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열광한 '오징어 게임', 韓 '데스게임 덕후' 평가는 왜 박할까

유승목 기자
2021.09.23 17:00

[MT리포트] 전세계 사로잡은 오징어게임②
한류 확산과 함께 한국적 정서·소재에 해외팬 관심…국내에선 작품성·표절 지적으로 호불호 갈려

[편집자주] '오징어게임'이 한국 드라마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 '오늘의 톱10' 1위를 차지했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전통적인 한류 시장 외에 카타르, 오만, 에콰도르, 볼리비아에서도 '오징어게임'은 넷플릭스 시장을 석권했다. 해외 시청자들은 '오징어게임'의 빠른 전개, 미술, 음악 등을 높게 평가한다. 물론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이라는 상반된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수치상으로는 한국드라마의 역대급 흥행기록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오징어게임'이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를 분석해본다.

"One of the best pieces of motion picture art(영화예술 최고 걸작 중 하나)" vs "장르 특성에 비해 긴장감이 전혀 없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명절 국내 '방구석 1열' 관객들의 선택을 받은 것으로 모자라 글로벌 신드롬을 낳고 있다. '한류' 강세 지역인 아시아는 물론 중동·유럽에서도 인기다. 미국에선 한국 드라마 중 처음으로 인기 콘텐츠 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올렸다.

그런데 오징어 게임을 본 팬들의 반응이 묘하게 다르다. 해외에선 '굉장하다'는 감상평이 쏟아지는 반면, 국내에선 '다소 아쉽다'는 후기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한국형 데스게임' 장르란 기대감이 컸던 마니아들의 평가가 박해 정주행을 망설이는 사람도 많을 정도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에 대해 영화비평사이트 로튼토마토닷컴에 올라온 영미권 관람객 평가(위)와 국내 영화추천 플랫폼 왓챠피디아에 올라온 국내 관람객의 평가가 대조적이다. /사진=로튼토마토닷컴, 왓챠피디아

지난 17일 공개된 오징어 게임은 미국 비평사이트 로튼토마토닷컴에서 토마토지수 100%를 받았다. 최근 마블 신작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이 받은 92%보다 높다. 작품 만족도를 '신선도'로 평가하는 만큼 최고점이 드물다는 점에서 오징어 게임의 이번 평가는 꽤 이례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오징어 게임은 전형적인 '데스게임' 서사를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데스게임은 말 그대로 생존을 건 게임을 소재로 극화한 장르다. 돈, 안락한 삶 등 보상은 다양하지만 패배할 경우 목숨을 잃게 돼 긴박감이 높다. 2000년 일본에서 선보인 '배틀로얄'을 시작으로 보편화 됐다. 영화시장 최고 흥행 시리즈 중 하나로 꼽히는 '헝거게임' 역시 데스게임에 속한다.

이런 점에서 오징어 게임에 대한 영미권 시장의 호평은 장르보단 소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작품을 지배하는 정서가 지극히 한국적인데, 여기서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어둡고 불편한 현실적인 분위기에서 나오는 위트는 전형적인 헐리우드 방식과 다르고 탈북한 새터민, 다 큰 자식을 책임지는 노모 등 등장인물도 새롭다. 생존게임도 구슬치기, 줄다리기, 딱지치기 등 다분히 한국적이다.

지난해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드라마 '스위트홈(왼쪽)'과 영화 #살아있다. /사진=넷플릭스, 네이버 영화

이같은 한국적 정서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성공으로 입증됐다. 실제 아시아 뿐 아니라 서양권에서도 대중문화 한류가 확산하면서 한국적 정서가 스며든 드라마, 영화들이 연일 대박을 치고 있다. 지난해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영화 '승리호'와 '#살아있다', 드라마 '스위트홈' 역시 해외에서 최고 인기 콘텐츠에 올랐다. 넷플릭스가 올해에만 국내 콘텐츠 제작에 5000억원을 쏟아붓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 포브스는 "가장 기이하고 매혹적인 넷플릭스 작품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스페인 매체 시네마가비아(CinemaGavia)도 "센세이션을 일으킨 시리즈로 한국 사회와 자본주의의 어두운 부분을 스릴러 장르로 파헤친다"고 호평했다.

그러나 국내에선 이러한 호평에 동의하지 않는 시청자들이 상당하다. 영화 추천 플랫폼 왓챠피디아에서 오징어 게임의 평점은 2.9점에 불과하다. 기존 데스게임 장르에서 주목 받았던 작품들과 차별화되지 않을 뿐더러 개연성이 낮고 신파가 많아 장르 특성인 박진감이 무뎌졌다는 관람평이 많다. 해외 시청자들이 신선하게 느낀 소재가 국내 시청자에겐 익숙한 만큼, 작품성에 보다 초점을 뒀기 때문이다.

옛 향수를 자극하는 게임은 신선했지만 이마저도 만화 원작인 일본 영화 '신이 말하는 대로'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징어 게임은 기괴한 인형이 심판을 보며 첫 게임으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는데, 신이 말하는 대로에서도 같은 상황에서 '다루마 상가 고론다(일본식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벌이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게임 소재 전반이 각국의 전통요소가 가미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일본 데스게임 장르 영화 '신이 말하는 대로'의 한 장면. 첫 게임으로 괴상한 인형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펼치는 모습이 오징어 게임과 유사하다. /사진=네이버영화

다만 기존 작품들과 단순 비교하긴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장르 특성 상 흐름이 비슷한 측면은 있지만 일본 작품들이 게임에 집중하는 반면 오징어 게임은 지나친 경쟁의 폐해 등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가 있다는 것이다.

오징어 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우리는 왜 이렇게 매일 목숨을 걸다시피 경쟁하며 살아가야 하는가, 이 경쟁은 어디서 시작됐고 어디로 가야 하는가 등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길 바란다"고 드라마에 담긴 메시지를 설명했다.

표절 의혹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황 감독은 "작품을 찍을 무렵에 (신이 말하는 대로와) 게임이 같다는 말을 들어서 봤는데 2008년 작품을 구상해서 대본을 쓸 때부터 첫 게임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로 설정했다"며 "만화가 공개된 것도 그 뒤로 알고 있다. 우연적으로 유사한 것이고 굳이 우선권을 따지자면 내가 원조"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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