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 매캐한 연기, 고성 주민들 "불기둥이 수백미터씩"

고성(강원)=이동우 기자, 임찬영 기자
2019.04.05 12:22

[르포]산불 15시간 만에 꺼졌지만, 이재민 120여명 발생…도움 손길 이어져

5일 오전 강원 고성 시내의 한 건물이 전날 발생한 화재로 전소된 모습. / 사진=임찬영 기자

"집이 완전히 다 타버려서 모텔에서 생활하고 있다."(손예원씨, 44)

5일 오전 이재민 접수센터가 마련된 고성 토성면주민자치센터에서 만난 고성 주민들은 밤새 타오른 산불로 녹초가 된 모습이었다. 표정은 대부분 어두웠고 연기를 막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소방당국을 비롯한 관계기관의 밤새운 노력으로 15시간 만에 불길은 잡혔지만 주민들의 타는 속은 여전했다. 4일 저녁 7시17분 발생한 불은 여의도 면적과 비슷한 250ha(헥타르)를 태우고서야 5일 오전 9시37분 진화됐다.

손씨는 "이재민 접수처에서 집만 보상되고 가전제품 같은 것들은 보상이 안 된다고 하더라"며 "어머니가 연세가 있으신데 연기를 마셔 병원에 가고 싶어도 병원도 화재 위험이 있어 움직이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의 구조 노력이 부족했다는 주민들의 불만도 나왔다. 손씨는 "전국적으로 보낸 문자 외에는 대피 문자가 없었고, 불이 어제 저녁 7시에 났는데 자정이 넘어서도 소방차가 오지 않았다"며 "다음날 오전에야 소방차가 왔고 그전까지 민간 구조대가 구조해줬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찾은 고성과 속초 시내 곳곳에는 간밤의 화재를 짐작케 하는 검게 탄 건물들이 가득했다. 야산 곳곳에서는 연기가 피어올라 잔불을 잡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매캐한 연기 냄새는 코끝을 찔렀다.

이번 화재로 주민 1명이 숨졌고 125채 주택과 창고 6채, 비닐하우스 5동 등이 불탔다. 고성군에서는 인근 천진초등학교에 이재민을 위한 임시 텐트를 60채 마련했다. 120여명의 주민이 이재민 신청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원 고성·속초 산불로 발생한 이재민을 돕기 위해 고성 토성면주민자치센터에 지원센터와 재난상황실이 마련됐다. / 사진=임찬영 기자

주민 한운용씨(65)는 "불기둥이 솟아오르면서 내리치는 것이 1초당 수백미터(m)씩 내려오는 것 같았다"며 "집이 다 불에 타면서 3억이나 되는 집이 날아가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한씨는 "먼지 불씨 때문에 눈도 충혈됐는데 근처에 안과가 없어서 지금도 눈이 뻘겋다"며 "인근 호텔 대표가 이재민은 모두 공짜로 샤워, 숙박할 수 있도록 해줬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재난 상황이 발생하며 도움의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토성면주민자치센터에는 언론 보도 등 화재 소식을 들은 자원봉사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함재향 고성군자원봉사센터 사무총장은 "불이 난 것을 듣고 바람이 세게 안 불어 최대한 주민 피해가 없기를 하늘에 기도했다"며 "말벗이나 충격 상담 등 이재민들이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화재는 1만671명을 동원해 진화작업이 이뤄졌다. 전문 진화대 407명, 공무원 1403명, 군부대 7440명 등이다.

장비로는 진화차 23대와 소방차 93개를 동원했고, 5일 오전부턴 헬기 16대가 투입돼 주된 불을 잡는 데 성공했다. 불을 키웠던 강풍이 잦아든 점 역시 진화를 도운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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