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길 막혔는데 수사 예산도 '싹둑'…참담한 검사들 "개업 알아보는 중"

조준영 기자
2025.01.22 13:59

[조준영의 검찰聽]

[편집자주] 불이 꺼지지 않는 검찰청의 24시. 그 안에서 벌어지는, 기사에 담을 수 없었던 얘기를 기록합니다.
/사진=(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공무원이 승진이나 공익을 위해 일한다는 자부심 없으면 어디서 만족감을 얻나. 일하기 참 쉽지 않다."

최근 만난 재경지검의 한 부부장검사의 말이다. 검사 정원은 11년째 동결됐고, 일선에서 일할 검사가 없다는 이유로 승진도 줄었다.

법무부는 22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검찰인사위원회를 열고 일반검사 인사원칙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발령일은 다음달 3일로, 인사는 이르면 오는 23일 이뤄질 예정이다.

지난해 5월 인사에서 사법연수원 38기, 39기 검사들은 각각 부장검사, 부부장검사로 승진이 보류됐는데 이번에도 승진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전해진다. 법무부 장관과 대통령 모두 탄핵소추돼 대행체제인 상황에서 전보인사만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서울중앙지검장과 특수수사를 맡는 중앙지검 4차장, 반부패2부장 등 주요 보직 검사들도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된 상태다.

대통령 탄핵심판이 마무리돼야 승진 및 고위간부 인사가 단행될 가능성이 높아 사실상 올해 상반기가 지나고 인사매듭이 풀릴 것으로 보인다.

승진 인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핵심 허리라인들의 사기가 꺾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수사에 집중하기도 어렵다. 특히 현재 평검사인 39기 검사들 중 일부는 승진을 하지 못하면 경향교류 원칙에 따라 지방으로 발령이 나게 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승진 인사만 없는 게 아니라 돈도 없다. 국회는 지난해 검찰 특수활동비와 특수업무경비 등 수사활동에 들어가는 예산 전액을 삭감했다. 마약, 디지털성범죄 등 기밀성이 필요한 수사를 맡는 수사팀들은 예산이 없어 대부분 송치사건만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약수사를 전문으로 하는 비수도권청의 한 부장검사는 "옛날 선배들처럼 사비로 수사해야지 어쩌겠냐"고 했다.

업무시간 이후 또는 관할 근무지 밖에서 수사할 때 쓰이는 특수업무경비도 사라지면서 윗선에서는 후배들에게 수사를 독려하기도 어려워졌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인력과 예산이 없다고 일 하지 말라고 할 순 없지 않냐"면서도 "자기 돈 쓰면서 나랏일 해달라고 얘기하는 것도 참 민망한 일"이라고 했다.

법무부 검찰과는 지난해 말 검찰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국회 수정예산안 부대의견으로 예산 이·전용, 예비비 배정 등을 통해 감액된 예산을 복원할 수 없고, 국회 의결을 거친 추가경정예산을 통해서만 편성할 것을 명시했다"며 "예산 삭감으로 인해 검찰구성원 여러분들께 심려와 불편함을 끼쳐 드리게 돼 송구하다는 말씀 드리며 검찰이 수사와 재판, 형 집행 등 임무를 충실히 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12·3 비상계엄과 관련한 특별검사(특검)가 출범하면 수십명의 검사와 수사관들이 차출된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서 의결된 두번째 특검법에 따르면 특검은 검사 25명, 수사관 65명을 파견받을 수 있다. 검찰청 외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소속 검사가 파견갈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 공수처는 정원의 40%가 넘는 검사가 결원상태다. 사실상 검찰 소속 검사와 수사관들이 대거 특검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없는 살림 거덜낸다"는 볼멘소리가 높아진다.

악조건들이 겹치면서 요새 검찰 내부에서는 참담하다는 말이 많이 들린다. 실제로 "뒤늦게 육아휴직을 진지하게 고민 중"이라거나 "곧 20년 근속이라 변호사 개업을 알아보고 있다"는 말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