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 스트레스…차라리 명절 알바 대타 뛸래요"

방윤영 기자, 임찬영 기자, 최민경 기자
2019.02.04 07:00

[설연휴 극과극 알바 풍경] 알바생 10명 중 7명, 이번 설 연휴에도 근무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김모씨(22)는 성인이 된 이후 명절이 되면 아르바이트(줄여서 알바)를 지원한다. 알바를 핑계로 친척집에 내려가지 않기 위해서다.

김씨는 "이번 설 연휴에도 음식점에서 2일 동안 알바를 할 계획"이라며 "큰 집에 가서 잔소리 듣기도 싫고 연휴 기간에는 알바 수당이 평소보다 1.5배 많아 용돈 벌이에 좋다"고 말했다.

명절에 친척들을 만나지 않으려는 목적으로 알바를 자처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친척들과 사이가 어색한 데다 취업 문제 등으로 잔소리 듣기가 싫다는 이유에서다. 김씨는 "잔소리 듣느니 오히려 명절에 일하는 게 더 편하고 좋다"고 말했다.

명절 연휴 기간에 알바 대타를 스스로 지원하기도 한다. 서울 한 음식점에서 알바하는 강모씨(28)는 이번 명절 연휴에 대타로 근무하기로 했다. 원래 하던 알바 말고도 마트나 할인매장 등에서 명절에 일일 알바를 하는 등 일명 '투잡'을 뛰기로 했다.

강씨는 "명절 때 대타나 근무시간 교대 제안이 들어오면 덥석 문다"며 "돈도 더 벌고 집에도 왜 친척집에 못 가는지 설명할 수 있는 명목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명절을 피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친척들끼리 모여 술 좀 들어가면 잔소리가 쏟아진다"며 "(취업 준비생인) 지금 가장 예민한 잔소리를 듣기 좋은 때라 친척과의 만남을 피하고 싶다"고 밝혔다.

명절 음식 준비에 스트레스를 받고 연휴 때마다 단기 알바를 지원하는 청년도 있다.

박모씨(26)는 "2년 전 엄마가 몸이 아파 입원까지 했던 적이 있는데 그 해에도 어김없이 엄마와 작은어머니 두 분이서 온 가족 명절 음식을 만들었다"며 "아빠나 작은 아빠, 친척 오빠들까지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모습이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온갖 성차별적 말과 행동을 보고 듣느니 돈이라도 벌자는 생각에 지난해 명절부터 알바 대타를 자처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알바생 10명 중 7명은 이번 설 연휴에도 근무한다고 답했다. 취업포털 사이트 알바몬이 지난달 25일부터 5일 동안 알바생 189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알바몬에 따르면 '설 연휴 자발적으로 근무한다'는 알바생은 40.9%에 달했다. 설 연휴 알바의 장점으로는 △단기 근무(42%) △평소보다 센 시급(41.8%) △친척집 등 불편한 자리를 피할 수 있음(27.8%) 등이 꼽혔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으로 여겨졌던 명절이 이제는 잔소리를 듣는 시간으로 변했다"며 "청년들이 알바나 취업 공부 등을 핑계로 명절을 밀어내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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