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아프가니스탄에서 군용기를 타고 무슬림 300여명이 일시에 들어온다는 소식이 들었을 때 덜컥 겁이 났다. 이들을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지, 불가항력적 외교·안보적 상황 때문에 떠밀려 들어오는 것은 아닐지. 단기 체류만 허용하고 곧 돌려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
국민 가운데서도 이민자 유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이주노동자를 대하는 시선도 그리 따뜻하진 않다. 이들은 근로계약이 만료되면 우리나라를 떠날 사람들이고 또 마땅히 떠나야만 하는 사람이다.
투자 이민자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제도 도입 초기에는 환영하는 분위기였지만 지나치게 많은 중국인과 중국자본 유입에 두려움이 커지면서 제주특별자치도는 이미 이를 다시 통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입국한 아프간 특별기여자 391명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가 될 것인가. 불요불급한 복지 지출의 수혜자인지 아니면 지구촌 우호와 협력, 문화다양성 사회를 위한 기회의 전달자인지 거듭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나라는 지구촌을 선도하는 G20 국가들 중에서도 중추적 리더국이 됐다. 그 과정에는 경제성장뿐 아니라 이웃 국가나 타 민족 문화를 대승적으로 인정하고 포용하는 관용적 태도도 큰 몫을 했다고 본다.
그동안 이민정책을 제도화하고 다문화사회를 준비하고 있던 우리에게 아프칸 특별기여자는 여러 면에서 각별한 존재다.
첫째, 이들은 현 법제의 제반 규정이나 국경관리, 출입국 심사 등 통상적 절차를 뛰어 넘어 들어왔다.
둘째는 단체, 가족 결합의 형태로 들어왔다는 점이다. 전체 입국자의 절반 이상이 미성년 아동이다.
셋째, 이들은 모두 무슬림으로 이슬람 국가에서 들어왔다.
넷째, 결혼이민자도 이주노동자도 난민도 아닌 새로운 신분, 특별 기여자 신분으로 들어왔다.
정부 결정을 존중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법을 초월한 입국과 거주 허용은 우리나라 이민정책이 제대로된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 된다. 이번 사례처럼 외국인의 유입과 거주인정 법 조항을 사후에 만드는 예외적인 상황이 자주 일어나서는 안된다. 이민자는 규정과 원칙에 따라 질서 있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이민정책 제도화를 안정적으로 운영, 구축하기 위해서도 이 원칙은 중요하다.
다만 이민자는 단기적 경제적 편익의 측면에서만 볼 수 없고 또 그렇게 봐서도 안 된다. 2017년 기준 유럽연합의 난민 인정률은 33%, 미국은 40%, 세계 평균 인정률은 24.1%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난민 인정률은 낮은 편이다.
이번 아프간 기여자 포용은 우리나라 이민 역사에 없었고 앞으로도 기대하기 어려운 사건이다. 우리는 이슬람 국가들의 정치·사회·문화·종교를 잘 모른다. 카불 공항으로부터의 무섭고 충격적인 탈출과정이 왜 일어났는지도 깊이 있게 알지 못한다.
이번 아프간 기여자들의 한국 체류로 기대하는 것이 있다. 지나치게 무관심했던 이슬람 문화의 다양한 콘텐츠를 가깝게 그리고 편견 없이 마주할 수 있는 기회로 이어지는 것이다. 마치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통해 우리나라가 전세계 많은 국가들에게 문화 강국의 면모를 보여준 것 처럼 말이다. 강건하고도 활력 있고 창조적인 문화 다양성 국가는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