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도넛 안먹어, 돈 아껴야해"…코노 사장 울린 8살 아들의 말

부천(경기)=이강준 기자
2020.12.08 12:30
7일 오후 9시 경기도 부천시의 한 코인노래방에서 업주 A씨가 가게를 정리하고 있다/사진=이강준 기자

"나 이제 도넛 안 먹을래. 우리 돈 아껴야 하잖아"

8살밖에 안 된 어린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간식을 이젠 먹지 않겠다고 했다. '엄마 노래방 가게가 힘드니까'가 이유였다. 경기도 부천에서 4년간 코인노래방을 운영한 A씨는 이 말을 듣고 억장이 무너졌다고 한다.

지난 7일 오후 9시 사실상 올해 마지막 장사를 마치고, 가게를 정리하고 있던 부천의 한 코인노래방을 찾았다. 운영자인 A씨는 "인건비를 줄 수가 없어 남편과 가게를 돌아가면서 관리했다"며 "이제는 일하고 싶어도 못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7일 오후 9시 경기도 부천시의 한 코인노래방 CCTV 모습. 손님이 거의 없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사진=이강준 기자

8일 0시부터 오는 28일까지 3주간 수도권 지역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적용된다. 코인노래방을 비롯한 노래연습장은 이 기간 운영할 수 없다.

지난 10월 12일 거리두기가 2단계에서 1단계로 완화되면서 A씨는 약 두 달간 코인노래방을 운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미 '고위험시설'로 낙인찍혀 하루 매출은 10분의1로 줄었다. 장사 마지막 날이었던 이날 단골손님이 왔지만 매출은 10만원에 그쳤다.

기자가 방문한 코인노래방은 총 21개 방이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가득 차 있어야 할 시간대인데 이날 손님이 있었던 방은 5개에 불과했다.

A씨는 "보통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피크타임이다. 지난해 같았으면 대기석에서 앉아서 손님들이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라며 "요즘엔 인건비라도 건질 수 있는 매출이 나오는 날엔 '대박났다'고 느낄 정도로 악화됐다"고 말했다.

"5번의 집합금지에 매달 1000만원씩 관리비가 나가…감당이 안돼 집까지 팔았다"
7일 오후 9시 경기도 부천시의 한 코인노래방의 정리된 내부 모습/사진=이강준 기자

올해 A씨 가게에 내려진 집합금지 명령만 5번이다. 매출은 0원이 됐는데 임대료, 전기료, 저작권료 등 고정비용은 꾸준히 청구됐다. 두 가게에서만 매달 1000만원 가까이 비용이 나갔다.

A씨는 "내 사유재산을 국가가 개입해서 장사를 못 하게 했으면 임대료에도 행정명령을 내려서 고정지출을 좀 줄여줬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거리두기 단계도 0.5단계씩 살살 올리지 말고 과감하게 확 조였으면 코로나 유행도 빨리 잡고 자영업자들 장사 못하는 날도 하루라도 더 줄여줄 수 있지 않았겠나"라며 "(자영업자) 목을 조르려면 확실히 조르던가,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황"이라고 다소 과격한 표현을 쓰기도 했다.

자영업자 대출로도 고정비용이 감당이 안되자 A씨는 지난 6월 2억원의 대출을 받고 구매한 집도 팔았다. 그는 "코인노래방 유지비, 매달 내는 대출이자가 버틸 수 없는 수준이었다"며 "어떻게든 돈을 마련해야 했기에 집을 팔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현재 그의 집 시세는 1억5000만원이 올랐다.

집안 사정 눈치챈 아이들, 간식도 아끼기 시작…A씨 "돈 되는 일 무엇이든 할 것"
7일 오후 9시 경기도 부천시의 한 코인노래방에서 업주 A씨가 노래방 기기의 전원을 끄고 있다./사진=이강준 기자

집안 사정이 어려워지자 그의 어린 세 아들이 가장 먼저 눈치를 챘다. 첫째 아이는 입에 달고 살던 간식도 '비싸다'며 마다했고 둘째 아이는 빨리 '태권도 사범님'이 돼서 엄마에게 신용카드를 주겠다고 했다.

A씨는 "카드를 긁으면 뭐든 다 계산이 되니까, 돈이 뿜어져 나오는 샘 같은 걸로 아이들은 알고 있더라"며 눈물이 고인 채 미소를 띠며 말했다.

연말에는 좀 쉴 수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A씨는 "애 셋 있는 집에서 그럴 수 있겠냐"며 "돈 되는 일은 뭐든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그는 마이크 커버 등 재고가 쌓인 노래방 관련 상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있다.

국민신문고와 지자체에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킬 테니 영업할 수 있게 해달라'는 민원도 계속 넣을 예정이라고 했다. A씨는 "다른 코인노래방 사장들은 쿠팡 기사로 취직해서 생활비를 벌기도 한다"며 "가족을 봐서라도 대책 없이 주저앉아있을 수만은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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