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요즘 누가 8명씩 다니나요?" 식당 사장님은 안내문도 안 붙였다

김도균 기자, 김성진 기자
2022.03.26 06:29
거리두기 인원 제한이 6인에서 8인으로 확대된 지난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인근. 바뀐 방역 정책을 알리는 어떤 표시도 없는 모습. /사진=김도균 기자

"진짜 장사에 도움될 것 같아야 안내문을 붙이지 않겠어요?"

사회적 거리두기 인원 제한이 6인에서 8인으로 완화된 첫날인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는 하씨(남·60대)는 새 방역 정책을 손님에게 안내하는 어떤 문구도 가게 앞에 걸어놓지 않았다.

안내문을 부착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하씨는 "완화 조치가 크게 반갑지 않다"고 답했다. 하씨는 "방역 당국에서 뭘 베풀어주는 것처럼 하는데 난 쇼하는 거라고 본다"며 "6명이 오려던 손님들이 이때다 싶어 2명 더 데리고 오겠느냐"고 덧붙였다.

하씨는 기자와 인터뷰하는 도중 한 전화를 받고 표정이 굳었다. 오후 6시20분에 오기로 했던 손님이 예약을 취소한다는 전화였다. 하씨는 전화를 끊고 기자에게 "상황이 이렇다"고 토로했다. 하씨는 "인근 관공서나 기업에서 직원들에게 회식을 자제하라고 지시한 상황이라 기대도 안했다"고 덧붙였다. 인근 관공서의 퇴근 시간이 오후 5시30분이지만 오후 6시까지 하씨의 식당에는 한 테이블도 차있지 않았다.

방역당국이 인원 제한을 풀고 1주일 가까이 흘렀지만 코로나19(COVID-19) 확산세는 좀처럼 잡히질 않는다. 하씨와 A씨처럼 자영업자들은 큰 기대가 없다는 반응이다. 전문가들 역시 최근 1주일 평균 일일 신규확진자 수가 35만7874명(25일 0시 기준)에 이르는 현 상황에서는 인원 제한을 풀더라도 소비로 연결되기 어려운 것이 예견됐다고 말한다.

(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지난달 18일 서울 광화문의 한 음식점에 새 거리두기 조정안 문구가 적힌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다./사진=뉴스1
'4인→6인→8인'...방역정책 완화돼도 자영업자 "기대도 안했다"

안내문을 붙이지 않은 가게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인근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A씨(여·40대) 역시 "안내문을 붙여놓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인원이나 시간 제한이 완화되고 있지만 주변 관공서 등에서 회식을 자제시키니까 매출은 오히려 그 전보다 줄었다"고 답했다.

그간 자영업자들은 방역 정책이 바뀔 때면 안내문을 내걸었다. 하지만 서울 영등포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B씨(남·30대)는 새 거리두기 정책 시행 사흘째인 23일까지 안내문을 붙이지 않고 있었다. 자주 바뀌는 정책에 대한 피로감도 드러난다.

B씨는 "지난해 말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정책이 시행됐을 때까지는 붙였지만 이후 다시 제한이 시작되며 더 이상은 붙이지 않는다"며 "원래 거리두기 정책이 바뀔 때마다 인쇄해서 걸어놨었는데 바꾸는 것도 일이다. 노래방 서비스 시간 주듯이 찔끔찔끔 풀어주니까 이제는 지친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지난 21일부터 2주간 사적 모임 제한을 6인에서 8인으로 조정했다. 식당, 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의 영업 제한 시간은 기존과 같은 오후 11시로 유지됐다. 그러나 자영업자들은 인원 제한이 4인에서 6인으로 완화되고 영업 제한 시간이 오후 10시에서 11시로 연장됐던 최근까지도 상황에 큰 변화가 없었다고 말한다.

용산구에서 2년 가까이 카페를 운영하는 박씨(남·40대)는 "매출은 그 전이나 지금이나 안 되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그 전에는 사람들이 돌아다니기라도 했는데 이제는 돌아다니지도 않는다"고 토로했다.

거리두기 인원 제한이 6인에서 8인으로 확대된 지난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인근. 중식당을 운영하는 하씨(남·60대)가 예약 손님을 기록해놓는 달력. /사진=김도균 기자

자영업자들 '포기 상태'…전문가들 "완화 시기 부적절"

특히 이번 정책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는 와중에 시행돼 자영업자들의 기대감은 한풀 더 꺾였다. 용산구에서 의류·잡화를 판매하는 김씨(여·60대)는 "너무 섣부르게 오픈한 것 같다"며 "나부터도 식당 같은 데를 잘 안 가게 되는데 장사가 되겠느냐"고 토로했다. 또 "확진자가 지금 너무 많아서 8명씩 다니질 않으니까 의미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코로나19 확산세가 사실상 최고점을 찍은 현 상황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해도 소비자들의 이동이 늘지 않는다고 말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아무리 인원 제한을 풀어도 확진자가 이렇게 폭증하고 중증 환자·사망자가 있으면 국민적 분위기가 소비로 연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국민들 스스로 방역을 완화해도 된다는 체감이 돼야 자영업자들한테도 영업으로 이어지는 것"이라며 "이렇게 최고 확진자를 끊는데 방역 완화를 한다고 사람들이 모임을 한다는 것은 이론적으로 맞지 않아서 방역 완화 시기가 부적절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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