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중구 시청 앞 임시 선별진료소. 33도를 넘나드는 무더위가 이어졌지만 근무자들은 푸른색 방호복과 투명한 페이스쉴드(얼굴가림막)을 쓰고 시민들을 안내했다. 잠시만 서 있어도 상의가 땀으로 흠뻑 젖을 정도의 뙤약볕이 내리쬐었으나 근무자들은 방호복을 벗을 수 없다. 한 근무자는 얼굴이 붉어진 채 "퇴근 때까지 방호복을 입어야 한다"며 "더워서 기진맥진한 상태"라고 힘겹게 말했다.
일선 선별진료소 의료진은 코로나19와 함께 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확진자 급증으로 검사 인원이 몰린데다가 연일 최고기온 30도를 넘기는 무더위가 계속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감염을 방지하기 위한 방호복과 얼굴가림막을 쓰고 일하다 무더위에 탈진하는 근무자들도 나온다. 이날 만난 근무자들은 '무더위 대책이 급선무'라며 입을 모았다.
16 서울 중구·광진구 일대의 야외 선별진료소 3곳을 돌아본 결과 근무자들이 모두 두꺼운 방호복을 입고 뙤약볕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땀이 차 얼굴가림막이 뿌옇게 흐려진 채로 쓰고 시민을 맞는 근무자도 있었다. 이들은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8시간의 근무 동안 바람이 통하지 않는 방호복과 얼굴가림막으로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
기자가 하루 1000명 이상이 방문하는 중구의 한 선별진료소에서 근무자들 옆에 서 있자 5분~10분만 지나도 상의가 땀으로 흠뻑 젖었다. 방호복도 입지 않은데다 무더위를 막아준다는 냉감 소재의 옷까지 입었으나 소용없었다. 진료를 기다리는 시민들은 나무 그늘이나 천막에서 냉풍기 바람을 쐴 수 있으나 근무자들은 뙤약볕이 내리쬐는 곳에서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광진구의 한 선별진료소에서 만난 근무자는 "아이스팩과 냉장고에 있는 물, 중간중간 냉풍기 바람을 쐬며 버티고 있지만 얼굴에 땀이 너무 흘러 앞이 안 보일 지경"이라며 "하루 근무하고 나면 2~3kg씩 빠지는데 덕분에 다이어트는 안 해도 돼서 좋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야외에 오랜 시간 머물러야 하는 선별진료소 근무자들 사이에서는 '꿀팁'이 공유되기도 한다. 방호복 내에 반팔·반바지를 착용하거나 얼굴가림막과 이마가 만나는 부분에 차가운 아이스팩을 덧대는 방법 등이다. 점심시간이 돼 방호복을 벗던 한 근무자는 땀과 아이스팩이 녹아 물범벅이 된 티셔츠를 쭉 짜며 "이렇게라도 안 하면 탈진한다"고 했다.
지자체는 근무자들의 더위 해소를 위해 지원 인력을 확대하고 냉방 설비를 증축하는 등의 방안을 도입할 예정이다. 광진구 관계자는 "무더위에 검사인원이 몰리면서 현장 근무자들의 고충이 심한 상태"라며 "에어컨이 설치된 컨테이너 내부에서 교대로 근무하거나 아이스팩·쿨토시 등을 추가 보급하는 방안을 놓고 논의가 진행 중이다"라고 했다.
폭염이 이어지면서 선별진료소에 투입된 근무자들이 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탈진하거나 쓰러지는 사례는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6월 인천 미추홀구에서는 30도의 불볕 더위에 방호복을 입고 근무하던 보건소 직원 3명이 탈진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같은 해 8월에는 폭염특보가 내려진 청주에서 의료진 3명이 구토와 울렁거림·어지럼증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지난 15일에는 서울 관악구 신림체육센터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지원근무를 하던 40대 근무자가 탈진으로 쓰러지기도 했다. 관악구는 검사건수가 예전보다 2~3배 이상 증가하면서 구청 직원들이 전원 선별진료소 근무 중이다. 관악구 관계자는 "당시 근무자가 두꺼운 방호복과 얼굴가림막을 쓰고 있었다가 더위를 견디지 못한 것"이라며 "현재는 건강에 지장이 없는 상태"라고 했다.
특히 다음주부터 열돔 현상(더위가 돔 형태의 대기에 갇혀 빠져나가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면 근무자들의 고충은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이날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에서 "다시는 이런 일(직원 탈진)이 없도록 최선의 지원을 하겠다"며 "조속한 시일 내 부스별로 냉방기를 설치하는 등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