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올해도 8·15 광복절 특별사면을 단행하지 않을 전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되면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특사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불발됐다. 이로써 문 대통령은 2017년 취임 후 임기 5년 동안 단 한 차례도 광복절 특사를 단행하지 않은 대통령이 됐다.
대통령 고유권한인 특별사면은 복역률이나 재범 위험도 등을 기준으로 심사하는 가석방과 달리 특별한 기준이 없다. 이 때문에 '국민 통합'이라는 명목으로 유력 정치인들이 사면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인물이 김영삼 정부에서 특별사면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다.
형기가 15년도 더 남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 기대가 나온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한 국민 공감대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정부는 해마다 광복절에 대대적인 특별사면을 실시해왔다. 1948년 9월 이승만 정부가 광복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기념하기 위해 죄수들을 풀어준 게 시초다.
1980년대 이후 들어선 역대 정부 중 가장 많은 사면권을 행사한 사람은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 임기동안 14번의 특별사면을 단행했으며 그 중 4번이 광복절에 단행됐다. 이후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가 3번, 김영삼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2번의 광복절 특사를 시행했다.
가장 규모가 큰 광복절 특사는 2005년 시행됐다. 당시 노무현 정부에서 실시한 광복 60주년 기념 특사로 420여만명이 혜택을 봤다.
이명박 정부는 취임 첫 해인 2008년 광복절 특사를 단행하면서 재벌총수를 여럿 포함해 비판을 받았다. 당시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이 광복절 특사로 풀려났다. 특히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술집 종업원을 폭행하는 등 죄질이 좋지 않았던 김 회장이 특사 명단에 포함돼 논란을 샀다.
한 차례 홍역을 치른 이명박 정부는 이듬해 서민경제 활성화를 위해 생계형 범죄자 등 152만여명을 사면하고 비리 인사들을 제외했다. 그러나 2010년 광복절에는 '화해와 포용을 통한 국력 결집'을 취지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 이학수 당시 삼성전자 고문 등을 사면했다.
박근혜 정부는 총 3번의 특사 중 2번을 광복절에 시행했다. 2015년 광복 70주년 기념 특사에서 6572명이 풀려났다. 당시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현중 한화건설 부회장 등 경제인 14명도 명단에 포함됐다.
이듬해 광복절 특사에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포함돼 논란이 일었다. 이 회장이 광복절 특사를 앞두고 돌연 재상고를 취하해서다. 당시 6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던 이 회장은 재상고를 포기하면서 형이 확정됐고 얼마 지나지 않아 특사로 풀려났다. 형을 확정 받은 사람만 특별사면 대상이 되는 만큼 당시 이 회장과 청와대 사이에 사전 교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문재인 정부는 광복절 특사 없이 총 4번의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3번의 신년특사(2018년·2020년·2021년)와 2019년 3·1절 특사 등이다.
문 대통령이 실시한 사면은 주로 생계형 범죄자와 집회·시위 참여자 등을 대상으로 시행됐다. 용산참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철거민, 광우병·사드·세월호 등 '시국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이 사면을 받았다.
재벌 총수에 대한 사면은 한 번도 시행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뇌물·알선수재·알선수뢰·배임·횡령 등 '5대 중대 부패범죄'의 사면은 배제한다는 원칙을 세운 바 있다.
다만 정치인은 몇 차례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2018년 신년 특사에 포함된 정봉주 전 의원을 비롯해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공성진 전 한나라당 의원, 신지호 전 새누리당 의원,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등이 2020년 신년특사로 풀려났다. 노동계가 줄곧 사면을 요구해온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도 당시 특사로 풀려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