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부의 의대증원책과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에 반발, 휴학계를 내고 떠난 의대생들에게 '막차 탑승권'(복학원)이 주어졌지만, 이마저도 거부한 의대생들에 대한 '지우기'(유급·제적) 작업이 오늘(24일)부터 31일까지 이어진다. 대한의사협회를 주축으로 의사집단에선 정부와 학교에 반발하는 분위기가 주를 이루지만, "이제는 복귀해야 한다"는 소수 의견도 나오면서 의대생들의 고민이 커지는 모습이다.
24일 대학가에 따르면 전국 40개 의대 가운데 30여 곳이 등록 마감을 앞두고 있다. 이날 건양대를 시작으로 27일은 서울대·이화여대·부산대 등이 등록·복학 신청을 마감한다. 가톨릭대·경희대·인하대·조선대·충남대·강원대 등은 28일이 복귀 데드라인이다. 30일은 을지대, 31일은 아주대·충북대·한양대·단국대·건국대 등이 복귀 신청을 마감한다.
앞서 21일 전국 의대 중 가장 먼저 복귀 신청을 마감한 대학들에선 24일부터 본격적인 유급·제적 절차를 진행한다. 연세대 의대는 1학기 등록을 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이날 복학 승인 절차를 진행한 뒤 미등록 제적 예정 통보서를 발송한다. 1학기 등록을 하지 않은 학생은 연세대 의대 재적인원 중 절반가량인 것으로 전해졌다. 28일에는 미등록자에 대해 실제로 제적 처리할 방침이다. 재적인원이 학년당 120명 안팎임을 고려하면 6개 학년 재적생 약 700명 중 300명 이상이 등록을 신청한 것으로 분석된다.
연세대 의대는 의대생 복귀 여부를 두고 의사들 사이에서 이견이 겉으로 드러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현직 의대 교수인 연세대 윤동섭 총장(간담췌외과 교수)은 '제적은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연세대 의대 최재영 학장(이비인후과 교수)은 미복귀 의대생에 대한 제적 조치를 시사하며 윤 총장과 대립각을 보여왔다. 최 학장은 의대 교수들에 보낸 서신에서 "24일 이후 추가 복귀 일정은 없다"며 "복귀를 최대한 권유하지만, 미복귀 의사를 가진 학생은 '등록 후' 휴학을 권유해달라"고 언급했다.
또 연세대 의대는 지난 5일부터 의대생들의 기숙사인 제중학사에서 휴학생들의 퇴거를 조처했다. 연세대는 재학생만 기숙사를 입소할 수 있다는 내규에 따라 절차를 밟은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의대생은 "내규대로라면 치대·간호대생도 입소할 근거가 전혀 없는데 왜 선택적으로 내규를 적용하나"라며 "학교 측이 사실상 동맹 휴학생들을 기숙사에서 쫓아내 불이익을 주고 있다"고 의대 게시판 등에서 불만을 표했다.
복귀하지 않는 의대생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는 '강경파'가 주를 이루는 상황에서도 '이제는 돌아와야 한다'는 온건파의 목소리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소속 하은진 신경외과·중환자의학과 교수, 오주환 국제보건정책 교수, 한세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강희경 소아청소년과 교수 등 4인은 17일 떠난 제자들(사직 전공의, 휴학 의대생)을 겨냥해 입장문을 내고 "현재의 투쟁 방식과 목표는, 정의롭지도 않고, 사회를 설득할 수도 없어 보인다"면서 "사태가 지속되면서 우리는 여러분들에게 실망하고, 절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대 교수들이 주축 멤버인 한국의학교육협의회(KCME)는 연세대·고려대·경북대 의대 복귀 시한인 21일 입장문을 내고 "(의과대학) 학생 여러분이 현재 상황을 명확히 인식하고, 학업으로 복귀해 대한민국 의료계를 이끌어갈 인재로 성장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학생 여러분 이제는 복귀해 달라"며 "우리의 의료제도는 단기적인 대책이 아니라, 긴 안목을 가지고 지속해서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호소했다.
의대·의전원 단체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도 19·21일 두 차례 입장문을 통해 "아직 학생 여러분이 만족할 만한 요구사항이 완전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학생 여러분은 행동으로 충분히 의사 표현을 했으며 더 길어질 경우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우려된다"면서 "(1학기) 등록할 것을 강력하게 권고한다"고 적시했다.
그동안 전반적으로 강경파를 옹호하던 교수들의 입장이 돌아섰다는 점에서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에 등록 마감을 앞둔 의대생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특히 올해 입학한 25학번은 복귀하고 싶어 해도 강경한 과 분위기에 쉽사리 움직이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의대 학부모 사이에선 자녀를 수업에 보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학생들의 고심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