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실종돼도 신고는 '가출'…생사 모르는 성인 5년간 2863명

임소연 기자, 김지현 기자, 김남이 기자
2021.05.29 05:57

[사라진 어른들②]

[편집자주] 한국에 실종된 어른은 없다. 만 18세 이상의 어른은 범죄 혐의가 없다면 실종 신고 대신 가출 신고가 된다. 지난 5년간 가출인으로 신고된 어른 중 1만여명이 아직 행방을 알 수 없거나 숨진 채 발견됐다. 일부에서는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어른들의 실종을 수사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실종돼도 어른은 무조건 한국서 가출인"…'성인실종법'은 없다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아드님은요. 실종됐다고 하더라도 무조건 대한민국엔선 가출인인 겁니다. 가출인."

최근 방영 중인 드라마 '괴물'에서 아들의 실종신고를 하러온 아버지에게 경찰인 이동식(신하균)이 하는 말이다. 극 중에서 이동식은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유일한 실종법"을 근거로 든다. '실종 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실종 아동법)이다.

2005년 제정된 실종아동법은 실종아동을 수사할 수 있는 법적 토대가 됐다. 2013년에는 실종 아동의 범위를 만 14세 미만에서 18세 미만으로 확대하고, 대상도 치매환자·정신장애인 등으로 늘렸다. 지난해에는 아동 실종 때 재난문자를 활용할 수 있도록 법안이 개정됐다.

아동실종 관련 법은 꾸준히 개정되며 발전하고 있으나 성인은 관련 법안은 전무한 상태다. 지난해 성인 가출신고는 6만7612건으로 아동 실종 신고보다 3배 많지만 이를 다룰 법안이 없다. 메뉴얼도 부재한 상태로 성인 실종의 경우 초동 조치에 한계가 있다.

◇'성인실종' 다룰 법적 근거 없어…사망 실종인 수 꾸준히 증가

/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실종아동 등으로 분류되는 18세 미만 아동, 치매환자, 정신장애인 등에 대한 신고는 이를 담당하는 경찰청 실종아동찾기센터가 있지만 성인 실종을 전담하는 센터는 공백 상태다. 장기실종자 추적팀이 가출인 수색도 하지만 실종아동에 중점을 두고 있어 성인실종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제도적 어려움이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가출인이 숨진 채 발견된 경우는 지난 5년 동안 7867건에 달한다. 생사를 알수 없는 미발견자도 2863명이나 된다. 성인실종법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실종아동법' 대상에 18세 이상 성인을 포함하기 위한 법제화 노력도 꾸준히 있었다. 지난 20대 국회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승희 전 자유한국당 의원은 '실종아동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실종자수색·수사 등에 관한 법률'제정안 등 일명 '실종자패키지법'을 발의했다.

수색·수사 대상인 실종자 범위에 '성인실종자'를 포함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제정안을 보면 실종자를 실종아동 등과 실종성인으로 구분해 정의하고 실종자 발생 신고를 접수하면 지체 없이 수색·수사 실시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이 법안은 입법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폐기됐다. 성인 실종 이유의 비자발적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고, 이에 따라 범죄수사 목적 외의 실종성인 수색에 대한 근거 규정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는지를 먼저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법안이 철회됐다. 21대 국회에서는 관련 법률안이 발의되지 않았다.

◇"실종성인 관련 법률 본격 논의해야"..."성인 실종 신고 사생활 침해 이용될 수도"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아동에 비해 성인은 자의적으로 가출했을 가능성을 우선 상정하기 때문에 범죄 피해가 있을 수 있단 점을 인지하고 판단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서 "이에 경찰이 선제적인 대응을 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라고 했다.

곽 교수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실종성인 관련 법률을 본격 논의해야 한다"며 "아무래도 경찰 업무에서 긴급성 등을 고려하다보면 성인 실종신고 건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된단 점을 감안해 사회적 공감대를 통한 입법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도 현행법상 성인 실종 수색에 한계점을 토로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기관 입장에서도 성인이면 단순 가출인지 납치나 범죄 피해 가능성이 있는지 판단이 모호해 당장 수색에 나서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력이 한정돼다보니 더 급한 사건에 인력이 할당돼 성인실종은 뒤로 밀리게 된다"며 "성인 실종법이 생겨 법을 토대로 대응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성인 실종 수색에 있어 사생활 침해 문제를 지적했다. 경찰 관계자는 "성인의 자기결정권이 법 만드는 데 걸림돌 중 하나"라며 "본인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하면 사생활 침해 문제나 악용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다"고 했다.

