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왔어요"는 하수다. "택배 시킨 적 없다"고 하면 그만이니까. 잔뜩 경계한 채 집 문을 걸어 잠근 피압수자도 나오게 하는 마법의 문장은 "주차장 접촉사고가 났다"는 말이다.
접촉사고가 났다는 말에 놀란 피압수자가 문을 열면 영장과 신분증을 들이미는 검찰 수사관들과 맞닥뜨리게 된다. 이들은 주차장 접촉사고 얘기는 언제했냐는 듯 집 안으로 들어와 압수수색을 일사천리로 진행한다.
검찰에게 민간 자택을 압수수색할 때 가장 큰 고민은 자발적으로 문을 열게하는 것이다. 검찰 압수수색을 눈치채게되면 찰나의 순간이라도 압수물을 숨기거나 파기해 압수수색의 의미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압수 대상자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자연스러운 '첫 만남'을 준비하는 것도 일이라면 일이다.
규모가 큰 기관의 압수수색은 현장을 통제하는 것이 골칫거리다. 수색하는 데에만 며칠이 걸린다. 그나마 최근 지어진 건물들은 CCTV가 설치돼 있고 보안이 철저해 통제가 어렵지 않지만 구식 건물이면 얘기가 달라진다. 구식 건물들은 빠져나갈 수 있는 통로도 많기 때문에 압수 대상 자료를 들고 도망가는 피압수인들도 부지기수다.
아예 스크럼을 짜서 압수수색을 막는 단체들도 종종 있다. 이럴 땐 기계 하나를 갖고 나오는 데에만 하루가 꼬박 걸리기도 한다. 검사들은 압수수색 현장에서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경을 바싹 곤두세운다고 한다.
압수수색할 때 검찰의 또다른 고민은 언론 보도다. 텅 빈 박스 사진이 언론을 통해 보도될 경우 '보여주기'식 압수수색이냐는 여론의 뭇매를 맞기 때문에 '어떤 그림'을 만들어야 하는 지도 염두에 둬야한다.
보통 수색 전 압수수색 대상 목록을 작성해 현장에 나가지만 현장에서 압수물이 얼마나 될 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때론 압수물이 1톤 트럭 2대를 채울 때도 있지만 검찰의 파란 박스가 무색하게 압수물이 적을 때도 있다.
특히 디지털 자료를 압수수색할 때는 대검찰청 '디지털포렌식' 수사관들이 직접 이동저장장치(USB)에 담아오기 때문에 밖에 나올 때엔 정작 눈으로 보이는 게 없다. 최근 문서 대부분이 디지털화됐기 때문에 부피가 큰 종이서류가 압수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검찰 내부에선 압수수색 현장의 언론 보도를 의식해 소위 '비주얼이 되는' 수사관들을 보낸다는 우스갯소리도 공공연하게 돈다. 한 부장검사는 "박스를 들고 나오는 검사와 수사관들은 '웃어선 안 된다'는 지침도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