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소년은 소년부의 보호사건으로 심리한다"(소년법 제4조 제1항 제2호)
최근 몇 년 사이 '촉법소년' 범죄가 계속 증가하자 소년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한달 사이 관련 청원만 6개가 올라와 있다. 이들은 모두 촉법소년 기준 연령을 낮추거나 관련 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년법 개정은 대통령 선거 표심 공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촉법소년 연령 하향 공약을 내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연령 상한선을 낮추겠다는 공략을 내세운 상태다.
지난달 19일 강원 원주시 단계동의 한 상가건물에서 고교생이 10대 청소년 무리에 집단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 학생들은 자신들의 폭행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진 피해 학생을 보고 웃는가 하면 이후에도 폭력을 계속 가한다. 이 모습은 현장 폐쇄회로(CC)TV를 통해 모두 촬영됐고 영상이 공개되자 모두 공분했다.
피해 학생의 가족으로 추정되는 이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소년법을 폐지해야 한다. 언제까지 철없는 아이들이 아니다"라며 "교화보다는 강력 처벌이 필요하다. 소년법을 폐지하던지 나이를 9세로 낮춰 달라"고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
지난해 12월 포항의 한 무인모텔에서는 중학생 4명이 술을 마시고 난동을 펴 논란이 됐다. 이들은 당시 출동했던 경찰에 욕을 하며 "촉법소년법으로 보호받으니 죽이고 싶으면 죽여 보라"며 되레 소리를 쳤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술을 마시던 10대 청소년들이 출동한 경찰관과 몸싸움을 벌인 사례도 있다. 당시 이들은 "촉법소년이라 처벌 안 받는다. 건들지 말라"며 경찰관 목을 조르고 주먹을 휘둘렀다. 청소년 난동에 지원 요청을 받아 현장에 나온 경찰관들이 전기충격기를 쓰며 상황은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들은 경찰이 과잉진압을 했다는 취지로 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었다.
소년법 개정이 추진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지난 국회에서도 논의가 있었지만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대선 후보들이 관련 공략을 내세워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윤석렬 후보는 지난해 10월 청년공약의 일환으로 촉법소년 연령을 현재 만14세에서 12세로 낮추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후 안철수 후보도 지난 9일 "촉법소년의 기준을 만 14세에서 만 12세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이어 "청소년 범죄는 '회복적 사법'에 기반한 프로그램 이수를 의무화하겠다"며 "처벌만 강화할 것이 아니라 가해 청소년이 스스로 잘못을 깨닫고 사과하도록 하고 피해자도 이를 통해 상처를 회복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가장 늦게 공약을 내세운 것은 이재명 후보다. 그는 지난 27일 소셜미디어에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공약'으로 "청소년 발달 정도, 사회적 인식 수준에 맞춰 적정연령을 결정하겠다"며 촉법소년 연령 조정을 약속했다.
소년법 개정에 대해 말이 많았지만 아직 한번도 법이 바뀌지 않은 탓에 대선 후보들의 발언은 '사이다 공약'으로 환영받고 있다.
다만 정의당은 비판의 의견을 냈다. 이재명 후보 공약에 대해 "범죄 예방을 위한 교육의 실질화, 열악한 소년보호시설 개선에 대한 언급 없이 처벌 만능주의를 도깨비 방망이라도 된 듯 내세우는 모습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소년사법제도에 대한 깊은 고민없이 표를 얻기 위해 내세운 공약이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라고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다소 엇갈린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소년부 재판을 맡았던 천종호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전체 소년사건 중 흉악범죄는 1%다. 이 때문에 나머지 아이들이 조기에 낙인찍혀 전과자로 살아가는 사회적 측면도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대해 "소년범죄자 가운데 과거 전과가 있는 비율이 40% 내외인 만큼 소년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선 재범률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낸바 있다.
반면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낮추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이다. 그는 "나이를 낮추는 것이 단순히 처벌을 강화하자는 취지가 아니다"라며 "보호처분으로 교정될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소년에게 형사처벌 가능성의 문을 열어 두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강도살인 혹은 강도강간을 해도 보호처분으로 고작 2년 소년원 송치처분을 받는 것을 훤히 알고 있는 현재의 13세 소년을 촉법소년 나이 기준이 법제화된 1953년 13세 소년과 같다고 보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이냐"라며 "개선은 분명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