임소연 기자


가출이냐? 실종이냐?…고민하는 사이 어른들이 사라진다

'2863명'

2016~2020년 5년간 행방을 알 수 없는 성인 실종자(가출인) 숫자다. 같은 기간 미발견된 18세 미만 아동·청소년, 지적장애인·치매환자 실종자를 다 합친 숫자인 136명의 20배를 넘어선다. 2016년 이전 접수돼 아직까지 찾지 못한 실종자까지 합치면 숫자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2800명 넘는 이들이 가족 품에 돌아오지 못했지만, 현행법상 경찰이 성인 실종을 적극적으로 수사할 법적 근거는 미비하다. 일각에서 '성인 실종법'을 법제화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경찰과 전문가들은 법안 마련과 함께 인력 보강 등 현실적인 지원과 시스템 마련 역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18세 이상 성인은 '가출인'…'골든타임' 놓칠 우려

/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현행 '실종아동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18세 미만 아동·청소년과 지적 장애인, 치매환자는 실종 발생 신고가 접수됐을 때 경찰이 지체 없이 수색 또는 수사의 실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위치 확인에 필요한 위치추적 및 통신기록 등을 확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병력이 없는 18세 이상 성인의 경우 실종 신고를 해도 범죄 혐의점 등이 없으면 '가출인'으로 접수돼 여기서 제외된다. 자발적, 연락두절 등의 경우가 많아서다. 문제는 '강제실종'이다. 실제로 현장에선 자발적 가출, 연락두절, 강제실종 간 구분이 어려워 초기 수사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한 경찰 관계자는 "실종신고가 들어오면 이 사람이 위험한 상황에 처했는지, 스스로의 의지로 연락이 안 되는 것인지 판단을 하는데 아동이나 장애인 등의 경우 대부분 전자에 해당되겠지만 성인은 이런 부분이 굉장히 모호하다"고 말했다. 현재 경찰은 신고자의 신분, 신고내용, 전력 등을 확인하고 마련된 내규에 따라 판단을 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성인 실종법 미비로 수사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기원 실종아동찾기협회 대표는 "실종사건은 시간이 지날수록 생존 확률이 극히 낮아진다"고 했다. 이어 "지금도 경찰이 수사를 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인력, 예산이 따로 배정되지 않다보니 어려움이 있다"며 "성인 실종법을 법제화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성인 실종 전담팀 마련하는 등 적극 수사를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종이라는 특성 상 사건 발생 장소를 특정할 수 없는 만큼 각 경찰서 간 공조도 강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현재 단기 실종의 경우 신고가 접수된 관할경찰서 위주로 수색이 이뤄지고 있다.

◇'강제실종 여부' 판단할 수 있는 매뉴얼 마련돼야

23일 경북 포항남부경찰서 방범순찰대 등이 남구 포항공대 인근 주차장에서 지난달 7일 실종된 윤 모씨(28)의 수색작업에 앞서 사전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어려움도 있다. 아동실종의 경우 영장 없이도 위치 확인이 가능하지만 성인 가출인의 경우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다. 이를 악용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채무자들의 주소지를 확인하기 위해 채권자 등이 신고를 할 수도 있다"고 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연구를 통한 체계적인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면서도 현실적인 한계를 지적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신고 접수 초기에 경찰이 신속하게 해당 사건이 자의적인 가출인지, 강제실종인지 판단할 수 있는 매뉴얼 마련이 되면 좋을 것"이라며 "앞선 실종 사건들을 분석하고, 데이터를 모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일 년에 실종신고가 되는 건수만 6만 건이 넘는데 경찰 인력은 13만 명 정도에 불과하다"며 "실종사건도 더 힘을 쏟아야할 부분을 찾다보니 가출이 드문 아동 및 발달장애인 등에 수사력을 집중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제화를 한다 해도 거기에 그칠 것이 아니라 인력, 예산 보충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종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한 경찰관은 "최근 새벽 1시쯤 아이가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신고를 받고, 3시간 동안 수색을 해보니 모텔에 잠들어 있었다"며 "교통·형사사건 등도 있는데, 인력은 제한되어 있는 상황에서 일일이 출동해 찾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경찰은 우선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달 16일 경찰은 최근 경찰청이 '실효적 실종 성인 수색수사를 위한 법제화 방안' 정책 연구용역을 발주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연구를 통해 실종 성인 수색과 관련한 국내외 입법례, 현행 업무절차 등을 반영한 입법모델을 발굴하고 실효적인 법률제정안을 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지현, 김남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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