPO) 연대가 작성했다. 보고서는 "한국에선 매년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 200~300명이 발견되는데, 민간의 베이비박스가 아동보호의 대안이 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빈자리를 민간이 메우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베이비박스 문제에 손을 놓고 있는 동안에도 매년 200여명의 아기들이 저마다 사연을 안고 베이비박스를 찾아온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베이비박스는 관악구와 경기도 군포 2곳. 주사랑공동체가 운영하는 관악구 베
은혜씨(가명)가 22살이던 4년 전. 몸이 이상하다는 걸 느끼던 은혜씨는 자신이 임신 5개월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 남자친구와는 이미 헤어진 뒤였다. 어지러웠다. 어떻게 해야 하나. 아이 아빠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낳아야겠다고, 혼자서라도 책임을 져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배가 불러오기 시작하자, 2년간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냈다. 사람들이 미혼모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있었다. 사람들이 알까봐 두려웠고, 그들이 바라볼 시선이 무서웠다. 병원도 갈 수 없었다. 병원비도 부담이 됐고, 병원이라고 미혼모에 대한 시선이 다른 것도 아니었다. 헐렁한 옷으로 배를 감추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시간이 갈수록 가족들에게는 어떻게 알려야할지, 지금이라도 포기해야 하는건지, 어떻게 포기할 수 있을지, 아니 그래도 낳아서 키워야지 하루에도 수십번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는 찾아보지도 않았다. 미혼모니까, 누구에게도 도움을 받을 수 없을
"베이비박스에 아기들이 오는 것은 법과 제도의 미비 때문이다. 아이를 지키고 싶은데 출생신고를 도저히 못하는 상황인 부모들이 오는 것이다."(이종락 주사랑공동체 목사) 일각에서는 출생기록이 남을 것을 두려워한 부모들이 베이비박스를 찾는다며 '비밀출산제'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출산 기록이 남지 않도록 비밀을 보장해준다면 부모가 아이를 유기하는 일을 막을 수 있을 것이란 취지다. 그러나 '보편적 출생등록제'도 시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비밀출산제를 먼저 논의하는 것은 선후가 바뀐 임시방편일 뿐이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들은 먼저 모든 아동의 출생등록이 누락되지 않을 방법을 마련하면서, 사각지대를 메우기위한 방안으로 비밀출산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밀출산제가 '베이비박스' 논란의 답이 될 수 있을까? ◇ 비밀출산제…친부모 익명 보장, 출생기록은 법원으로 아이가 태어나면 출생신고를 한다. 일견 당연해보이는 이 과정이 여의치않은 이들이 있다. 이들이 출산 기록을 남기지 않을 수 있
친부모가 키우지 못하는 아이 앞에는 크게 두 가지 선택지가 놓인다. 보육시설로 보내지거나 입양을 가는 것이다. 아이의 일생을 가를 문제지만, 전문가들은 민간 중심으로 제각각 이뤄지는 보육과 입양 시스템이 아동을 위한 적절한 대안을 찾기 힘들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보육과 입양이 필요한 아동들을 돌보는 역할을 민간에 미루고 있는 사이, 아이들은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 ◇민간이 알아서 하는 입양·보육 일각에선 입양특례법이 출생신고를 강제하는 방향으로 개정·시행되면서 법이 아동 유기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조금 다르다. 입양특례법 개정 전에도 출생신고는 의무였다. 다만 법 개정 전에는 양부모가 아동을 받아 처음부터 친자인 것처럼 허위로 출생신고를 하거나, 출생신고 없이 유기 아동으로 처리해 해외로 입양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개정 후 입양신고제가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야하는 입양허가제로 바뀌면서 관행대로 할 수 없게 됐다. 법은 입양절차를 체계화해
"베이비박스에 찾아온 부모들 중 입양을 원하는 부모도 있지만, 아이가 시설로 가길 바라는 부모도 있었어요. 아이가 시설에 가면 다시 찾을 수 있지만 입양은 그럴 수 없으니까요. 지금 당장은 키울 수 없어 베이비박스에 맡기지만 다시 아이를 찾아가겠다며 꼭 다시 찾을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았어요." (정은혜씨·가명·26) 베이비박스에는 아기를 키울 수 없는 부모가 찾아온다. 하지만 이는 이들이 아기를 키우고 싶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키우고 싶지만 당장은 그럴 수 없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베이비박스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부모가 직접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라는데 이견은 없다. 안문희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원가정 보호가 가장 우선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경제·사회적 도움을 통해 가능한 친부모가 자녀를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뿔뿔이 흩어진 지원책들 "임신 사실을 알고 주민센터에
아이를 홀로 키우는 미혼부모들은 정부로부터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을까? 임신부터 출산, 양육까지 시기별로 미혼 한부모가 받을 수 있는 혜택을 정리했다. ◇임신부터 출산까지 '국민행복카드'는 출산 준비시 반드시 발급 받아야 할 카드다. 나라에서 지정한 요양기관에서 이 카드를 이용해 임신·출산 관련 진료비를 결제할 수 있다. 기본 지원 금액은 50만원이지만, 쌍둥이 등 다태아 임산부에게는 90만원을 지원한다. 카드는 분만예정일 이후 60일까지 사용할 수 있으며 그때까지 남은 금액은 사라진다. 임신이 확인된 건강보험 가입자는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또는 카드사에 방문해 임신확인서를 제출하면 된다. 만약 만 18세 미만의 청소년 산모라면 국민행복카드 지원 금액이 170만원으로 늘어난다. 사회서비스전자바우처 포탈(www.socialservice.or.kr)에 접속해 온라인 신청을 해야한다. 미혼모에게만 지원되는 혜택은 아니고, 대한민국 산모라면 누구나 받을 수 있다. 출
"정말 '버려진' 아기들일까?" '베이비박스 프로젝트'는 이 질문에서 시작했다. '베이비박스'에 들어온 아기들을 언급할 때 대부분 사람들은 '버려진' '원치 않는' 등의 단어를 떠올린다. 하지만 김윤지 비투비(BtoB) 대표는 세간의 인식에 의문을 던졌다. 2013년 베이비박스에 대한 기사를 보고 처음 이곳을 찾은 뒤 베이비박스에 온 부모들의 사례를 접하면서다. "제주도에서 배를 타고 왔대요. 출생신고가 안 된 아기는 비행기를 못타니까. 낙태하지 않고, 또 태어난 아기를 배를 타고 16시간 걸려 베이비박스까지 데려온 거죠. 이 아기가 정말 버려진걸까요? 굳이 버리려했다면 이렇게 어마어마한 노력을 들여야 했을까요?" 의문은 이곳에 온 부모들은 누구일까를 찾는 작업으로 이어졌다. 김 대표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간 베이비박스에 들어온 아기들과 그들의 부모가 어떤 상황에 놓였는지 분석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512명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이곳을 찾은 부모들은 대부분 사회 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