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파면하면서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 절차에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탄핵심판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 측이 꾸준히 절차적 흠결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헌재는 이날 오전 11시22분부로 윤 전 대통령을 파면 결정했다. 헌재는 윤 전 대통령이 탄핵 소추 사유를 위반했는지 살펴보기에 앞서 절차적 정당성에 관해 먼저 설명했다.
헌재는 △비상계엄 선포가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되는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의 조사없이 탄핵소추안을 의결할 수 있는지 △탄핵소추안의 의결이 일사부재의 원칙에 위반되는지 △계엄이 단시간에 해제되고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으므로 보호이익이 흠결되었는지 △소추의결서에 포함된 내란죄를 탄핵심판 청구 이후 철회한 것이 적법한지 △대통령 지위를 탈취하기 위해 탄핵소추권을 남용한 것인지 등 여섯 가지의 적법 요건을 살폈다.
먼저 헌재는 고위 공직자의 헌법 및 법률 위반으로부터 헌법질서를 수호하고자 하는 것이 탄핵심판 취지인만큼 계엄 선포가 정치적 결단을 요하는 행위일지라도 헌법 및 법률 위반 여부를 심사할 수 있다고 봤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가 대통령 고유 권한으로 사법 심사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라고 주장해왔다.
또 국회 법사위 조사가 없었더라도 탄핵소추 의결이 부적법하지 않다고 봤다. 그 근거로 국회 소추 절차가 입법의 권한이고 국회법이 법사위 조사 여부를 국회 재량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두 번 발의된 것도 회기가 다르므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국회법은 부결된 안건은 같은 회기에 발의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헌재는 "피청구인에 대한 1차 탄핵소추안이 제418회 정기회 회기에 투표 불성립됐다"면서도 "이 사건 탄핵소추안은 제419회 임시회 회기 중에 발의되었으므로 일사부재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이와 관련해 정형식 재판관은 다른 회기에도 탄핵소추안 발의 횟수를 제한하는 입법이 필요하다는 보충의견을 냈다.
계엄이 짧은 시간 안에 해제됐고 피해가 없었기 때문에 처벌할 범죄 자체가 없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계엄을 선포한 것 자체가 이미 사법 판단을 할 구성 요건을 성립했다고 본 것이다. 헌재는 "이 사건 계엄이 해제되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계엄으로 인하여 이 사건 탄핵 사유는 이미 발생하였으므로 심판의 이익이 부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국회 측이 본회의 의결 땐 윤 대통령 탄핵 소추 사유에 내란죄를 포함했지만 변론기일이 시작되자 내란죄를 철회해달라고 요청한 것도 허용했다. 헌재는 "기본적 사실 관계를 동일하게 유지하며 적용법조문을 철회하거나 변경하는 것은 소추사유의 철회나 변경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특별한 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허용된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이 내란죄가 국회 소추 때 포함되지 않았다면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가정적 주장에 불과하고 객관적으로 뒷받침할 근거가 없다"고 봤다.
아울러 탄핵소추안 의결 과정이 적법하기 때문에 (국회가) 탄핵소추권을 남용한 것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윤 전 대통령 탄핵 소추 사유를 △비상계엄 선포 실체적 요건과 절차적 적법성 △국회 봉쇄와 장악과 정치인 체포 시도 △포고령의 위헌·위법성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장악 시도 △법조인 위치 확인 시도 등 다섯가지로 나눠 심리했다. 헌재는 다섯가지 모두 위헌이자 위법으로 보고, 윤 전 대통령의 위반 행위가 파면에 이를만큼 중대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