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서 이런 일이…"방망이 가져와" 매 들겠단 감독, 선수들은 반발[뉴스속오늘]

윤혜주 기자
2025.09.04 06:00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기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1994년 9월 4일 야구계를 충격에 빠뜨린 사건이 발생했다. 두산의 전신인 OB 베어스 선수 17명이 당시 감독의 강압적인 지휘 스타일에 반발해 숙소를 이탈한 것이다./사진=KBS 보도 갈무리

1994년 9월 4일 야구계를 충격에 빠뜨린 사건이 발생했다. 두산의 전신인 OB 베어스 선수 17명이 당시 감독의 강압적인 지휘 스타일에 반발해 숙소를 이탈한 것이다.

82년 프로야구 원년 우승팀이기도 한 OB 베어스는 그해 개막을 앞두고 시범경기에서 5승 1패를 거두는 등 강력한 우승 후보팀으로 꼽혔다. 4월9일 열린 시즌 개막전 쌍방울 레이더스와의 경기에선 4-3으로 승리하면서 산뜻한 출발을 했다. 8회말 3-3으로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박현영의 적시타와 구원 투수로 나선 박철순의 역할이 컸다. 정규 시즌에서도 시범경기 때 기세를 이어가는 듯 했다. 이대로라면 우승은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실제 상황이 녹록지 않았다. 개막 이튿날 4월10일 열린 쌍방울과의 경기에서는 5-8로 역전패 당한 것. 쌍방울이 에이스급 투수 3명을 투입하는 등 칼을 갈고 나오자 당해낼 수 없었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 부부가 잠실구장에 찾아와 경기를 관전하기도 했는데, 현직 대통령이 야구장을 방문하는 건 이례적인 일인 터라 승리를 위한 총력전이 펼쳐진 것.

이 경기에서 쌍방울은 '트리플스틸'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트리프스틸은 1, 2, 3루 주자가 동시에 도루에 성공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KBO리그 역사상 이제껏 트리플스틸은 단 9차례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날 쌍방울과의 경기 이후 OB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5월12일까지는 승률이 50% 안팎으로 8개 구단 중 4위를 유지했는데, 이후 5연패를 당하며 7위까지 내려앉았다. 여기에서 불행은 끝나지 않았다. 또 한 번 5연패가 반복된 것이다. 반면 하위권으로 평가받던 LG는 선두 질주를 이어가며 희비가 교차했다.

1994년 당시 윤동균 감독/사진=KBS 보도 갈무리

6월, 7월에도 OB는 반등의 기회를 마련하지 못했다. 시즌이 끝나가던 9월4일, OB는 군산구장에서 열린 쌍방울과의 경기에서 1-2로 또 한 번 역전패를 당했다. 윤동균 OB 감독은 이날 패배 후 숙소로 이동한 뒤 선수들을 연회장으로 집합시켰다. 윤 감독은 수석코치에게 야구방망이를 가져오라고 시켰다. 선수들이 게임하는 자세가 글러먹었다며 오늘 매를 좀 들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선수들은 반발했다. 주장 김상호는 "최선을 다했지만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다. 못 맞겠다"고 했고, 이어 김형석도 "저도 못 맞겠다"고 동참했다. 그러자 윤 감독은 "못 맞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다 일어나"라고 했다. 선참 선수들이 하나둘씩 일어났다.

이같은 상황에 윤 감독은 홧김에 "말을 듣지 않을 거면 차라리 서울로 올라가 버려라"라고 했다. 이에 박철순, 김상호, 이광우, 권명철 등 17명이 숙소를 집단 이탈해 열차를 타고 서울로 갔다. 이들은 바로 다음 날인 9월5일 윤 감독의 퇴진을 요구하는 집단 농성을 벌였다.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던 터라 OB는 2군 선수들을 불러올려 남은 1군 경기를 소화해야 했다. 결국 OB는 126경기 중 53승 73패 1무 전적으로 7위로 시즌을 끝냈다. 쌍방울이 8위를 기록하며 꼴찌는 면했지만 개막 전부터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던 터라 사실상 꼴찌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왔다.

윤 감독은 선수들 집단 이탈 사건 발생 이후 5일 만에 지휘봉을 내려놨다. 당시 스포츠서울 보도에 따르면 윤 감독은 경창호 사장에게 최근의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뜻을 전하면서도 "폭력 감독이라는 누명은 벗고 싶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구단은 집단 이탈은 명백한 계약 위반이라는 입장을 내고 팀 합류를 거부한 박철순, 김형석 등 고참 선수 5명에게 11월30일까지 참가활동 정지 및 연봉지급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다른 12명에게는 연봉 5% 삭감 지급을 결정했다.

이듬해인 1995년 OB는 이 사건을 딛고 일어나 김인식 감독 체제 하에 74승 47패로 1위에 오르는 기적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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