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500건 신고, 허탕쳐도 가봐야죠"…'마스크폭리' 찾는 '단속 24시'

유승목 기자
2020.02.12 05:00

[르포]매일 수백 건 소비자 신고 확인 위해 전국 방방곡곡…"강력한 단속의지, 매점매석에 경각심"

11일 식약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의 단속팀이 신고 제보를 받고 마스크 매점매석 등 불법행위 조사를 위해 경기도 안산의 한 유통업체를 찾아 점검하는 모습. /사진=유승목 기자

"마스크 때문에 국민들 걱정이 크잖아요. 매일 수백 건씩 신고와 제보가 쏟아지는데 허탕치더라도 일단 점검하러 가봐야죠."

지난 11일 오전 9시 서울 양천구 식품의약품안전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이하 조사단)은 아침부터 분주했다. 이상모 수사관은 출근하자마자 간단한 회의를 통해 현장점검 동선을 확인하더니 곧장 나갈 채비를 서둘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으로 품귀현상을 빚는 마스크 매점매석 등 불법행위를 단속하기 위해서다.

이 수사관을 포함한 조사단 현장 단속팀은 지난달부터 전국 각지에 있는 마스크 제조·유통업체를 찾아다니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 두 명씩 구성된 6개 단속조가 가깝게는 서울 시내 도·소매 유통업체부터 멀게는 강원도 산골에 위치한 마스크 제조공장까지 찾아 마스크 상자를 확인한다. 이 수사관은 "저녁을 먹고 급하게 신고접수를 받아 전주로 가서 새벽까지 점검하기도 했다"며 "집에만 들어가면 다행일 정도"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마스크 수요가 급증하자 온·오프라인에서 마스크를 쌓아두고도 일부러 품절로 표시하거나 정상가의 수 십배에 달하는 가격으로 판매해 폭리를 취한다는 불만이 쏟아져서다. 식약처에 따르면 콜센터와 인터넷을 통해 매일 평균 400~500건의 마스크 관련 피해 신고가 접수되고 있다.

11일 식약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의 단속팀이 신고 제보를 받고 마스크 매점매석 등 불법행위 조사를 위해 경기도 안산의 한 유통업체를 찾아 점검하는 모습. /사진=유승목 기자

평소 불법 의약외품이나 약물, 식품 등을 두루 단속하는 조사단은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오는 4월까지 마스크와 손소독제 불법행위 적발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지난달 31일부터 공정거래위원회·국세청·식약처·지자체로 구성된 합동점검반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 합동점검반이 유통망 흐름에 따라 단속을 하면 조사단은 소비자 신고와 피해사례를 중심으로 적발에 나서는 구조다.

조사단 6개 단속팀은 조마다 매일 평균 2개 업체를 돌며 단속에 나선다. 많을 때는 4~5개 업체를 방문한다. 하지만 대부분 헛걸음일 때가 많다. 이날 단속팀이 방문한 경기 안산의 의약외품을 취급하는 소형 유통업체나 김포의 개인 쇼핑몰도 마찬가지였다. 이 수사관은 "하루 적발건수가 1건 정도에 불과하다"며 "아무래도 소비자 피해사례에 의존하다보니 별 다른 위법사항이 없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안산 유통업체의 경우 위생 마스크 100여 장만 가지고 있었다. 매점매석 기준인 월 평균 판매량의 1.5배에 미치지 못하는 재고다. 마스크 공급에 비해 수요가 워낙 높다보니 영세 유통업체들은 애초에 마스크를 구하기 조차 힘들단 것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직접 제조사로 찾아가 마스크를 공수해올 정도"라며 "온라인 쇼핑몰에서 왜 더 팔지 않느냐는 항의도 많은데 없어서 못 판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식약처 단속팀이 마스크 105만 장을 매점매석한 유통업체를 적발했다. /사진=식약처

이처럼 허탕칠 때가 많지만 그래도 신고가 들어오면 가보지 않을 수 없다. 김달환 식약처 보건연구관은 "소비자들이 피해를 호소하는 만큼 직접 확인해서 걱정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며 "강력한 단속 의지를 보여주면 판매자들의 매점매석 행위에 경각심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과가 없더라도 수요가 비정상적으로 폭증하는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장교란을 방지할 수 있단 것이다.

열심히 발품을 판 결과가 나타날 때도 있다. 지난 10일 조사단은 마스크 105만 개를 쌓아두고 14억 원에 판매하려던 업체를 적발했다. 정부 합동점검반도 39만 장의 마스크 재고가 있었는데도 '품절'로 표시한 업체를 찾아냈다. 이 같은 매점매석 행위는 물가안정법에 따라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하지만 단속의 성과가 당장 발생하는 품귀현상 해결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은 걱정거리다. 적발돼 압수된 마스크는 수사 증거 등으로 쓰인 뒤 다시 업체로 반환된다. 시중에 풀리기까진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이 수사관은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인한 국민들의 걱정이 큰 만큼 단속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창고에 쌓은 재고를 시장에 원활히 공급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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