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노후 재산 관리에 대한 시각을 바꾸자

전완규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2024.11.28 04:00
전완규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사진제공=법무법인 화우

없으면 고달픈 것이 재산이다. 그런데 재산은 있어도 골치 아플 수 있다. 자식은 미리 나누어 달라고 하고, 배우자 역시 언제나 함께 한다고 반드시 볼 수도 없어, 재산을 둘러싼 가족 간의 갈등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자신이 죽을 때까지 재산을 잘 관리하면서 가족들에게 고스란히 물려준다는 확신도 없다. 치매처럼 건강을 위협하는 복병이 항상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속상하고 안타까우나, 바로 자신의 옆에 있는 가족조차도 믿지 못하는 세상이 점점 돼 가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최근에는 노후를 위해 재산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은 가족이 아닌 다른 곳으로 향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민감하고 신속하게 반응하는 곳이 있다.

금융기관이다. 최근 금융기관이 패밀리 오피스(Family Office) 비즈니스 차원에서 서로 앞다퉈 시니어 자산가들을 위한 자산관리 상품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금융기관의 공격적인 마케팅은 비이자 이익 확대를 통한 사업 다각화 측면도 있지만(우리나라 은행의 이익 중 약 90%를 차지하는 것은 이자 이익이다), 자산관리 상품을 찾는 고객, 특히 시니어 자산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금융기관이 고객을 대신해서 재산을 관리해 주는 대표적인 것이 '유언대용신탁(遺言代用信託)'이다. 이름에 나타난 뜻 그대로 유언을 대신해 신탁을 이용하는 것이다. 위탁자가 예금, 부동산, 채권 등과 같은 자산을 금융기관에 맡기면, 금융기관이 위탁자의 의사에 따라 생전에 운용수익을 지급하다가 사망하면 상속 집행을 책임지는 제도인데, 그 법적 기반은 신탁법이다. 맡기는 사람의 의사에 따라 생전에는 재산을 대신 관리하고 운영하며 사후에는 나누어 주는 제도라고 보면 된다.

물론 금융기관 등 제3자를 통한 자산관리는 가족들의 공감대가 있어야 빛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다. 가족들 상호 간의 양해 아래 시작돼야 맡기는 사람이나 그 가족들이나 서로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원만하게 지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각을 바꿔 가족 입장에서도 자신이 나중에 물려 받을 수도 있는 재산이 가족들 중 어느 한 명이 아닌 제3자에 의해 잘 관리되고 있다고 안심할 수 있고, 본의 아니게 다른 가족들을 의심하는 상황을 피할 수 있는 행복을 누릴 수도 있다.

세상과 세대가 변화하고 있다. 지금의 20, 30대는 지금의 50, 60대가 살았던 시대의 20, 30대가 아니다. '꼰대'라는 용어가 변화를 대변하고 있다. 가족 구성원 상호 간의 관계 변화가 불가피하다. 어렸을 때 한 밥상에서 숟가락과 젓가락을 함께 했던 형제자매, 부모의 모습이 그대로 유지될 수 없는 것은, 안타까운 아픔이지만, 자연스럽고 당당하게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다. 가족 구성원 서로를 위해, 무엇보다도 나 자신을 위해 세상과 세대, 그리고 가족이 변화하는 흐름에 맞추어 재산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를 고민해 볼 시대가 벌써 왔다.

법무법인(유) 화우의 전완규 파트너 변호사는 1999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31기를 수료했고,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회계학을 전공했으며, 세무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한국국제조세협회 이사, 한국지방세연구원 쟁송사무지원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화우 자산관리센터장으로 자산관리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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